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18. 가수응원(歌手應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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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18. 가수응원(歌手應援)

가수 진성과 나의 동병상련

  • 승인 2016-09-30 16:12
  • 홍경석홍경석
▲ KBS 가요무대 화면 캡쳐
▲ KBS 가요무대 화면 캡쳐


‘국민 애창곡’은 얼추 국민 모두가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대중가요를 뜻한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필두로 남진의 ‘님과 함께’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이어 김수희의 ‘남행열차’가 그 뒤를 잇는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 입장임을 밝힌다.)

그리고 최근의 대세는 뭐니뭐니 해도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라고 할 수 있다. 한데 국민 애창곡이라고 한다면 멜로디도 좋아야 하지만 가사가 우선 맘에 들어와 꽂혀야 가능하다. 그럼 이 노래의 가사를 잠시 살펴보자.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 새벽부터 오는 눈이 ~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 못 오는 건지 ~ 오지 않는 사람아 ~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기적소리가 끊어진 걸로 보아 막차까지 다 와서 이제 더 이상 도착할 열차는 없음을 쉬 알 수 있다. 그럼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진성은 과연 누굴 그처럼 오매불망으로 기다렸던 것일까? 그 답이 지난 9월18일 방송된 MBC-TV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마침내 밝혀졌다.

진성은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어머니마저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비극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한 가정불화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헤어져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니 얼마나 고생이 막심했을까!

그럼에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진성은 자신이 유명한 가수가 되면 부모님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수를 꿈꾸게 되었고, 그 모진 세월을 지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머니였지만 지난해 그만 위암 판정을 받으셨단다.

길었던 헤어짐으로 인해 부모님이 밉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이해하게 됐다는 진성의 휴먼 다큐 스토리를 보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에 마음이 짠했다. 진성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기에 느끼고 겪어야만 했을 그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건 그 방면(?)에선 내가 그보다 ‘선배’인 까닭이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어머니는 내가 고작 생후 첫 돌 무렵 집을 나가셨다. 따라서 나는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어머니의 얼굴은 그 무엇으로도 그려낼 수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입때껏 “엄마” 내지 “어머니”라는 말을 꺼내본 ‘역사’마저 전무하다.

이처럼 극명한 슬픔이 잔존하는 까닭에 사무치는 모정(母情)이 그리워서라도 또래들보다 비교적 일찍 결혼했던 것이다. 만혼(晩婚)이 대세인 작금의 정서에서 보자면 깜짝 놀랄 법도 하겠지만 나는 불과 스물넷에 ‘아빠’라는 완장을 찼다.

이순도 안 된 나이건만 아들은 벌써 서른네 살이다. 근데 지난봄에 오빠보다 먼저 결혼한 딸과 마찬가지로 아들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수확이자 업적이라고 느끼는 터다. 이 두 녀석이 없었다면 나도 진즉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절대로 가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진성과는 달리 나의 인생 궤적은 사뭇 다른 셈이다. 아무튼 그랬던 그에게도 쉰을 넘긴 늦은 나이에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고 하니 퍽이나 반가웠다.

내가 진성의 노래 ‘안동역에서’와 아울러 그의 인간성까지를 좋아하는 건 그는 마치 나처럼 불굴의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사람이기도 한 때문이다. 그가 각고의 오랜 무명생활을 견뎠다면 나는 불학(不學)과 비정규직이란 그늘을 40년 이상 감내해 왔다.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가수(歌手)라는 직업은 험산준령의 무명시절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히트곡이 빛을 발하면 모르겠으되 그렇지 못 하면 어쩌면 평생을 고생과 가난의 가시밭길만을 점철할 수도 있다.

쏘아버린 화살보다 빠른 게 인생이라더니 꽃기운으로 활활 타던 내 청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메운 건 비영비영한 중늙은이의 무기력한 심신뿐이다.

며칠 전 친구 모친께서 위암으로 입원하셨다기에 고향을 찾았다. 병문안을 마친 뒤 또 다른 죽마고우와 생태찌개를 먹었다. 하지만 그 친구나 나 역시 치아가 부실한 까닭에 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아예 젓가락질도 할 수 없었다.

그 같은 현실에 우린 또 다른 동병상련이란 공감으로 마주 보고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수 진성 씨가 ‘안동역에서’로 부동의 트로트 스타가 되었듯 나도 출간 예정인 2집의 책이 소위 대박 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희망이다.

그리 된다면 최우선으로 치과부터 찾을 작정이다. 실로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스타의 자리에 우뚝 선 진성 씨의 앞날에 행복과 건강, 그리고 짝자그르한 인기몰이와 풍요만이 가득하길 응원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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