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비친 충청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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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비친 충청대망론

  • 승인 2016-08-10 13:11
  • 신문게재 2016-08-11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계파 구도가 뚜렷한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특이점을 들라면 보수여당의 호남 출신 당대표 선출과 충청권 약진이다. 선거공학적으로 비박(비박근혜)계의 단일화 효과에 저항하는 친박표 '집중투표' 성향이 도드라졌다. 새누리의 선택은 놀랍게도(?) 박심(朴心)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정현 대표는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을 20%포인트 남짓 따돌려 친박계 적자임을 각인시켰다. 그럼에도 6두품이 성골, 진골이 됐다고 케케묵은 골품제 코스프레(분장놀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선거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경천동지할 이변은 아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정현 후보가 선두였고 현역 의원 조직력이 6.5 대 3.5 정도로 앞선 친박계가 전략적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덕을 톡톡히 본 충청권의 이장우·최연혜 의원,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도 친박계다. “집사람이 서천, 장모가 서산 사람이니까 충청의 사위”라는 조원진 당선자는 진박 감별사요 친박 선봉장이었다. 비박계는 '꼴랑' 강석호 의원 혼자다. 중도 성향인 정용기 의원이 입성하기 벅찬 판세였다.

이제 전당대회 이후 주목할 포인트는 미래 권력인 대권주자 기상도다. 충청권에 한정하면 충청대망론의 표면화일 것이다. 이 역시 선거공학 문제지만 충청(반기문 출생지)+대구·경북(새누리 정치 기반)에서 호남(이정현 지역구)까지 부분 확장된 삼각구도를 그려볼 수도 있게 됐다. 그것이 다는 아니다. 대망론이 환상 아닌 실체를 띤 현상이 되려면 극복할 게 더 있다. 반기문 총장의 정치력 검증도 그 하나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가 이집트 국민 마음에 꽂혀 덜컥 정계 입문했다가 정치적 빈곤만 드러낸 이력을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실패 이유는 취약한 국내 기반과 본인의 정치 역량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충청인의 '마음'이다.

선거철이면 민심 기행에서 잘 인용되는 책이 '충청도의 힘'이다. 작가 남덕현은 최근 후속작 '슬픔을 권함'에서도 감칠맛 나는 충청도말을 선보인다. “개 팔러 가셔요?” “맥일 만치 먹였으니께.” “어미젖은 뗀 모양이죠?” “먹일 만치 먹었슈.” “얼마나 받으시려구요?” “맥인 만치 받으야쥬.” “사료 얼마나 먹이셨는데요?” “큰 만큼 맥였겄쥬.” “여기서 얼마나 더 클까요?” “먹는 만치 크겄쥬.” “어르신은 연세가?” “먹을 만치 먹었슈.” 일상에서 똑떨어지는 대답으로 극찬할 일인데 대선 국면에서 어필할 것은 똑똑한 대답이다. “한 번도 안 해봤다. 우리도 해보자”라는 능청으로는 대국민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망론이 패망론이 안 되려면 전체와 귀결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어법이 돼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의 다른 내막은 충청 출신의 약진과 동시에 PK(부산ㆍ경남)와 수도권 전멸이다. 계파로 당선됐을수록 계파 패권주의를 버려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일렀듯이 말(馬)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해서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친박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는데도 반기문 그 밖의 당내 주자가 비박 성향인 만큼 주도권 경쟁은 불을 뿜어댈 것이다. 4개월 전의 총선 민의와 현실 정치의 간극, 2014년 7·14 전당대회 이후 2년 만의 지도부 장악과 당을 이끌어가는 일 사이의 간극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언제라도 시베리아 벌판처럼 싸늘해지는 것이 표심이며 민심이다.

막 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충청대망론의 가늠자가 됐지만 제비 한 마리에 봄이 왔다고 단정하는 오류는 늘 조심해야 한다. 충청 출신 친박 주자 2명의 당선으로 일단 반기문 꽃길을 다진 듯 보여도 봄은 생각처럼 쉽게, 홀로 오지 않는다. 유력 대선 주자군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도 있다. 충청대망론이 진화할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민주의 8·27 전당대회를 지켜볼 차례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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