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두레'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린 대전복지만두레의 활동모습. 대덕구 신탄진동 복지만두레가 지난해 9월15일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관내 독거노인 및 장애인, 노인부부 등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연세대 45가구에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송편, 불고기, 과자등을 직접 방문 전달해 안부를 살폈다. |
두레란 옛날 농촌에서 농사꾼들이 서로 협력해서 공동작업을 하는 풍속, 또는 이를 위해 마을이나 리里단위로 구성된 조직 즉 마을의 공동조직을 일컫는다.
어떤 사물에 있어 가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를 가리키는 현대의 둘레와 그 어원을 같이 하는 이 말은 ‘두루/둘圓, 圍+에(접사)’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위가 서로 두루두루 원만하게 협조한다”는 뜻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두레의 기원은 원시공동체에서부터 유래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는 동회洞會나 동제洞祭와 같은 씨족사회가 남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두레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조선 후기의 수도작手稻作 농업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 두레 중 마을이나 리 단위의 모임은 특히 ‘만두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만두레는 ‘세벌매기’를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두레는 농번기의 모내기에서 김매기를 마칠 때까지 시행된다. 모내기 뒤에 김매기는 모두 세 번을 하는데 초벌매기는 모를 심은 지 20일 만에 하고, 두벌매기는 초벌매기 15일 만에, 그리고 세벌매기(만두레)는 두벌매기 10일 만에 맨다.
일반적으로 모내기는 품앗이로 하고 논매기도 품앗이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벌매기인 만두레는 두레패를 조직해서 한다. 김매기도 여름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두레는 농사일만두레 또는 품앗이는 자작농가에서 한 사람 또는 두세 사람의 일꾼을 내어 두레꾼을 만들어 차례를 정해 들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레꾼의 점심이나 술 따위는 작업을 시키는 농가에서 부담을 하게 된다. 일이 많을 때 서로 협동해서 일의 능률을 높이는 공동작업이다.
전통 두레에는 우두머리인 행수 아래 머슴살이하는 기운이 센 미남인 숫총각으로 하여금 실무를 보게 했다. 숫총각은 마을에서 가장 무거운 들돌을 드는 장사라야 하고, 볏단이나 나뭇짐을 지어 나를 때 여느 머슴보다 갑절을 지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 숫총각의 품삯은 여느 장정의 갑절을 받게 마련이다.
해동하면 나경裸耕이라 하여 사나이를 벌거벗겨 성기를 노출시킨 채 쟁기로 밭을 갈게 하는 풍년기원 습속이 있었는데 바로 숫총각의 몫인 것으로 미루어 비단 행정대행자뿐 아니라 신명과 접하는 주술 대행자이기도 했다. 고대 신라의 화랑과 같은 구심점의 전통이 숫총각이랄 수 있다.
이 숫총각은 두레로 하여금 고아ㆍ과부ㆍ홀아비ㆍ홀어미 및 자식 없는 노인들의 농사를 짓게 해줄 뿐 아니라, 과부에게 짝지어 주는 약탈 때 과부를 업고 달리는 일이며, 병들면 둘러업고 의원을 찾아가는 일까지 도맡았다. 두레에 인력을 추렴 못하면 금품으로 대신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두레금고라 할 수 있는 사창社倉으로 마을 사람들 어려운 처지에서 구출하는데 쓰였다(이규태, 두레부활 참조).
인심이 날로 각박해지는 오늘날 이러한 만두레의 부활이 아쉽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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