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68. 무릉도원(武陵桃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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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68. 무릉도원(武陵桃源)

더위도 마음먹기 나름

  • 승인 2016-08-12 01:0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너무 더워서 사망 일보 직전입니다.” 동료이자 후배인 H에게서 온 문자메시지였다. 나는 즉시 답신을 보냈다. “난 아예 죽어서 저승에 왔다네. 그리고 지금은 염라대왕이랑 바둑 두고 있네.”

H는 다시금 문자를 보내왔다. “거긴 여기처럼 안 덥나요?” 나는 한 술 더 떠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발송했다. “그래서 이번엔 시원한 바다 속 용궁으로 이동하여 용왕님과 한 잔 하고 있다네. 싱싱한 생선회가 지천이니 자네도 올 텐가?”

이쯤 되면 농담도 가히 수준급 아닐까.(^^) 농담(弄談)은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팍팍하고 무덥기 그지없는 올여름처럼의 가혹한 폭염 때 동원되는 농담은 때론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경우도 없지 않다.

예컨대 에어컨이 없어 구닥다리 선풍기 하나로만 더위와 싸워야 하는 지하 1층의 경비실을 농담 한마디론 금세 북극의 빙하(氷河)로도 치환할 수 있는 때문이다. “오늘도 더워서 근무하기 힘드시죠?”라는 문자가 오면 “아녀, 여긴 북극이라서 되레 춥거든! 자네도 어서 오게나. 단, 너무 추우니 반드시 이부자리를 챙겨오도록.”

나는 직업이 경비원이다. 한데 워낙에 박봉인지라 투잡을 하지 않으면 당최 당면한 빈곤에 대한 방책이 없다. 그래서 언론사와 기관 등에 글을 써 보내는 시민기자와 리포터 등을 병행한 지 오래다. 여세를 몰아 작년 말엔 생애 첫 저서를 발간했다.

올 가을엔 2집의 출간이 목표인지라 야근을 할 때도 집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야근은 짝을 이뤄 둘이서 근무하는데 일정시간 동안 지상 1층의 안내데스크와 지하 1층의 경비실을 번갈아가며 지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 경비실이 마치 한증막처럼 덥고 꽉 막혀서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란 것이다. 이런 사정을 파악하여 사측에서 진즉 에어컨이라도 달아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랴만 지금으로선 그림의 떡일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우리 경비원들 여섯 명이 갹출한 돈으로 중고에어컨이라도 사서 달자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아무튼 그렇게 무더운 지하의 경비실이긴 하되 가을이 가까우니 그나마 다행이다. 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가을 역시 짧다.

그리고 그 뒤론 엄동설한이 다시금 성큼성큼 진군할 게다. 언제부턴가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는 느낌이다. 추우면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더울 땐 도무지 해법이 없는 때문이다. 적당한 농담은 팍팍하고 고단한 일상에 있어 때론 시원한 생수 노릇까지 하는 법이다.

“오늘은 근무하시기 어떠세요?”라는 문자가 H에게서 또 오면 이번엔 이렇게 응수할 요량이다. “응, 아주 좋아! 여긴 바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거든~”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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