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 숙부은공(叔父恩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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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 숙부은공(叔父恩功)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1-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에겐 숨기고픈 과거와 아픔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그 '과아'(과거와 아픔)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거다. 어머니는 나의 생후 첫돌 무렵 가출했다.

그래서 60년이 되는 지금껏 어머니의 얼굴은 꿈으로조차 꿀 수 없다. 사진 한 장조차 남기지 않은 때문이다. 실의의 늪에 함몰된 아버지께선 늘 그렇게 술만 드셨다. 가장이 돈은 안 벌고 두문불출 술독에만 빠져 사셨으니 나라도 벌지 않으면 안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줄곧 1~2등을 달렸지만 중학교 진학은 사치였다. 설상가상 숙부님께서 주신 나의 중학교 등록금조차 아버지께선 술로 죄 탕진하셨다. 궁여지책으로 삭풍이 휘몰아치는 천안역에 나가 신문팔이를 했다.

구두닦이에 이어 광주리에 호두과자와 사이다 등의 음료를 담아 차부에서 팔았다. 이어 공사장의 잡부와 공장의 공돌이까지 해봤다. 그럼에도 여전히 술만 탐하는 아버지가 미워 가출했다.

하지만 '나까지 버리면 아버지는 과연 누구 보살필 것인가...?' 라는 화두에 방점이 찍혔다. 보름 여 만에 귀가하여 투항하고 내 잘못을 빌었다. 이것도 내 팔자다…… 전생에 죄를 너무나 많이 지은 업보다…… 이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맘도 편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천안에서 죽마고우들 모임이 있었다. 모임을 마친 뒤 숙부님이 그리워서, 그리고 보고파서(!) 택시를 불러 아산(온양온천)으로 달렸다. 그 전엔 사촌동생과 B형까지 불러내서 시장어귀 치킨집에서 술을 추가했다.

만취하여 어찌 숙부님 댁에 도착했는지 기억에 없다. 이튿날 새벽에 눈을 뜨니 숙부님께서 라면을 끓여주셨다. "무슨 술을 그렇게나 많이 마셨니? 속 아플 테니 어서 이 라면 먹거라."

예나 지금이나 이 못난 장조카를 친자식 이상으로 사랑해 주시는 숙부님의 감사함에 눈물이 솟구쳤다. 개인적으로 [삼국지]보다 [초한지]를 즐겨 읽는다. 초한지(楚漢志)는 중국의 역사이자 소설로도 유명하다.

초한지의 두 주인공은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다. 진나라 말기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기나긴 대립을 묘사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불리했던 유방과 달리 항우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별칭에 걸맞게 자유분방과 안하무인의 삶을 살았다.

이를 경계한 그의 숙부 항량(項梁)은 매사 용의주도와 심사숙고를 주문했다. 그러나 고착화된 그의 편견과 잔인한 성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참모들의 진언 역시 간과하기 일쑤였던 게 그의 치명적 약점이었다.

초한(楚漢) 쟁패의 주도권은 원래 항우에게 있었다. 이를 간파한 그의 숙부는 후발주자인 유방이 장차 화근거리가 될 것을 간파한다. 하여 유방을 암살하기 위해 '홍문연회'를 마련한다.

그렇지만 살의를 느낀 유방이 저자세로 나오자 항우는 그만 또 의기양양했다. 그리곤 자신의 경쟁자로 꼽히는 인물이 자기 앞에서 비굴하게 행동하니 그만 마음까지 놓아버렸다. 숙부의 거듭되는 주살 명령조차 개의치 않았다.

숙부는 탄식했으나 유방은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고 말았다. 역사에 가설이란 필요치 않다. 그렇긴 하더라도 당시 항우가 숙부의 말을 좇아 유방을 죽였다면 후일 그는 초한지의 승자가 되었지 않았을까?

이러한 어떤 '숙부론'을 거론하는 것은 나의 숙부님 또한 항량에 버금가는 대단하신 분인 까닭이다. "잘 먹었습니다. 이제 저 갈게요. 늘 건강하셔야 됩니다!" 숙부님께선 아파트의 밖까지 따라 나오시어 작별인사를 하셨다.

"너도 나이가 있으니 술을 줄이고 건강에 신경 쓰려무나. 그래야 네가 못 받고 자란 부모의 사랑과 손자손녀에 대한 내리사랑까지 실천할 수 있을 테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마침맞게 빈 택시가 왔다. "온양온천역까지 가 주세요." 이윽고 탑승한 신창 발 청량리 행 전철. 빈 좌석에 앉아 새삼 숙부님의 감사함을 되새겼다.

"네가 남들처럼 대학, 아니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했더라도 오늘날 넌 분명 떵떵거리는 위치에서 당당히 군림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여전히 피력하시는 숙부님은 제2의 아버지, 아니 실은 사실상 진정한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다.

"숙부님~ 부디 건강만 하셔야 돼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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