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부지불식(不知不識) 만들어지는 오류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부지불식(不知不識) 만들어지는 오류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2-14 14:3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사안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가질 수 없다. 진리라 여겼던 과학적 지식조차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곤 한다. 그런 까닭에, 삼라만상과 제 현상을 단정적으로 보는 자체가 위험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소개 하였듯이, 미취학 아동 학습놀이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우뇌개발 프로그램 중에 직관상 및 초감각적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 훈련 프로그램도 있다. 직관상은 체험과 관계없이 보고 있지 않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ESP는 감각기관을 통하지 않고, 그를 초월한 능력으로 사물을 보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지, 직관, 투시, 염력, 텔레파시 등 초능력을 말한다.



이를 테면, 네 개의 카드를 엎어 놓고 제시된 카드와 동일한 그림 카드를 고른다. 밀폐된 용기에 리본을 넣고, 어느 용기에 리본이 들어있는 지 알아맞히는 식이다. 야바위꾼이 많이 하던 놀이다. 야바위는 속임수지만 말이다. 위에 한 장의 카드를 보이도록 해 놓고, 아래에 4장의 카드를 엎어 놓은 그림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4개의 카드에는 각기 다른 그림을 배정한다. 아래에 있는 카드 중 위의 카드와 동일하다 생각하는 하나를 마우스로 선택하게 한다. 정답 유무에 따라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하나는 계란 4개를 배열해 놓고 어느 알에서 병아리가 나올까 알아맞히는 놀이다. 맞히면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걸어 나온다.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인지 능력을 함께 키운다.

해당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어느 경우든 발생되는 수를 제작자나 사용자가 몰라야 하고, 순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임의의 숫자를 얻기 위해 난수를 발생시킨다. 'C'언어 함수 random(4)을 사용하면 되니 그것도 어렵지 않다. 컴퓨터가 네 개의 숫자 중 임의의 숫자를 지속적으로 생성한다. 계속 난수를 발생 시키니, 변화무쌍하여 재미있게 놀이를 할 수 있다.



엉뚱하게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하는 족족 다 맞추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어 그냥 넘길 뻔 했다. 같은 사례가 여러 번 반복되어 치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거나, 컴퓨터가 초기화(reset)되면 난수 발생순서가 동일한 것이 아닌가. 아이가 나오는 순서를 암기해 버린 것이다. 중대한 프로그램 버그(bug, 결함)가 아닐 수 없다. 어느 경우에도 시작과 순서가 달라지게 하는 로직(logic, 논리)이 필요했다.

요즈음 여론조사는 대부분 자동응답 장치를 사용한다. 직접면접 방식은 대체로 비용 때문에 기피한다. 자동응답전화 DB에 우리국민이 사용하는 전화번호 전체가 들어있다고 가정하자. 컴퓨터 난수에 의해 임의의 전화로 전화를 건다. 막연히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기 예처럼, 프로그램을 새로 가동 하면 난수 발생순서가 동일하다. DB가 다르거나 변화를 주지 않는 한, 매번 같은 사람에게 전화가 가게 된다. 동일한 사람에게 동일한 순서로 전화가 걸리는 것이다. 수신자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받던 사람이 받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수신자만큼 전화 거는 숫자에만 변화가 있을 뿐이다. 수신 여부만 변수가 된다. 컴퓨터가 켜진 상태에서 여론조사 프로그램을 연속 가동하지 않는다고 볼 때, 동일한 회사에서 매번 하는 조사는 그럴 개연성이 크다.

버그를 잡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위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자는 많지 않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골고루 전화가 가고 있다고 막연히 믿고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버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엄청난 핫 이슈가 많았음에도, 1년여 동안 10% 내외 변화만 지속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선거기간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금하고 있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알 수 없다. 총선과 총선 무렵 대통령 지지율 관계를 살펴보자. 2004년 17대 총선부터, 2016년 총선까지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 성적표가 대부분 다르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10%대 초반이었으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다. 2008년 18대 총선,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50%대 초반이고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난 유일한 선거이다. 2012년 19대 총선 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20%대였으나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안정되게 유지되었으나 123석을 얻은 민주당이 1당을 차지했다. 애당초 대통령지지율과 총선은 서로 무관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대체적으로 여론 조사를 믿지 않음을 보게 된다.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도 많았다. 조사 방법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의도된 설문과 조사방식도 있었다. 우리나라만 조사결과와 투표결과가 다른 것이 아니다. 시대와 의식의 빠른 변화를 조사 방식, 방법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여론조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론조사가 혹여 여론 조작에 일조하고 있다면 큰 문제 아닌가? 괴리가 커지면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4.15 총선에서 여론조사대비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1.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2.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3.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4.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