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호 삼성하우징 대표 "나눔의 문여니 마음에 여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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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호 삼성하우징 대표 "나눔의 문여니 마음에 여유가"

착한가게 캠페인 272호 가입, 한달 뒤 아너소사이어티클럽 등록 집 기증한 어머니와 '부창부수' 아내까지… 나눔DNA는 가족 유전

  • 승인 2014-12-18 13:59
  • 신문게재 2014-12-19 12면
  •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의화 기자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김의화 기자
[대전 아너소사이어티클럽](4) 노선호 삼성하우징 대표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실제로 재산의 9할을 기부했다. 기부와 나눔의 의미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실천에 옮기기는 못한다. 게다가 그것이 십수년 고생 끝에 땀과 눈물로 일궈낸 성공이라면, 선뜻 남을 위해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하우징의 노선호(51) 대표. 30대 늦깎이 대학시절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우유배달을 해야 했고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기도 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옮겨 다닌 끝에 내 집을 마련한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시련을 겪었기에 한푼이라도 더 모으고 더 불려야 할 것 같지만 노 대표의 셈법은 더하기(+)보다 나누기(?)에 빠르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자꾸 눈에 밟혀,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동네 우유배달에 부도까지=심지어 30대 늦깎이 대학생 시절, 대전시 동구 천동의 달동네에서 우유배달을 했을 때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우유값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해 수금날이 다가와도 속앓이만 하다 돌아서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노 대표는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골방에서 아이들을 3,4명씩 키워가며 우유를 먹는 집들이 있었는데, 형편이 어렵다보니 꾸준히 먹지 못하고 우유를 끊는 곳이 많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 돈을 받지 않고 우유를 계속 넣어주다 보니 수금이 안돼서 결국 1년여만에 우유 배달을 그만두게 됐죠”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노 대표는 그 뒤로 사업을 하면서도 두 번이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지금 이만큼 오기까지 사업이 참 힘들었습니다. 사교성이 좋아서 사람을 많이 사귄 것도 아니고, 내성적인 성격에 오로지 일만 해서 여기까지 왔지요.” 노 대표는 “삶의 사이사이에 고통도 많았다”며 “큰 아이 돌 때는 집에 노란딱지가 붙기도 했고 집도 날려봤다”고 회고했다. “월세로 수없이 이사를 다니다가 새로 집을 산지 3년 됐습니다. 숨 좀 펴고 살만한 지 딱 3년 된 셈이죠.”

땀과 노력만으로 천신만고 끝에 사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노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돈 쓸 일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월드비전을 통해 10년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5년째 어린이들을 후원해오고 있다.

▲착한가게 가입 이어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가입=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5년전 라디오 방송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좀 더 정기적으로, 적극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전화를 했다. 그 인연을 계기로 2012년 11월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272호로 가입했다. 한달 뒤인 그해 12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전국에서 228번째, 대전에서 7번째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조심스럽게 해왔는데 방법을 몰라 더 많이 하지 못했다”는 노 대표에게 공동모금회와의 만남은 '나눔의 문'을 더욱 크게 활짝 열어젖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처음 대전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연을 맺었을 때만 해도 공장이 자리를 잡지 못해 큰 돈을 낼 형편이 아니었다”는 노 대표는 “직원들 월급도 간신히 주는 형편이었지만, 내가 조금 더 열심히 뛰면 뛰는 만큼 직원들 월급도 주고 기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가입할 때도 한꺼번에 1억원을 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지만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의미있는 일”이라는 공동모금회 관계자의 제안에 가입을 결심하고 5년에 걸쳐 1억원을 나눠내기로 약정했다. 아너 클럽에 가입한지 햇수로 3년째, 1년에 2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약속대로 기부했다.

