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55. 부악무선(富惡無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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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55. 부악무선(富惡無善)

있는 것들이 더한다지만……

  • 승인 2016-07-30 01:00
  • 홍경석홍경석
▲ 지난 1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연합 DB
▲ 지난 1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연합 DB


띠리리링~ “네, 선배님 웬일이세요?” “오늘 시간 되냐? 날도 더운데 삼계탕이나 한 그릇씩 먹자.” “좋지요, 언제 어디로 갈까요?”

“에... 지금이 (오후) 네 시 반이니까 한 시간 뒤 00삼계탕 집으로 와.” “알겠습니다!” 퇴근을 불과 30분 앞두고 마치 전광석화(電光石火)인 양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는 흔쾌히 식당에 나타났다. 그만큼 우리 사이는 격의가 없다는 방증일 터다.

이윽고 펄펄 끓는 삼계탕이 나왔다. “이렇게 더운 여름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랬다고 뜨거운 음식이 건강에도 좋아. 그나저나 휴가는 안 가냐?” “저는 휴가 없습니다. 선배님은 요?”

“경비원이 무슨 휴가가 있겠니?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은 의무경찰임에도 1년 3개월간의 복무기간 중에만 외박과 외출을 포함해서 무려 144회나 밖으로 나가 돌아다녔다더라. 하지만 미천한 ‘흙수저’ 출신의 나로선 고작 미천한 ‘개돼지’에 불과한 저급의 민중이니 그럴 짬이나 있겠니?”

“선배님은 기자스럽게 현실을 직시하며 냉소하는 말씀이 여전하시군요.” “한데 정작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 막상 자기 자신이 개돼지인 줄은 모르고 애먼 국민들 99%가 개돼지라고 발언하여 파면을 자초한 고위직 공무원의 마인드는 사실 우리 사회 상층부를 점유한 일부 식자(識者)들의 이심전심이 아닐까 라는 게 내 생각이거든.” “그야 그렇지만……”

“무료급식을 수십 년 동안이나 자비를 들여 실천하고 봉사한 광주직업훈련원 ‘사랑의 식당’ 원장님이 급식 봉사활동 도중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단다. 병원 측에선 폐기종 진단과 함께 인공호흡기에 연명하는 치료법을 제시했다더군. 하지만 허상회(81세) 원장님께선 그마저 ”내 치료에 쓸 돈이 있으면 급식 시설 운영비에 보태겠다”며 거부하곤 돌아와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내용을 보자니 감동의 눈물이 고이더구나.”

“정말 대단한 의인이셨군요!” “너도 그 기사 봤니?” “전 신문을 잘 안 봐서요…….” “난 구세대여서인지 몰라도 아무튼 지금도 인터넷으로의 주마간산(走馬看山)보다는 종이신문을 꼼꼼히 애독하는 중이지.

아무튼 그런 성자(聖者)에 반해 재산이 너무 많아 실제의 총액이 얼만지도 모를 롯데그룹의 장녀 신영자라는 여자의 뒷돈 챙기기(7월 26일, 롯데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신영자(74세)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과 백화점에 매장을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업체에서 뒷돈 35억 원을 받고 자신이 실소유한 회사에선 47억 원을 횡령하였다고 밝혔다.) 수법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서만 보더라도 실로 부끄러운 노욕(老欲)이 아닐 수 없다고 보아지는 대목이더라.”

“그래서 예부터 있는 것들이 더한다고 했잖습니까?” “맞아, 그래서 나는 이러한 류의 뉴스를 볼 적마다 문득 부악무선(富惡無善)이란 생각이 들어, 있는 자는 악하고 없는 사람이 도리어 착하다는.” “듣고 보니 선배님 말씀이 옳네요.”

사람은 누구라도 죽으면 겨우 공수래공수거인 인생이다. 그러하거늘 왜 그렇게 우둔한 인간은 자신의 직책과 직분에 편승하여 아들까지 제 아비에 버금가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누리도록 하여 세인들의 지탄을 받는 것일까.

또한 자타공인의 재벌 아비를 둔 덕분에 그 집안의 ‘금수저’ 장녀로 태어났음에도 물질적 욕심에선 결코 자유롭지 못한 처세로 일관하다 급기야 울며불며 구속된 롯데가(家) 장녀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개와 돼지는 체면을 몰라도 된다. 그렇지만 사람은 다르다.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뜻한다. 따라서 체면이 없는 자는 사람 축에도 못 끼는 법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모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그만큼 예의와 염치는 우리의 삶에 있어 여전히 가장 큰 덕목을 점유하고 있다 하겠다. 백범 김구 선생 역시 삶에 있어 인간이라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최상의 덕목으로 예의와 염치를 꼽으셨다.

자격미달의 사람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분류하며 자기 자신만이 잘 낫다고 경거망동을 하는 짓거리를 보자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그야말로 ‘뚜껑이 열린다’. 확~ 그렇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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