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 "돕기위해 더 열심히 뛰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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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 "돕기위해 더 열심히 뛰었죠"

12세 소년가장, 세계적기업 CEO로… 수십년 소리없는 봉사 주위 귀감

  • 승인 2015-01-29 14:15
  • 신문게재 2015-01-30 12면
  •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대전·충남 아너소사이어티클럽 (9)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원 중 오늘의 주인공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며 신화의 주인공이 된 박희원(66·사진) ㈜라이온켐텍 회장이다. 2013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15호 회원으로 가입한 박희원 회장은 충남대에 인재 양성 기금으로 10억원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 나눔의 손길을 펼쳐왔다. 열정이 넘쳐 흐르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자 구수한 입담의 소유자인 박 회장을 지난 23일 대덕구 문평동에 위치한 라이온컴텍 회장실에서 만나 아너소사이어티가 되기까지 살아온 지난 날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소년가장, 글로벌 중견기업 CEO로 성장하다

12살 까까머리 소년에게, 아버지는 돌아가시며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너를 믿고 죽으니 네가 가문을 일으켜라.” 아버지의 유언은 소년의 심장에 새겨졌다. 홀로 되신 어머니와 6남매의 형제자매까지,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떠맡게 된 소년은 삶의 고비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고 이제는 어엿한 글로벌 중견기업의 CEO로 우뚝 섰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많이도 울었다는 박 회장. 영화 속 '덕수'의 삶이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다는 박 회장에게 '아버지의 유언'은 '짐'이자 '힘'이었다고 한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듯이, 가족이라는 '짐'이 있었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10대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막노동은 물론 안해본 일이 없었다는 박 회장은 “어린 동생들 먹이고 가르쳐야지, 집안 꾸려가야지, 아프려고 해도 책임감이 있어서 아플 수조차 없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가난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박 회장에게 '나눔'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내가 형편이 되는 만큼 이웃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수십년 간 나눔 실천-마음도 밝고 좋아진다

40여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주변에 소리 소문 없이 봉사해온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고 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가입한 것도 그같은 마음에서였다.

“나눔을 실천하면 마음도 밝고 좋아진다”는 박 회장은 '지역과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면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널리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박 회장은 “알리지 않고 돕는 분들이 정말 귀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많은 분들의 참여와 동참을 위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알리는게 좋겠다는 모금회측의 간절한 권유에 어렵사리 수락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충남대에 10억원 기탁, 우림연구기업기금 조성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공부하기 어려웠던 아픔을 알기에 박 회장은 젊은 학생들을 위한 지원에도 열심이다. 충남대에 10억원을 기부했고, 박 회장의 기부로 조성된 우림연구기업기금을 통해 최근에는 충남대 학생들의 해외탐방을 돕기도 했다. 충남대 학생들은 겨울방학 기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한 러시아 횡단과 북유럽 마케팅 방안 연구, 동남아시아지역 FTA 현황 연구 등 다양한 탐방 주제를 실행하고 결과를 발표해 공유하게 된다.

박 회장은 “젊은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줘야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며 “용기와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학생들에게 특강하러 갈 때마다 나의 사례를 전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나눔 DNA'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아

어려서부터 가족을 건사하고 1973년 24살 젊은 나이에 라이온켐텍을 창업, 현재 18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기업 회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넉넉한 나눔의 마음을 잃지 않은 박 회장의 '나눔 DNA'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너나 없이 가난하던 어린 시절, 박 회장 집은 걸인들의 집합소나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더 못사는 사람들을 전부 도와주고, 동네 주민들이 버린 작업복을 빨아서 걸인들에게 입혀주었다.

박 회장은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것이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업을 키우고, 직원을 채용하면서 회사로 인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직원들에 대한 속깊은 애정을 전했다.

박 회장의 넉넉한 성품은 '라이온켐텍'이라는 회사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자를 뜻하는 '라이온'이라는 이름에 대해 박 회장은 “1982년에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라이온'으로 이름을 지었다”며 “당시 국제라이온스 중원클럽 회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면서 보람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그래서 '라이온'이라는 이름에 호감이 있었고 '사자'라는 동물의 성격도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사자는 백수의 왕이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도 배부르면 욕심 부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초원을 누빈다”며 “그런 사자의 느낌이 좋아 '라이온'이라고 이름짓게 됐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사자처럼 용맹하게 소띠 뚝심으로 사업

