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넘치는 에너지 바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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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넘치는 에너지 바로 쓰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3-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결혼하기 전에 낳은 자식을 사생아라 한다. 혼외자식이라 법적인 푸대접에 여기저기 지청구가 된다.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졸지에 아버지가 둘이 된다. 아버지도 결혼을 한다. 어머니가 늘어난다. 아버지가 재혼을 세 번이나 한다. 아버지 둘에 어머니가 다섯이나 된 것이다. 그런 속에 자란 사람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1519년, 이탈리아) 이다.

집안은 비교적 부유하여, 도자기 공방과 물레방아간이 있는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덕분에 예술과 과학, 자연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같이 전문직을 가질 수 없었으나 수학, 음악,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동성애로 재판을 받기도 한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았다. 복잡한 가정과 출생에 대해, 결혼을 통하여 태어나지 않고 열렬한 사랑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총명하고 품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르네상스 미술이 그에 의해 완성되었다 평가되는 위대한 예술가다.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성 안나와 성 모자』등 작품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회화, 조각, 건축 등 미술 분야와 수학, 과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인다. 공학 기기, 건축 설계,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 원근법, 기체역학 등 각종 발명품과 기법, 이론을 창안한다. 치밀한 성격 탓에 작품하기에 앞서 제재와 소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물론, 수많은 스케치를 한다. 그것들이 고스란히 전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모두 창작에 쏟아 부은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최후의 만찬』 해설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 식당에 그려진 벽화이다. 크기가 460 × 880㎝ 로 등장인물 크기가 실제 사람크기와 비슷하다. 식사 하면서 성경말씀을 되새기게 하고 일깨우는 그림이다. 예수가 한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6명씩 12제자가 만찬을 하는 장면이다. 대각선 구도의 소실점이 예수의 오른쪽 눈동자에 맞추어져 있다. 정삼각형 형태로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요지부동의 진리를 의미한다. 예수가 "너희 중에 나를 팔 자가 있다" 말하자, 제자들이 크게 동요한다. 안정되지 못한 제자들 모습, 저마다 특징을 살려 율동적으로 적나라하게 그린다. 소도구 하나, 몸짓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공기원근법으로 처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델을 사용하지 않으면 생동감 살리기가 쉽지 않다. 전체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보지 못해도 불완전 하지만, 숲을 보다 나무를 보지 못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후의만찬
최후의 만찬
이 그림에 담긴 이야기 중 하나가 설교에도 많이 인용된다. 예수와 배신자 유다의 모델이 동일이란 것이다. 섬세한 성격 탓에 모두 모델을 찾아다닌 모양이다. 예수의 모델은 교회 성가대원이었던 '피에뜨로 반디네'라는 청년이었다. 이 그림은 3년여 만에 완성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서 인물을 완성하던 중에 유다를 그릴 차례가 되었다. 요한복음에 언급된 대로 그는 돈 주머니 관리자였다. 함부로 꺼내 쓰기도 했다. 도벽도 심했다. 은전 30닢에 예수를 판다. 인사하며 입맞춤 하여 예수가 누구인지 알린다. 사탄이 들어갔다고 하며 악마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런 인물을 어디서 찾을까? 부랑자 중에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예수의 모델이었음을 고백한다. 청년은 음악공부를 하다 방탕의 길로 빠져들어 타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얼굴도 마음과 행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의 이중성, 양면성은 인구에 곧잘 회자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야누스(Janus) 모습은 아닐까? 개인 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선악 중 어느 것이 더 발현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 젊은이의 비이성적 범죄가 밝혀지면서 세상이 시끄럽다. 놀랍게도 범죄 이면에 봉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한다. '능동적 사회성 위장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의식 자체가 심하게 병든 중범죄자지만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피해자를 가학하여 노예화 하는 엄청난 지배욕을 보인다. 범죄 내용을 구구절절이 알 수 없으나 얼핏 보이는 내용으로도 대단히 잔혹하다. 7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 규모면에서도 대범하기 이를 데 없다.

엄청난 범죄행위가 그의 성장환경이나 과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은 된다. 그는 그렇다 치고, 수만 명에 이르는 '박사방' 회원은 무엇인가? 많게는 천여만 원까지 대금을 지급한 사람은 또 무엇인가? 허접한 협박에 돈을 보낸 유명인들은 무엇인가?

우리사회가 문화적으로 심각하게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든 것은 아닐까? 선진문화의 중요 골자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성이요, 정의이다. 성장과정에 상처를 입었다고 매사 좌절이나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그 힘을 어디로 유도하느냐가 관건이다. 혹여 넘치는 에너지가 있다면 정의로운 일에 쏟아 붓자. 그것이 양질의 문화로 가는 길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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