▲돈 기부에 이어 몸으로 하는 봉사까지=노 대표는 이제 돈만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너클럽에 가입하고 공동모금회에 약정한 2000만원을 보내고 나니 흐뭇하면서도 허탈하더라는 것.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공동모금회의 주선으로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인 사회복지법인 행복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서구 원정동에 소재한 행복원을 직접 방문한 노 대표는 면회객들이 오면 면회할 곳이 없다는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20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면회객들을 위한 면회장소를 만들고 커피기계도 장만해서 커피숍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행복원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커피기계로 바리스타 직업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게 노 대표의 바람이다. 노 대표는 이달말 쯤 행복원 내 면회장소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재능 기부로 작은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음악회에는 삼성하우징의 직원 전원은 물론 노 대표가 섬기고 있는 대전장로교회(담임목사 박용래)의 교인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오는 27일 오전부터 사랑의 짜장면 봉사에 이어 오후 2시 음악회를 열 예정이며, 대전지방경찰청의 정보화장비과 김태규 과장과 직원 10여명도 동참, 행복원에서 쓰는 장비들을 점검해줄 계획이다.

▲나눔 DNA는 부모님으로부터… 온가족이 나눔 활동=노 대표의 '나눔 DNA'는 부모님으로부터 타고 났다.

아버지는 “남을 이기려고 하지 말아라, 조금 손해본 듯 살아야한다”고 늘 말씀하셨고,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고향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으로 기증했다. 아내 역시 '나눔 욕심' 만큼은 노 대표에 뒤지지 않으니 부전자전에 부창부수이기도 하다. 아내는 평소 월드비전과 교회에 나가 도시락 봉사를 하고 있고, 딸과 아들도 어려운 아이들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도 평소 후원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 놓고 있는 노 대표에게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아이들의 미래를 키워주는 장학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다. 내년을 목표로 중·고등학교에 장학금 기부를 생각하고 있다. 제56회 공주고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는 노 대표에게는 동기회에서 1억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보람있는 추억이 됐다. 1995년부터 20년째 다니고 있는 대전장로교회의 교육관 건립을 위해서도 지난해 6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부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기부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마음의 여유가 곧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사가 곧 기쁨이기에 바쁜 연말에도 노 대표의 나눔행보는 더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내동의 독거노인 10가구에 이불과 쌀을 가져다 드린 것은 물론 18일에는 진잠동의 어려운 아동들을 위한 그룹홈도 방문했다. 19일과 20일에는 대정동, 원내동, 세동에서 연탄봉사도 할 계획이다. “지금도 빚이 있지만 이제는 먹고 살만하니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문을 열어주고자 한다” 는 노 대표의 거침없는 '나눔 행보'가 한파를 녹이는 따사로움으로 다가온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 정리=김의화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노선호 대표와 삼성하우징은
노선호 대표는 1964년 논산 연무대 생으로 연무대중학교와 공주고를 졸업했다. 1990년 당시 대전실업전문대학 행정학과(야간)을 졸업했고 한밭대학교대학원 CEO과정을 마쳤다.

현재 태원라이온스 이사와 대전건축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11월 '나눔' 공로로 대전시장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부인 이기억(47)씨와 사이에 천안한국기술교육대를 다니는 딸과 구봉고에 재학중인 아들을 두고 있다. 좌우명은 '믿음'과 '열정'이다. “최선을 다하려면 열정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 노 대표의 철학이다.

삼성하우징(대전 유성구 원내동 소재)은 고급 현관문을 전문제조하는 업체다.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에 쓰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현관문을 전문으로 제작한다. 노선호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있다. 1999년 3월 직원 3명의 소규모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직원이 10명에 이른다. 아낌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로'현관문'의 한우물을 판 끝에 관련업계에서 전국 수위에 꼽힐 만큼 튼실하다는 평이다. 현관문 관련 다수의 디자인 등록을 확보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도 추진하고 있다.



▲ 삼성하우징의 노선호 대표가 자체 제작한 현관문 10여개를 붙여 만든 전시장 겸 사무실 벽에서 기념촬영에 응했다.
▲ 삼성하우징의 노선호 대표가 자체 제작한 현관문 10여개를 붙여 만든 전시장 겸 사무실 벽에서 기념촬영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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