[우난순의 필톡] 유성기업 사태 종착지는?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유성기업 사태 종착지는?

  • 승인 2019-09-04 17:51
  • 신문게재 2019-09-05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유성기업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갔다. 법원 앞 넓은 광장엔 있어야 할 사람들이 안보였다. 그들은 도로 바로 길 가,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서 나를 맞았다. 차들이 쉴새없이 지나가고 경적소리도 시끄러워 대화하기가 곤란했다. 유성기업 노조는 유시영 전 대표의 처벌을 촉구하며 노숙 농성 중이었다. 유성기업 노조와의 대면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봄, 당시 홍종인 지회장을 유성기업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성기업은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으로 노사간 갈등이 시작돼 9년째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을 언제까지 걸어야 빛이 보일까. 새카맣게 그을린 노동자들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양승조 도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은 급기야 유성기업 노사에게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강경했다. 당장 유성기업 사업주를 엄벌하라고 다그쳤다. 반백의 굵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분개했다. 사측이 유시영 전 회장 판결을 앞두고 꼼수를 부리는 중이라며 충남도는 이들의 의도를 간과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마침 그날 대법원은 창조컨설팅 심종두 전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확정 판결했다. 도 지회장은 "그들이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 그들은 악마"라고 밝혔다.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노조 파괴 과정에서 악명을 떨친 노무법인이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 공포의 대상이었다. 창조컨설팅은 그간 기업을 컨설팅하며 16개 노조를 파괴했다. 도 지회장은 "정부와 국정원, 경찰, 검찰의 묵인이 있었기에 이들이 활개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회사 임원 폭행사건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언론은 일제히 노조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보수언론에겐 '이게 웬 떡이냐'였다. 도 지회장은 "오죽하면 그랬겠나. 언론은 사측의 야만적인 폭력은 모른 체 하다 우리가 한번 폭행한 건 벌집 들쑤시듯 보도했다. 우리가 가한 폭력은 사측이 우리에게 저지른 것에 비하면 1만분의 1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노동운동이나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경제 성장의 해악이고 사회혼란을 초래한다고 몰아붙인다. 왜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들은 기업가의 시각으로 세상을 재단할까. 이런 해괴한 잣대는 정부와 언론에 책임이 있다. 군사독재시절부터 언론은 권력에 빌붙어 기득권을 수호하는데 앞장섰다. 진실을 외면한 거짓된 호도에 국민의 의식이 일그러진 것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는 다름 아닌 친한 이웃들의 돌변이었다. 이웃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빨갱이, 배부른 노동자, 이기적인 사람들, 강성"이라고 서슴없이 비난하며 배척했다.

지금까지 유성기업 노조는 쓰러져 의식을 못 찾거나 과로사, 자살한 이가 6명이다. 오랜 기간의 노사분규로 노조원들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가족 해체라는 비극을 겪는다. 농성장엔 색다른 이도 있었다. 신영철씨는 유성기업 노조원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 했다. 그는 노동·인권에 관심이 많다. 동시대인으로서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고통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불의에 분노하는 한 시민 앞에서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결국 4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유시영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사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지회장은 "사필귀정이다. 우리도 이젠 끝내고 싶다. 노동자와 자본의 관계에서 칼자루는 자본이 쥐고 있다. 대화를 통해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과연 유성기업의 종착지는 어디일까.<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설왕설래'
  2.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3.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4.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5. 대전시 李정부 첨단산업 정책 잇단 배제 위기감 고조
  1.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2. 대전시의회, 민인홍 인사청문회… '직무능력·전문성' 검증
  3.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국비 또 험로…환아 느는데 정부 지원 '반토막'
  4. 대전 선도지구 구역들, 주민대표단 신청 분주한데 승인 지연돼 '발 동동'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기업이 대학 안으로… 충남대가 다시 짜는 첨단산업 교육

헤드라인 뉴스


[기획-②] 산업은 변하는데 대전산단 입주 문턱은 그대로

[기획-②] 산업은 변하는데 대전산단 입주 문턱은 그대로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태안군의 미래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8일 태안군을 방문해 민선 9기 시·군 방문 브랜드인 '충남통(通)행'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하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가로림만 해상교량 재도전, 안면도 관광지 개발 연내 결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지사는 이날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통해 태안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의 위기를 넘어 '서해안 대전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성숙 국무총리는 8일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관련 부처는 대상기관 확정 등 연내에 발표할 추진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9회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한 총리는 "물론 이전 대상 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일 것"이라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함께해 주실 거라 굳게 믿는다.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