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15. 고리정분(藁履丁粉)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15. 고리정분(藁履丁粉)

이러자고 담뱃값 올렸나?

  • 승인 2016-09-28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사진=연합 DB
▲ 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사진=연합 DB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첫 저서의 출간관계로 서울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열차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터여서 대전역을 빠져 나오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흡연자를 마치 범죄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한, 그래서 자린고비처럼 야박하기 짝이 없는 서울(역)이었다.

그와 달리 대전은 그래도 넉넉한 인심이 여전한 ‘충청도 양반’의 도시였다. 흡연을 허용하는 구역에서 쓰레기통을 마주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비로소 10%의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래, 잘 될 거야! 출판계약을 성공적으로 맺은 출판사의 사장님 말씀대로 앞으로 남은 건 책의 발간과 아울러 그 즉시 베스트셀러로의 진입이야.’ 커트라인을 상실한 그 같은 착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노숙자로 보이는 이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쓰레기통에 가득한 담배꽁초를 줍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담뱃값의 가파른 인상이 불러온 필연적 현상, 예컨대 돈이 없는 흡연자는 주워서라도 피워야만 하는 현실의 적나라함이 아픈 바늘 끝이 되어 폐부를 찔렀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다.

그래서 남은 담배를 그 사람에게 다 건넸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그 이가 내 마음을 더욱 후벼 팠다. ‘에이그, 댁이나 나나 담배를 어서 끊어야만 할 텐데 하지만 맘대로 안 되니 걱정이구려.’

지난해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외국계 담배 제조사 2곳이 세금 2083억 원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감사원이 9월 22일 공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말버러 담배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 갑 수준이었는데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말에는 전년도 동기 대비 24배에 달하는 1억623만 갑으로 재고를 늘렸다고 한다.

던힐 담배를 생산하는 BAT코리아도 2013년 말엔 재고가 전혀 없었지만 2014년 말에는 2,463만 갑의 재고를 보유했다고 했다. 이어 두 회사는 일종의 보관 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와 전산망까지 조작했단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를 악용해 미리 담배를 빼돌려 담뱃세 인상 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런 수법으로 필립모리스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이 1691억 원, BAT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은 392억 원으로 총 탈루액이 2,083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상식이겠지만 무언가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사재기 내지 인상 전에 미리 재고를 잔뜩 비축하는 것이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 수법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사례를 발표하면서 허위로 반출 재고를 조성한 두 회사에 탈루 세금 및 과소신고 가산세를 더해 총 2,921억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두 회사는 반발하면서 적극 소명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지만 이를 보는 소비자의 마음은 “이러자고 담뱃값 올렸나?” 라는 쪽으로 마음의 저울이 기우는 걸 제어하기 어려웠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는 명백한 고리정분(藁履丁粉)이 되는 셈이다. ‘짚신에 분을 바르는 것처럼 일이 격식에 맞지 않음’을 일컫는 이 사자성어는 담배의 갑 당 2천 원 인상이란 강수(強手)의 ‘후유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담뱃값의 인상 후 과거완 사뭇 달리 이젠 애고 어른이고 구별 없이 맞담배질을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담배가격을 올림과 병행하여 흡연자들의 공간인 흡연구역마저 마구 없앤 때문이다.

겨우 있는 흡연구역은 따라서 사탕을 던져놓으면 금세 꼬이는 개미들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한 연령타파의 어떤 해방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올해 40억 갑의 반출(소비)이 예상되는 담배의 세수(稅收)가 사상 최고인 13조 원에 달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국가재정에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는 흡연자들이거늘 정부는 여전히 그들을 토끼몰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건 흡연자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쉬 끊을 수 없는 건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고로 '담뱃값을 올리면 알아서 끊겠지'라는 정부의 강압적 인상은 결과적으로 ‘고리정분’의 무리수였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고리정분의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한국전력이 임직원 1인당 평균 2000만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 또한 국민들에게 ‘전기료 폭탄’을 터뜨리고 가져가는 윽박의 모양새다. 기상청의 지진 대응 매뉴얼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야간 지진 발생 시 밤에는 장관을 깨우지 말아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가 하면 기상청장과 차장에게는 지진 탐지 후 15분 내, 상급기관인 환경부 장·차관에게는 15분이 지난 뒤에 보고하도록 돼있다고 하여 국민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소위 골든타임의 상실은 물론이요 촌각을 다투는 지진피해의 특성 상 ‘상황 종료’ 후에야 정부의 책임자들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단 얘기 아닌가? 잘못된 건 고쳐야 한다. 정부의 국민을 상대로 한 각종의 가렴주구에 국민들은 뿔이 날대로 나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총동창회, 총학생회와 2만 학우에게 호소문 발표
  2. [현장취재]충남대학교 총동창회, 김정겸 총장에게 입장문 전달
  3. [현장취재]대전크리스찬리더스클럽 9월 예배
  4. 당진푸르지오3차 입주민, 투기꾼 탓에 추가 분담금 위기 맞자 '어깨띠' 매고 거리로
  5.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1. 한기대 생활관, 2026학년도 '관생의 밤' 성료
  2. 천안시, 청년층 '에이즈 예방·인식 캠페인' 나서
  3. 상명대, AI가 여는 콘텐츠의 미래…'충남 뉴콘텐츠 아카데미 특강' 성료
  4. 오라클피부과 천안쌍용점, 추석 맞아 천안시복지재단 4100만원 상당 화장품 후원
  5. 천안시청 좌식배구팀, 전국장애인체전 12연패 달성

헤드라인 뉴스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이너스통장 만기를 연장한 금융소비자들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른 금리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점수 901~950점 차주에게 적용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4.66~5.37%를 기록했다. 신용점수 951~1000점의 최고 신용등급 차주에게 적용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연 4.51~5.28%로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체 신용등급에서 평균 금리는 KB국민은행이 연 4.59%, 농협은행 4.93%를 제외하면 대부..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됐다. 일반대와 함께 전문대도 수시 1차 원서접수에 들어가 9월 30일까지 지원자를 받는다. 전문대는 전공교육과 현장실습을 연계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간호·보건과 반도체·인공지능(AI), 국방, 조리·제과제빵, 뷰티·반려동물, 문화콘텐츠 등 학과에 따라 교육과정과 자격 취득, 졸업 후 진로도 뚜렷하게 나뉜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진행하는 대전지역 전문대의 특성화 분야와 현장 중심 교육, 취업 경쟁력을 차례로..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1.5% 내려 평균 19만 6630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홍문표)는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18일 전국 22개 지역의 전통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에서 가격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4인 가족 차례상에 필요한 채소·과일·축산물 등 8개 부류 24개 품목이다. 결과를 보면, 평균 차림 비용은 지난해 추석 1주 전보다 1.5% 낮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어진 영향이다. 부류별로는 축산물이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반면 과일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