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53. 동가홍상(同價紅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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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53. 동가홍상(同價紅裳)

야근은 싫지만…

  • 승인 2016-07-28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바람 한 점조차 인색한 실로 가혹한 날씨다. 푹푹 찌는 무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더욱이 고통스러운 건 야근을 하는 경우이다. 동료와 교대를 이뤄 심야에는 잠시 쉬는 짬이 있다.

그러나 꽉 막힌 지하 경비실은 오로지 선풍기 하나로만 더위와 싸워야 한다. 창문을 열면 약간 덜 덥겠으나 모기들이 이 틈을 놓칠 리 없다. 지독한 흡혈귀인 모기는 인정사정조차 없는 무뢰배이다.

아픈 것보다 참을 수 없는 게 바로 가려움증인데 모기는 그러한 증상까지 남기는 악한들이기도 하다. 에어컨이라도 하나 설치해주면 그나마 견디겠는데 그 또한 야박한 회사인지라 삼복더위엔 정말이지 죽을 노릇이다!

직원들의 업무능력 증강과 향상을 위해 낮에는 일부러 직원을 재우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고사하고 에어컨이라도 가동케 해준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늘 그렇게 업무 지시사항만 내려 보내며 닦달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을 찾아와 진정 애로사항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게 도리건만 그런 마인드는 경비원 경력 5년차인 입때껏 ‘그림의 떡’이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를 간과한 채 오로지 친절해라, 단정한 옷차림을 유지해라, 업무매뉴얼을 숙지해라 따위의 입에 발린 ‘잔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업무의 능률은 커녕 회사에 대한 충성도마저 반감되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튼 그제 밤에도 야근을 했다. 한데 어찌나 더운지 쉬는 시간에 잠시 누웠지만 흡사 정신이 팽이처럼 뱅뱅 돌아버리는 듯 더웠다. 등가죽은 방바닥에 쩍쩍 늘어 붙고 머리는 물레방아를 돌리듯 그렇게 어지러웠다. 하는 수 없어 궁여지책을 동원했다.

수건을 물에 적셔다가 내 몸을 나신(裸身)으로 바꾼 후 목 아래서부터 아랫도리까지 그 물수건을 덮는 방법으로 더위와 ‘투쟁했다’. 쉬지 않은 선풍기 바람으로 말미암아 물수건은 금세 건어(乾魚)처럼 말랐고 더위 또한 쉬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얼추 반죽음과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자마자 눈부터 붙였다. 겨우 눈을 뜨니 아들과 딸이 모처럼 집에 왔다. 반가운 마음에 같이 점심을 먹고 나자 아들이 금산군 추부면 소재의 ‘하늘물빛정원’으로 우리 가족 모두를 태우고 갔다.

지난 6월에도 찾은 바 있는 곳인데 당시엔 딸만 빠졌기에 다시 찾은 것이다. 날씨가 여전히 무더운 까닭에 당시보다 여행객들은 적었으되 장산저수지를 포위한 하늘물빛정원의 풍광은 여전히 산자수명(山紫水明)과 명경지수(明鏡止水)에 다름 아니었다.

비라도 시원스레 내려준다면 금상첨화련만 하늘은 인간의 그 같은 간절한 바람마저 무시하고 있었다. 어쨌든 잠시나마라도 가족 모두 나들이 겸 정신적 피서까지 이룬 어제였다. 휴가와 피서철이다 보니 여행이 잦은 때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뜻을 지닌 동가홍상(同價紅裳)의 가족동반여행이 훨씬 낫다. “회사에서 휴가 받으면 우리 식구들과 함께 근사한 데로 피서 가시자고요.”

아들의 고마운 말이 벌써부터 반가운 기다림의 여행 설렘으로 다가왔다. 징그럽고 무섭기까지 한 야근은 싫지만 이런 탈출구가 있음에 사람은 이 고된 세상을 그나마 살아나간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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