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개헌, 주저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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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개헌, 주저할 일만은 아니다

  • 승인 2016-06-15 14:24
  • 신문게재 2016-06-16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말하고부터 개헌론도 빠르게 '론(論)'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이전에는 설(說)을 근거로 이치에 맞게 풀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설은 가정의 말이다. 미확인 정보도 설이고 가정이다. 천동설도 그랬고 지동설도 처음에는 그랬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설설 끓던 것이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이었다. 도-군-면-리, 시-구-동 등 3~4단계 행정체제의 축소론이 나왔지만 곧 '어린 백성'이 편리하게 길을 찾게 한다는 도로명 주소에 잠겨버렸다. 개헌론에 버무리고도 죽도 밥도 아닌 설로 내려앉은 경우다.

설로 격하시키는 명분은 늘 간단명료하다. 지금 핫이슈인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도 비효율성이나 절차의 신속성과 같은 구실로 처발라져 있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 이어 서산시의회, 홍성군의회, 금산군의회 등의 반대성명이 줄을 잇는다. 행정구역 경계 조정이 우리가 사는 공간적 단위의 최소한을 무시했다는 것이 소박한 진짜 이유다. 1949년 7월 4일 법률 제32호로 첫 입법이 될 때 부(府)를 시(市)로 개칭했지만 명칭과 지역의 역사성은 인정해줬다. 지방자치법을 116회나 고치는 동안에도 주민, 면적, 주권의 지방자치 3요소는 함부로 건들지 않았다.

법 이전에 정부가 이걸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면 반발이 따른다. 단순화해서, 지역이 최소한의 공간적 단위로 묶이면 지역성이라 한다. 행정구역 변경은 지역성의 변화와 맞먹는다. 관할구역과 경계는 지자체의 기본요소다. 지방의 자율성이 아무리 상대적인 '나이롱(나일론)' 자율성이라 쳐도 간소화를 빌미로 주민 의사에 반하는 반강제적 조정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자치관할권을 중앙의 논리로 직접 침해하려 한다면 위헌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런 한 자락에서 국회의장이 띄운 개헌 카드에 분권을 저해하는 헌법의 옷을 갈아입자는 논리의 숟가락을 얹고 싶어진다. 지방 입장에서는 각종 반대론과 속도조절론에 맞서 선제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비할 때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재정권을 법령의 범위에 집어넣으려는 판이니 헌법에서 단 2개인 지방자치 관련 조항마저 위태롭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헌법 전문에 못박으면 어떨까. 헌법 제1조나 2조쯤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이다'라고 화끈하게 명시하든지.

그리하여 개헌을 저 높은 정치담론의 높이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개헌은 정쟁 대상이 되겠지만 판도라의 박스처럼 위악적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옳지 않다. 물론…, 시기상조라며 터부시하고 성역의 울타리를 칠 시기는 지났다. 여야 간, 정당 간 공감하는 기류도 있고 시각차도 있다. “협치를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박지원)는 말까지 어쩐지 살갑게 들린다. 쉽지는 않다.

다른 어떤 중대 현안 못지않게 중요하기에 개헌의 용광로는 복잡다단하다. 공론화 과정, 추진 과정을 혼란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반기문 대망론의 맞춤형인 대통령-실세 총리 방식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까지 거론된다. 여기서 보듯 동상이몽은 필연적이다. 지방자치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와 개헌의 연관성, 불가피성의 보편적 의미가 살도록 지방이 먼저 전략·전술로 대비해야 한다. 문제는 30년 다 된 헌법이라는 데 있지 않다.

실질적인 민주주의 구축이나 정치와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힘든 게 문제다. 개헌론이 이제 불투명한 '설'이나 시비 판별과 현상 구별이라는 '론'의 단계를 훌쩍 넘어설 당위성이기도 하다. 주저하지 말고 이론과 학설과 가설적 위치에서, 또 '87년 체제'에서 벗어나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찾자. 설익은 듯 보이지만 제10차 개정 헌법의 실행과 착수의 시기, 적어도 공론화의 시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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