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당선인의 그릇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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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당선인의 그릇론

  • 승인 2016-04-13 15:23
  • 신문게재 2016-04-14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옹기<사진>에는 지역차가 있다. 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에서는 아가리를 좁혀 수분 증발을 막는다. 기온이 낮은 중부 지역의 옹기는 아가리가 넓다. (동물의 입을 '주둥이'라 하는 것처럼 '아가리'를 그릇의 입, 입구에 쓰면 비속어가 아니다.) 영남과 호남의 옹기는 배가 불룩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 옹기의 배는 홀쭉하다. 충청도 옹기는 밑이 좁고 입이 넓고 높은 편이다. 형태는 뚱뚱하거나 날씬하지 않은 중간이다.

이 얘기를 지금 지역적 정치 성향과 연결시킬 의향은 없다. 용도에 주목하다가 장독대에, 물을 담는 물독대에 관심 갖게 된 것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물의 용도다. 남산에서 흐르는 주작수로 머리를 감고 백호수는 약 달일 때 썼다는 기록이 있다. 삼청동 뒷산에서 받은 물은 청룡수였다. 방위별, 계절별로 물독이 달랐다.

물독, 장독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릇에는 '급'이 있다. 그릇은 그릇 자체를 말하기도 하고 사람의 급을 말하기도 한다. 사전에서는 그릇을 ① 물건이나 음식을 담는 도구, ② 일을 해 나갈 만한 도량이나 능력 등으로 정의해 놓는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다운 그릇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다. 유약을 발라 구운 오지그릇 같은 당선인이 있는가 하면 그냥 구운 질그릇 같거나 막 빚어만 놓은 당선인도 있다.

①의 의미일 때는 특히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찬그릇은 찬그릇에, 국그릇은 국그릇에 합당한 구실을 하면 된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아주 오래된 명제를 반박하며 자주 쓰는 논리가 '그중에서 좋은 놈', '덜 나쁜 놈'이라는 차선과 차악이었다. 그럭저럭 쓸 만하면 용서가 됐다. 뚝배기, 옴파리, 종발, 종지, 대접, 종두리, 아가리를 벌린 자배기 모두 나름의 쓰임새를 갖는다. 끓인 물을 식히는 숙우(熟盂)라는 다기처럼 특수 용도의 대접도 있다.

정치인의 그릇이라 하면 주로 실력과 경륜, 인품의 총합일 것이다. 자질과 능력이 출중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의 밥그릇만 추구하지 않고 국민과 지역구민의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까닭이다. 선택은 쉽지 않았다. 정책, 인물, 바람이 실종된 3무 선거를 탓하면서도 정당, 인물만 보고 찍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헷갈렸고 정책, 공약을 마음먹고 들여다본 유권자는 더 헷갈렸다. 입후보자 40%가 '전과자'라는 통계에 놀라지만 전과보다 무서운 것이 사실은 후과(後科)다.

후보자에게 선거의 목적은 당연히 당선이다. 정당한 절차라고 공익적으로 늘 최고선을 낳지는 않는다. 가치가 사라지고 절차만 남을수록 예기치 않은 변수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도량, 능력, 혜안, 소신을 갖추고도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표현인 '미치도록 훌륭한(Insanely great)'까지는 아니라도 꽤나 훌륭한 후보가 낙선하는 것 또한 상례다. 극소수 초경합 지역은 봄비에 당락이 엇갈렸을 수도 있다. '잠룡급' 중진들이 종횡무진 훑고 다닌 것도 변수였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정치는 지역적(All politics is local)임을 되새김하게 해준 선거였다.

정치가 '로컬'이든 아니든 이제 쏟은 물을 담을 차례가 됐다. 간장종지에 바닷물 같은 유권자의 열망을 담지는 못한다. 간장종지만한 그릇이 선택됐어도 그 그릇을 만든 옹기장과 사기장인 유권자의 전적인 책임이다. 변변한 그릇이라도 개밥을 담으면 개밥그릇이 되는 수가 있다. 쓰레기를 담으면 그 즉시 쓰레기통이다. 옹기 아가리가 넓은 동네, 좁은 동네, 중간인 동네 어디서나 뚝배기보다 장맛이 나은 당선인이 많이 배출됐길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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