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96. 일구이언(一口二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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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96. 일구이언(一口二言)

동창회는 착각이다

  • 승인 2016-09-09 01:00
  • 홍경석홍경석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DB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DB

두 달에 한 번 동창회가 열린다. 그럼 만사 제쳐두고 참석하는 터다. 나이가 늦가을처럼 깊어지다 보니 그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재미가 쏠쏠한 까닭이다. 그렇게 참석한 동창회에서의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 동창회 카페에 올리는 것도 다 내 몫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동창회 카페는 얼추 적막강산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는 네이버 밴드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또 다른 SNS의 영향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도 동창회에 올릴 각종의 ‘사진사’ 역할은 꾸준히 계속할 생각이다.

신임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언론의 일방적 편파보도로 곤욕을 치렀다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이 졸업한 경북대학교 동문회 커뮤니티에 구구절절의 한탄성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여기서 그는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무시당한 것을 참을 수 없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ᆞ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김재수 장관을 임명했다.

그처럼 김 장관이 자신의 출신학교 동창회에 올린 글이 밝혀지자 분개한 야당의원들은 그를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까를 먼저 고찰해볼 필요성이 대두된다.

우선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그러한 ‘발언’은 일구이언(一口二言)의 전형적 비겁함이란 생각이다. 인사청문회에선 깍듯이 고분고분하더니 정작 그 과정이 지나고 나니 돌변했기에 하는 말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다시피 ‘일구이언’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 대하여 말을 이랬다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이다.

때문에 일구이언을 하는 경우 주변으로부터도 쉬 구설수에 오를 공산이 높아진다. 굳이 ‘남아일언중천금’이란 진부한 얘기까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더군다나 정부 고위직 인사의 그러한 일구이언은 세인들까지도 덩달아 손가락질을 하게끔 자초하는 일종의 자충수란 주장이다.

고루한 주장이겠지만 누구에게나 가파른 인생길은 축복 같은 시간만을 선물하지 않는다. 김 장관이 억울하다고 피력한 ‘지방대학’ 출신이란 편견 역시 바람직하지 못 했다. 그가 졸업했다는 경북대는 지금 역시도 대구와 경북의 으뜸대학으로 쳐주는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어떤 옹졸한 피해의식에서 거론한 울분의 SNS(동창회) 글 올림은 지방대 출신의 공직자는 물론이요 자신의 모교까지 싸잡아 욕을 보인 셈이 되고 말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동창회에 하소연 투의 글을 올려봤자 결국엔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만을 드러낼 따름이지 결국엔 말짱 소용없는 짓거리란 셈법이 도출된다.

이는 필자의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것인데 동창들이 동병상련과 끈끈한 우정으로 날 도와줄 것 같다는 건 모두 착각이란 주장이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마 호언장담했던 친구(들)는 그러나 마치 양두구육인 양 돌변하여 내가 언제 그랬냐는 게 이 비정한 사회의 어떤 단면이다.

마치 돈을 꿔갈 때는 애걸복걸하더니 정작 갚을 때는 아예 “배 째라”며 딴청을 부리는 것과 다름 아니란 것이다. 즉 내가 느끼는 만큼의 감동과 비애 따위를 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불거진 사기 피의자인 고교 동창과 부적절한 돈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모 부장검사의 ‘잘못된 만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출생시기가 비슷한 김 장관이나 나는 같은 처지(?)의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가 경북대학교 졸업에 이어 중앙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까지 경유한 반면, 지지리 못난 나는 고작 초등학교 졸업만이 학력의 전부다. 그렇다면 그는 그가 주장한 것처럼 ‘흙수저’가 아니라 최소한 ‘은수저’는 되는 반면 나는 여전히 무명소졸(無名小卒)의 ‘개수저’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꿀리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자신이 동창회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김 장관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뒤늦게 사과하는 또 다른 일구이언(一口二言)을 했다.

따라서 그의 일구이언은 마치 ‘침 뱉은 우물 다시 먹는다’는 속담까지를 연상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다.

다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대부분은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반면 타인에겐 야박하기로 소문이 짜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마저 예리한 ‘송곳질문’을 하지 않으면 과연 뉘라서 그리 하겠는가?

지난 2013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억한다. 거기서 그는 시종일관 자격미달과 함께 현안의 인식조차 못하여 의원들의 거친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지만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인사청문회 얘기가 나온 김에 부언하자면 현행 국회 인사청문회는 사실 의미가 없다. 의원들이 반대해도 정작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때문이다. 이런 요식적 행위에 불과한 청문회를 왜 자꾸만 고수하는 건지 초졸 출신의 이 무지렁이는 당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법을 바꿔 국회를 통과 못 한 인사의 고위직 임명을 근원적으로 막든가, 아님 유명무실의 청문회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다. 경북 경주의 교동 12대 만석꾼이자 9대 진사를 지낸 최 부잣집에선 대대로 자손들에게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이는 고위직일수록 말이 많고 힘도 들기에 그리했으리라 추측된다. 하여간 남아의 일구이언은 예나 지금이나 어질더분하기에 반드시 피하고 볼 일이다. 더욱이 필자처럼 ‘개수저’ 출신이야 사석에서 ‘입이 변소’라고 해도 다들 이해하겠지만 명색이 장관님까지 되는 양반으로서야 일거수일투족은 그야말로 ‘조심 + 또 조심’이야 기본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햇빛 아래서 똑바로 서면 그림자도 바르게 되지만 몸을 구부리면 그림자도 덩달아 구부러진다. 결론적으로 동창회는 착각이다. 그들은 처자식하고 먹고살기에 급급하지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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