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잊혀진 히포크라테스 선서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잊혀진 히포크라테스 선서

신가람 행정산업부 기자

  • 승인 2020-01-14 10:18
  • 신문게재 2020-01-15 22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신가람 증명사진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의료 출입 기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점은 대전의료원 건립에 관한 사항이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시에서 수년간 추진하고 있지만 왜 항상 제자리걸음인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단 시청의 해당 부서 사람들을 만났다. 대전 의료원 사업에 대해 당시까지 진행했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중심으로 대화했지만, 필자는 집중하지 않았다. 사업 속도가 느린 진정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자 조금씩 이해가 가는 부분이 들렸다.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엄격한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지역 내 의료계의 적극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총예산 1300억원이 넘어가는 대형사업이니 모든 조사사항에 대해 엄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데 사업추진이 너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정치적인 눈치도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해 세종 충남대병원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고 느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서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

두 번째는 지역 내, 특히 규모가 큰 종합병원의 적극성이다. 간혹 지역 내 의사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의료원 건립에 관한 주관적인 생각을 물었다. 모든 의사가 공식적으로는 '대전의료원 건립에 관해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각 종병들은 '우리가 적극성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나', '지역 내 종병들이 역할을 잘하고 있는데 굳이 필요한가' 등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만나는 의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필자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좀 솔직해집시다. 의료원 생기면 환자 뺏기니까 건립 반대하잖아요' 라고.

사실 지역 의료계에 대해 기대치도 크지 않았고, 처음에는 의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고 생각해 의료계 입장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메스를 잡기도 전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친 사람들에게 지역 의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하는 것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가.

또한, 각 종병들이 지역 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다. 예를 들면 감염병에 관한 부분이 대표적인 예인데, 작년 한 해 동안 대전지역이 A형 간염, 홍역, 수두 등의 감염병에 얼마나 처참한 상황을 보였는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각 종병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대전의료원 건립으로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감염병 하나 대처하지 못하면서 다음날이 되면 또 광고할 것이다.

'수도권으로 병원 가지 마세요. 지역 의료의 질을 믿어주세요'

신가람 행정산업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2. '통닭 거리'와 '화성행궁'의 조화… 수원이 미식 관광지로 뜬다
  3.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4. [박헌오의 시조 풍경-32] 시의 몰골
  5.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1. "계좌에 '급여' 정보 표시 안할 땐 금리 감면 혜택 못 받는다"
  2.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3.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4. 42㎞ 완주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 최적설계 연구 네이처에 게재
  5. 추석 연휴 벌초·성묘길 벌 쏘임 주의하세요… “피부 노출 줄여야”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