▲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이 오천만불 수출의 탑을 들고 서서, 42년 회사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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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이 오천만불 수출의 탑을 들고 서서, 42년 회사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자처럼 용맹하게' 42년 사업 인생을 걸어온 박 회장에게 '사업'의 의미를 묻자, “사업을 오래하는 것은 당장 투자를 하느냐 마느냐, 인수합병을 할거냐 말거냐의 문제보다도 결국은 자기의 걸어온 길에 대한, 보람있는 삶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사업은 자기를 위한 시험무대이자 하루 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큰 목표를 갖고 긴 시간 꾸준히 가야 한다”는 박 회장은 일희일비하기보다 '소띠'다운 뚝심으로 사업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2013년 1월 초 연간 41만장을 생산하는 인조대리석 생산라인이 전소됐을 때, 업계에서는 쉽사리 재기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팽배했다. 그러나 라이온켐텍은 보란듯이 2~3개월만에 생산을 재개했고 연간 100만장에 달하는 인조대리석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

당시 절박했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힘에 대해 박 회장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거래처와 쌓아온 '신뢰' 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업에서는 신뢰가 중요

특히 사업에서 '신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박 회장은 “우리는 인생에서 돈만 저금을 해놓는 게 아니고 귀한 자료와 정보를 친한 사람에게 저금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같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느냐, 주변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며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사람을 사귀되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터리는 한번 방전되면 끝이지만 사람의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박 회장은 “사람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큰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회장은 그렇기에 나눔에는 '통큰 기부'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회사 경영에서는 '볼펜 하나'에까지 신경을 쓴다.

“직원들이 결재를 하러 왔다가 볼펜을 놓고 가면, 사무용품을 절약하지 않는 것 같아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제가 알고 보면 속이 좁은 사람이거든요(웃음). 그런데도 직원들이 싫어할까봐 그 앞에서는 말을 못하죠. 직원들이 놓고 간 볼펜을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돌려줍니다.(웃음).”

박 회장은 “볼펜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작은 것을 아끼면서 성실했던 사람이 큰 일을 맡겼을때도 그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망원경처럼 멀리 바라보고 현미경처럼 세심하게 현장을 보듬으며 다져온 사업. 그렇기에 라이온켐텍은 2013년 화재 뒤에 더욱 견고해졌다. 비온 뒤 땅이 굳듯 올해 매출 13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글로벌 4위 업체로 당당히 대기업과 맞서고 있는 성공한 기업인. 넉넉한 품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활동에도 열심인 기업인으로서 박 회장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영화 국제시장 속 덕수처럼, 이렇게 묻고 있을듯하다. “아버지, 저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사자처럼 용맹하게, 소처럼 꾸준하게, 치열하게 살면서 가족을 보듬고 이웃까지 도와가며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낸 12살 소년. 그 소년은 이제 코스닥 시장에 기업을 상장시키고 합성왁스와 인조 대리석 부문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향해 달려가는 장인이 됐다. 큰 나무 그늘과 같은 박희원 회장의 나눔에 대한 행보는 오늘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박희원 회장은 누구

1949년 대전 출생. 충남대 경영대학원 제23기 수료, 충남대 산업대학원 제1기 수료, 충남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제3기 수료, 충남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 제11기 수료, 충남대 최고위 평화안보 정책 제1기를 수료했고 충남대에서 명예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지구 최연소 부총재를 역임했고, 대전승마협회 회장, 대덕이업종교류연합회 회장, 대전상공회의소 상임위원, 건양대 사회교육원 겸임교수, 대전충남중소기업이업종 교류연합회 회장,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세청 세정자문위원, 충남대 경상대학 겸임교수,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수상 경력은 2006년 대통령상, 2007년 대전경제과학대상, 2012년 기획재정부 장관상, 2012년 금강환경대상 특별상, 2013년 투명경영대상, 2014년 한국창업대상(첨단기술분야), 대통령 산업포장, 대전시 매출의 탑 수상(1000억부문) 등이 있다.

▲(주)라이온켐텍은 어떤 회사

▲ 대덕산업단지 내 (주)라이온켐텍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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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산업단지 내 (주)라이온켐텍 전경.  
42년 역사의 (주)라이온켐텍은 인조대리석과 합성왁스를 제조하는, 화학분야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1973년 새한화학공업사로 출발, 세계 네 번째로 폴리에틸렌 왁스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세계 두 번째 폴리프로필렌 왁스 개발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왁스를 대체해 왔다.

수출 5000만 달러,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우량기업으로 인조대리석은 국내 3위의 시장점유율, 합성왁스는 국내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3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정리=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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