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세종시 국회 분원과 효불효교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세종시 국회 분원과 효불효교

  • 승인 2016-06-22 15:32
  • 신문게재 2016-06-2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효도와 불효가 반반씩 섞인 다리가 있다. 경주 남천에 흔적이 남아 경북도 기념물 제35호로 지정돼 있는 일명 효불효교(孝孝橋)가 그것이다. 홀어머니가 남천 건너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아챈 일곱 자식들이 “어머니가 밤에 물을 건너가시니 자식들 마음이 편치 않다” 며 다리를 놓았다는 지극한 효심이 간직된 다리다. 어머니에게는 효도가 작고하신 아버지에게 불효라는 데서 '효불효'라는 이름을 붙였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그 터를 답사하다가 들었던 갖가지 상념이 기억과 현실 속에 생생하다. 복불복, 행불행이 어깨동무하는 인간사, 민심을 두 쪽 낸 영남권 신공항 등 일련의 공약과 국책사업들, 그리고 국토 공간구조의 효율적 배분이 목적이면서 비효율의 표적이 된 세종시를 생각한다. 분할되지 않고 행정수도로 직행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비효율이다. 다수의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이 소수의 국회의원을 보러 이동하는 구조가 비효율성의 본질로 지목될 수 있다.

이 한 사안으로 단일화하면 답은 똑떨어진다. 세종청사 정부 기능만큼의 입법부 기능을 갖추는 것이다. 국회만 이전하면 서울청사에서 똑같은 비효율이 펼쳐진다. 남경필 경기지사 주장처럼 헌법을 고쳐 수도를 아예 옮기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며 생기는 비효율”은 해소된다. 다소 뜬금포 같은 발언의 배경이 가령 정책이 조직을 못 이기고 조직이 바람을 못 이긴다는 정치적 계산,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남 지사의 발언을 지지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수도 이전용 '원포인트 개헌' 아이디어를 냈다. 여당 친이계의 비효율 주장에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수도는 서울이다.” 2004년 관습헌법 체제를 깨려면 개헌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두는 규정을 국회법에 신설하면 수도 분할론에서 자유롭고 과도기적 충격도 면할 수 있다. 세종시 발전 과정은 거대한 비효율에 맞서는 사회·의식체계의 혁신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쉬운 길로만 갈 수는 없다. 임시 제2회의장보다 세종청사 부처에 대응하는 해당 상임위원회와 입법 지원 조직이 이전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복잡하니 덮자고 한다면 비싼 밥 먹고 체할지 모르니 안 먹는 게 효율이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세상사는 효율과 비효율, 딱 두 특성이라는 이는 극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버나드 쇼였다. 효율적인 사람과 비효율적인 사람 두 부류로 본 것도 그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진짜 비효율은 과포화된 서울이다. 남 지사의 예단처럼 “경기도 인구가 2020년 1700만명이 되고 인구 60%가 수도권에 몰린다”는 상태가 진실로 비효율인 것이다.

세종시가 물론 유토피아를 품은 철학적 이상도시는 아니다. 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국가를 상상의 공동체(이매진드 커뮤니티)로 규정한다. 세종시는 그런 눈으로 보면 수도권 일변도 타파의 끈끈한 이미지를 공유하는, 출범한 지 5년이 될락 말락한 현실의 신도시다. 그 천년대계의 다리를 오가며 늦은 밤 오송역에서 내리는 넥타이부대, 간간이 지역주민의 눈총을 받는 통근버스 행렬에 만감이 뒤섞인다. 효불효교의 효도와 불효 양면이 있는 것처럼 효율과 비효율의 다리를 동시에 밟는 선구자로 보이기까지 한다.

효율과 비효율이 함께 있는 도시가 어떻든 세종시다. 국회 분원으로 해결 안 되는 비효율도 남아 있다. 개정안 발의가 곧바로 '본격화'는 아니다. 국회 분원 설치안은 19대 국회 때 이해찬 의원 등 46인 명의로 공동 발의했으나 자동 폐기됐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새누리당이 영남우리당,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민주당, 국민의당이 호남의당처럼 정치 지형도가 일부 바뀐 지금이 국회 분원 논의의 좋은 기회로 보인다. 지역주의의 상대 개념인 보편주의에 터잡아 비효율을 효율로 바꿀 다리, 효율이 비효율을 대체할 국회 분원이라는 다리를 놓자. 우리가 건너자. 지금이 그럴 때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2. 천안법원, 보관 중인 돈을 돌려주지 않은 60대 변호사 '벌금 2000만원'
  3. 천안시, 공무원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 특강
  4. 천안시, '손 씻기·위생관리' 수족구병 예방수칙 당부
  5. 천안직산도서관, '손 끝에서 살아나는 작은 세상' 운영
  1. 천안시, 26일 '제16회 작은도서관 학교' 운영
  2. 서산 해미천서 여중생 2명 익수 사고, 1명 끝내 숨지고 1명 회복 중
  3. 허태정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4. 제2나로우주센터 건립 위한 전국 후보장소 모집 착수
  5.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22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1차 브리핑이 예정된 가운데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태정 호(號) 노선을 가늠하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 등에서 드러난 민선 8기 민낯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허태정 인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지난 9일 가동 이후 인수위원장이 시행하는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엔 박정현 인수위원장, 이은구 부위원장, 박노동 운영간사 등이 참석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1일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업무보..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7월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국내 증시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에서도 3~5곳의 상장사의 주가가 1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2877개 상장사 중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42개, 코넥스 상장사 29개였다. 대전지역 소재의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개..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