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강 누란지위(累卵之危)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강 누란지위(累卵之危)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2-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강 : 누란지위(累卵之危) : 계란을 포개 쌓는 것처럼 위태롭다.

글자는 累(포갤 누) 卵(알 란) 之(어조사 지) 危(위태로울 위)이다.

이 고사성어는 위기에 또 위기가 겹침을 비유한 말로 계란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 같이 곧 무너질 것 같은 위기를 비유한 말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공(靈公)이 천금의 비용을 들여 9층 높이의 누대를 세우면서 측근들에게 말했다.

"감히 누대를 세우는 것에 관하여 간언(諫言)하는 자가 있으면 참형에 처하겠다."

순식(荀息)이 이 사실을 듣고 상서를 올려 영공을 뵙기를 청했다. 영공은 활에 화살을 먹여 들고 순식을 인견했다. 순식이 말했다.

"신은 감히 간(諫)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은 12개의 바둑알을 쌓고 그 위에 9개의 계란을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영공이 의아해 하면서 "어디 한번 해 보시오" 라고 말했다.

순식은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12개의 바둑알을 쌓고는 그 위에 계란을 올렸다. 사람들은 긴장해서 감히 숨도 쉬지 못하였다. 영공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중얼댔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간신히 한 알을 포개 놓으면 무너지고, 다시 주워 올리면 또 무너지는 것이 보기에도 너무 아슬아슬 하였다. 보다 못한 영공이 소리쳤다.

"위태로운 짓은 그만하고 내려놓으시오."

순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영공이 말했다.

"그게 뭔지 보여 줄 수 있겠소?"

"9층 높이의 누대를 짓는다는 것은 삼 년 내에도 완성할 수 없습니다."

남자들은 농사일을 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길쌈을 하지 못해 국고가 바닥나서 혹시라도 이웃나라가 군사를 일으키려고 모의하여 사직이 멸망하게 되면 그보다 위태로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무엇을 바라볼 것입니까?"

이에 영공은 "과인의 잘못이 여기까지 이르게 만들었구려"라고 말하고 사람을 불러 즉시 누대 쌓는 일을 중지시켰다.

이 고사의 유사성어로는 위어누란(危於累卵),절체절명(絶體絶命),풍전등화(風前燈火) 등이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나라를 운영하는 소위 위정자들이 나라의 위태로움을 잘 파악하여야 함은 물론 관리자는 보좌하는 참모나 조언자들의 성실한 조언과 아부, 아첨을 잘 구분하여야 한다.

누란지위(累卵之危)는 절체절명(絶體絶命)과 동의어이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은 동·서양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무수하게 겪는 경우이다. 특히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 중 패전이 짙은 나라나 거의 패전해가는 나라에서 흔히 겪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 외국의 군대로부터 침략을 당했을 때가 나라의 위기상황이었다. 특히 태평성대를 누릴 때이거나 무능한 군주의 사치와 방종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지 않고 내부갈등과 당파의 정쟁으로 나라가 분열되었을 때 외침을 당한 경우를 역사학자들은 누란지위(累卵之危)라고 표현하였다.

성경의 역사를 통해 볼 때도 출애굽 한 이스라엘민족이 추격해오는 애급 군대 앞에서 홍해를 만났을 때 상황의 긴박감. 인간의 힘으로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하나님을 찾았던 것이다.

조선말기 임상옥(林尙沃)이라는 거상(巨商)이 있었다.

그는 조선의 인삼(人蔘)을 중국 상인에게 넘겨 이익을 얻는 상인으로 요즈음 표현으로 무역상이었다.

그런데 중국 상인들이 가격을 담합(價格談合)하여 임상옥의 인삼 매수(買收)를 거부했다. 임상옥은 인삼을 오래 두면 상할 수도 있고, 가격담합에 밀리면 막대한 손해와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에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에게 자문을 구였다.

이때 김정희의 조언이 '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였다. 곧 백 척 높이의 흔들리는 장대위에 한 발을 더 내디디면(한 걸음 더 나아가면)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교훈이다.

임상옥은 중국 상인들에게 간접적으로 소문을 내고 인삼을 모아 놓고 불을 질러 태우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

과연 중국 상인들은 그 소식을 듣고 놀라 모두들 뛰어와서 임상옥에게 사과하고 더 높은 값을 쳐서 사갔다. 그리하여 임상옥은 그 위기를 벗어났으며, 그 다음부터 조선의 인삼은 중국에서 큰 빛을 발함은 물론 최고의 부가가치상품으로 거래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위기에서 죽음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죽음 뿐이라는 추사의 조언을 통해 이루어낸 누란지위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었다. 인간에게 누란지위 상황은 종종 있다. 무엇보다도 강한 의지로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누란지위는 아닌가! 원성(怨聲)의 소리가 나라를 가득 메우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옛 분들이 주는 교훈이 놀라울 뿐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5년 방치 공간의 변신…김해 수안마을 수국축제 열린다
  2. 국세청, "국세 징수 넘어 통합 재정수입 기관" 도약
  3. [대전의 숨은 이야기] 대전에서 연시은 따라잡기! '약한영웅 Class 2' 성지순례
  4. 반도체 생산 고순도 중수소암모니아 국산화 기술 개발
  5. 대전 초등생 피살사건 유족 손배소 일부 승소…명재완·대전시 공동배상
  1. 대전·세종 교권보호위원회 평교사위원 '0'명
  2. "망상 등 청소년 조기정신증, 조기 개입 효과 뚜렷"
  3. 이태호부터 황인범까지 대전 출신의 월드컵 영웅들
  4. [한화에어로 참사] 화약 찌꺼기 제거 중 폭발 가능성에 경찰 "확인 필요"
  5.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 잠재력 최대인데… ‘돈·사람’은 여전히 서울로

충청권 벤처기업 생태계가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중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본과 인재, 투자 등의 벤처 생태계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별 잠재력을 고려한 균형성장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지역 벤처기업 현황 및 지원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로 집계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11.5%)과 충청권(10.7%)이 평균을 웃돌았으며, 이 외의 비수도권 지역은 6~9%에 머물렀다. 특히..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대전 출신 황인범 체코전서 '멀티 공격포인트', 북중미 월드컵 첫승 견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대전 출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후반 연속골로 체코에 역전승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후반 22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도움에 이은 황인범의 동점 골,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 골로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황인범은 오현규의 골을 돕기도..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충청권 지역의사제 사실상 '수시 전형'…의대 입시전략 바뀐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시행을 앞두고 충청권 의대 입시의 무게중심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다. 충북대를 제외한 충청권 6개 의대가 지역의사제 모집 인원을 전원 수시에서 선발하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1일 교육계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역의사제는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일정 기간 해당 권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2027학년도 대입부터 처음 도입된다. 충청권에서는 충북대 39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대 27명, 순천향대 18명, 단국대 천안캠퍼스 15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7명,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