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그냥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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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그냥 충청도

  • 승인 2016-08-17 13:45
  • 신문게재 2016-08-18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JP(김종필). 이 이름은 정치인 영문 이니셜(머리글자)의 효시처럼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약칭은 JFK(존 F. 케네디), FDR(프랭클린 D. 루스벨트), LBJ(린든 B. 존슨)처럼 미국 본토에서도 쓰였다. 우리가 배운 건 TN(다나카), NS(나카소네) 등으로 정착시킨 일본 정치부 기자들 쪽이다. 이런 이름들은 정치적이다.

YS(김영삼), DJ(김대중)의 약칭도 대선을 1년 남긴 1970년 정치적으로 입에 오르기 시작됐다. IJ(이인제), MJ(정몽준), DY(정동영), CY(정주영), MB(이명박) 친형 SD(이상득)는 스스로 간절히 불리길 원했다. 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누가 GH(그레이트 하모니)로 붙여줬다더니 당선 이후 KH(근혜)로 적지 말라고 특별 주문했다. 그러나저러나 안 쓰길 잘했다.

기업의 영문 약칭 개명에도 정치성이 내포돼 있다. 국제화니 뉴미디어 시대 포용 어쩌고 하는 명분도 있지만 세력 과시용이 적지 않다. 지방은행 중에는 BNK금융지주의 부산은행이 눈에 띈다. 지역정서를 자극한다며 부산의 BS를 피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정치적으로 부산은 PK(부울경) 땅이다.

지역을 부르는 약칭이 가장 정치적이다. TK의 탄생도 영남 대 호남 구도를 전제로 한다. 충청은 없었다. TK는 1970년대 동아일보 김진현 논설위원이 사설 집필 중 창작했다는 말을 듣고 좀 유연한 연고주의로서 '충청도' 이니셜을 잠시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후보자의 출신지, 정당 기반 지역, 후보자 소속 정당의 상징 지역이 고려되는 선거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의 결합이다. 그 유불리를 장담하지 못해 만들지 않았다.

주류 정치세력으로 충청권이 관심권에 들어온 지금이 적기라고도 말한다. 그러기도 하지만 충청대망론이 반드시 공고한 것은 아니다. 뜯어보면 새누리 이정현, 더민주 김종인, 국민의당 박지원 등 비상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여야 3당 대표, 정세균 의장과 심재철·박주선 부의장 등 국회의장단에 호남 출신이 포진해 있다. 호남 바람이 만만찮다.

다른 지역과 역학관계에서도 아직 '충청 삼국지'가 아니다. 2002년, 2012년 초접전의 대선에서 충청권이 선택한 후보(노무현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다. '충청권 벌떼 출마론'을 펴지만 15대 대선 때 이인제가 등장해 충청 표의 집중력 분산을 가져왔다. 뒤에는 자민련 퇴조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지역연합도 좋지만 평등한 경쟁관계가 바람직하다.

충청 표심은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에,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에 쏠렸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과 이회창 사이에 있었다. 표심이란 마치 주자(朱子) 말씀과 같은 것이었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옅은 지역색은 장점이지만 대권 장악력에선 단점도 된다. 지역민심부터 잘 읽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대전세종상생연구협의회의 DS(대전·세종) 표현에 주목한 일이 있다. 순수한 의도지만 그렇게 명명되는 순간, 지역명은 정치 용어로 화한다. 정치 세력화, 확장성 면에서는 성배도 독배도 될 수 있다. 영남권 내의 TK와 PK(부울경)의 정치적 분파 색채나 TK 정권의 PK 소외를 보면 안다. 약한 연결관계의 강점(Strength of weak tie)이 또한 단점인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내부 분열의 부작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이 계급과 이념보다 막강한 우리 현실에서, 더구나 파괴도 창조도 되는 가능성의 예술인 정치판에서 DC, DS는 기존 이름을 못 뛰어넘는 결과를 낳는다. FC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GE가 제너럴 일렉트릭을 못 넘는 것과 같다. 지역 이니셜은 앞으로도 안 만드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그냥 '충청', 그냥 '충청권'이 좋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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