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83. 부개불폐(夫開不閉)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83. 부개불폐(夫開不閉)

어떤 보답의 눈물

  • 승인 2016-08-27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게티 이미지 뱅크
▲ 사진=게티 이미지 뱅크


주간근무 하루에 이어 이틀 연속 야근을 한다. 그러나 이후론 이틀을 쉴 수 있기에 여간 다행이 아니다. 따라서 부족한 수면의 채움과 동시에 에너지 축적 차원에서라도 쉬는 날엔 그야말로 철저히 쉬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해야만 다시금 시작하는 업무에도 지장이 없는 때문이다. 한데 내가 야근을 하자면 아내는 당연히 처량한 과부(寡婦) 아닌 과부 신세가 된다. 따라서 아내는 내가 없는 집에서 혼자서 자야 하는 까닭에 문이란 문은 죄 잠근다. 창문도 마찬가지다.

반면 내가 쉬는 날엔 안심이 되어서 그런지 문단속마저 허투루 하는 일이 잦다. 그러니까 이는 곧 부개불폐(夫開不閉), 즉 남편이 집에 있는 날엔 문이 열릴 정도로 허술(夫開)하지만 반대로 내가 부재한 경우엔 조그만 틈새조차 막아버리는(不閉) 것이다.

그래서 ‘집안엔 남자가 있어야 도둑도 안 든다’는 말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하여간 이런 까닭에 여건이 충족된다면 현재의 경비원 직업을 던질 생각이다. 아내는 예전부터 몸이 약했다. 6년 전에 선친의 산소 이장이 있었다.

그래서 서울의 딸을 미리 불러내려 하룻밤을 집에서 재웠다. 이튿날 아침에 같이 천안에 갔다. 당시 아들은 모 기업의 신입사원이었으며 계속하여 야근 근무인지라 차마 오라고 할 수 없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사촌동생들과 숙부님, 그리고 숙모님께서도 한 차를 타고 오셨다.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정성의 제사 음식을 만들어 오신 숙모님이 새삼 감사했다. 이윽고 선친의 유골은 발굴되었고 장묘사업을 하는 사장님은 “이제 홍성의 화장장으로 가야 하니까 어찌 보면 지금이 망인과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러니 아드님께선 곡(哭)을 하세요. 그리고 유가족들께선 망인의 유골이 담긴 함을 손으로 가볍게 어루만져 주세요”라고 했다.

장자답게 나는 금세 “아이고~” 곡을 시작했다. 딸이 선친의 유골 앞에서 절을 하자 급기야 통곡 일보 직전까지 가는 오열의 바다에 함몰되고 말았다. “제가 홍성까지 가서 모든 걸 마칠 테니 그만 돌아가세요.”

숙부님과 숙모님에 이어 딸도 먼저 보내고 홍성으로 갔다. 그 즈음 천안과 더불어 인근의 아산과 예산에도 화장장은 없었던 까닭으로 홍성까지 간 것이었다. 화장장에서 차례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던 중 집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점심은 먹었어?” “아니, 근데 시아버님 이장은 잘 된 겨?” “응, 지금 홍성에 와서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여.” “숙부님과 딸은?” “늦어질 듯 싶어서 먼저 가시라고 했어. 아무튼 잘 마치고 갈 게.”

순간 아내는 복받치는 설움을 제어치 못 하고 흐느끼는 게 아닌가. “에이그~ 고생만 하시다 가신 걸 떠올리자면 지금도 내 가슴이 미어져! 내 몸이 성하기라도 했어야 같이 갔을 것을.” 대저 눈물이란 건 내가 울면 상대방도 금세 반동의 부메랑으로 전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바람에 겨우 꾹 참았던 내 눈에서도 닭똥 같은 눈물이 다시금 마구 흘러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같은 오열은 비록 몸이 아파 동행하지 못 한 아내이긴 했으되 여하튼 평생을 홀아비로만 사시다가 세상을 뜨신 시아버지에 대한 어떤 연민과 그리움의 연유가 그 까닭이지 싶었다.

또한 지아비인 나를 향한 아내의 갸륵한 정성이 돋보이는 것이었기에 그 눈물의 의미는 자못 무겁고 깊을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그날 아내는 ‘날 위해 울어준 여인’이란 이미지를 새삼스럽게 각인해 주었다.

모든 걸 마친 뒤 헛헛한 마음에 만취하여 겨우 귀가했지만 나를 반기는 아내를 보는 순간 와락 껴안았다. “여보, 날 위해 울어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아내가 그처럼 날 위해 울었던 것에 대한 보답(?)을 한 건 재작년이다.

꺼려왔던 허리수술을 대학병원에서 받은 아내는 보름 이상 입원했다. 그런데 통증이 어찌나 심했던지 고통을 못 이겨 우는 날이 잦았다. 그런 아내를 보자면 나 또한 같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여보, 정말 미안하오! 내가 무능해서 당신이 밖에 나가 돈을 버느라 그만 몸이 망가진 걸 내가 어찌 모르겠소? 어서 쾌차하세요. 앞으론 내가 다 하리다!’ 허리수술에 이어선 어깨시술을 또 받아야 했다. 그때도 아내는 너무 아프다며 울었다.

나 역시 당연히 따라 울 수밖에.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하여 여간 감사한 게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극장엘 가도 한 시간도 안 돼 허리가 아프다며 일어서는 통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집안에 아픈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이는 가족 전체에 엄청난 걱정과 우울 따위의 반향을 수반한다. 그래서 아프지 않는 것도 복이라 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내 몸이 정상이 아니어서 걱정이다.

어깨가 나빠져 두 달 이상 병원에 다니고 있음에도 당최 차도가 안 보인다. 그럼에도 아내가 걱정할까 봐서 “많이 좋아졌어”라며 거짓말을 하는 중이다.

돈이야 없다가도 벌면 되지만 건강은 그렇지 않다. 아내가 늘 건강하길 소망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3.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4.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5. 세종시의 5월이 뜨겁다… '전시·공연·축제' 풍성
  1.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2.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3. 국내 시총 '1조 클럽' 사상 최대… 회복 더딘 대전 기업 '희비'
  4. 한국청소년연맹 대전·세종·충남연맹, 제6대 모영선 총장 취임
  5. [지선 D-30] 충청정치 1번지 허태정·이장우 빅뱅…부동층 승부 가른다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