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 세계적인 맥주축제에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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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 세계적인 맥주축제에 입성하다

  • 승인 2016-11-02 15:59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공항을 타고 독일로 들어오는 날. 입국심사를 거치면서 처음 깨달은 교훈은 ‘영어를 전혀 못하면 자유여행 절대 오지마라.’였다. 독일 입국 심사는 꽤 까다로웠다. 영화나 시트콤에서 공항직원들이 "너 마약하러 왔어? 총기 소지했어?"라는 질문에 무조건 "Yes"라고 대답해서 잡혀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저런 얼토당토 않는 에피소드가 왜 있나 했는데, 독일 입국심사를 보니 조금 과장시키면 그런 에피소드가 나올 만도 했다.

“왜 왔어? 여행한다고? 45일이나 한다고? 어디어디 나라 가는데? 독일 어느 도시에 가는데? 숙소 예약 한 거 봐봐. 너 혼자 왔어? 직업이 뭐야? 45일 내내 혼자야? 리턴 티켓 보여줘. 아니, 여행 끝마치고 한국 돌아가는 티켓 줘 봐.”
난민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특히나 숙소나 돌아가는 티켓을 꼼꼼히 확인했다. 최근 일어났던 테러로 인해 더 엄격하고 꼼꼼하게 검사했다. 앞사람들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는 입국심사를 보면서 지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세세한 질문에도 긴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어를 못하는 것 같던 한 아저씨는 왜 왔냐는 유쾌하게 “옥토버페스트!”라고 대답했다. 엄지를 치켜들며 환하게 웃는 외국인에게 깐깐해 보였던 직원 또한 밝게 웃어줬다.
그래, 여기도 어쨌든 사람 사는 곳 아니겠는가. 애초에 이들도 엄청난 영어실력을 바라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 였으면 분명히 문제는 까다로워질 거고,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얘네들 한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보면 진이 다 빠질게 분명했다.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찾아온 뮌헨. 옥토버페스트의 첫 날, 비가 억수같이 와 한겨울 같은 추위가 엎쳐왔던 날이다. 이 날은 개막식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당 맥주 한 잔씩만 판매한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구한 동행들은 이미 한잔을 비웠고, 궂은 날씨 탓에 숙소로 돌아가니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옥토버페스트 외에 다른 일정을 짜지 않은 나는 갈 곳을 잃었다. 숙소 근처에 위치한 영국정원에 갔다. 하지만 비가 억수로 오는 정원은 냉기 가득한 풀밭일 뿐이었다. 겨드랑이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이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어쩌면 독일에서의 일정 동안 우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진 숙소위치 탓에 주위엔 시간 때울 까페 하나 없었다. 쉬기로 마음먹고 숙소에서 화장을 지우는데 한국인 2명이 들어왔다. 26살인 슬기언니와 슬언니.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슬기언니와 추석을 끼고 유럽여행 온 슬언니였다. 옥토버페스트 축제장을 구경하러 간다는 언니들 사이에 끼어 뒤늦게 옥토버페스트로 입성했다.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매년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축제장은 꽤 넓다. 각종놀이기구들이 있고 거리에는 기념품가게와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먹음직스런 가게들이 있다. 옥토버페스트는 텐트 8개로 이뤄져 있다. 각 텐트는 예약석과 비예약석으로 나눠져 있다. 사람이 많은 저녁시간대에는 비예약석에서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앉아도 되냐고 물어본 결과 헝가리 아저씨들이 끼어줘서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우리 3명인데 여기 앉아도 될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흥이 올라왔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다양한 국적들이 섞이다 보니 서로의 영어실력이 거기서 거기였다. 소통에 대한 부담감 없이 바디랭귀지와 함께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돈이 없었던 우리는 바로 독일 전통 옷을 샀다. 가격은 50유로. 한화로 00정도 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하루 25유로하는 텐트형 숙소였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사치였다. 그런데도 일말의 고민 없이 옷을 사러 들어갔다. 약 세 시간의 옥토버페스트는 그 정도로 강렬했다.

옥토버페스트에는 뮌헨시가 허가한 6개의 회사만이 텐트를 세울 수 있다. 아우구스티너(Augustiner), 하커 프쇼르(Hacker Pschorr), 호프브로이(Hofbräu), 호프브로이(Hofbräu)· 뢰벤브로이(Löwenbräu), 파울라너(Paulaner), 슈파텐(Spaten)이며 각 텐트마다 전통의상, 술의 맛, 분위기 등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텐트를 옮겨 다니며 각 텐트의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축제는 오전부터 시작해 저녁 9시면 정리된다.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저녁 일찍 마감한다 이런 사실이 한국인들에겐 낯설다.

하지만 해가 지면 술과 함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건 어디나 만국공통인가 보다. 오전과 낮 시간대에는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중앙에서는 밴드의 연주소리를 들으며 식사와 함께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 게 일반 적이다.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 있고 가끔 통로에서 춤추는 중년부부를 볼 수 있다. 오후 6시쯤이 되면 낮 시간대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코스튬을 입고 축제에 나타난다. 젊은 사람들의 비율이 많아지고 시끌벅적해 진다. 밴드의 연주도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의자에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더 신나진다.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텐트는 호프브로이. 스탠딩 테이블이 유독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드나듦이 자유로웠다. 정말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흥겨운 분위기와 술기운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의 얼굴은 선명하다. 처음 만났지만 모두 친구가 된다.


“나 맥주 다 마셨어.”
“그래? 그러 이거 마셔. 이제 네거야.”

8시쯤이 되면 다들 기분 좋게 취해있다. 겨우 한 잔을 다 비웠더니 다시 건배 제의가 들어온다. 빈 잔을 들며 맥주가 없다는 말에 캐나다 친구는 맥주가 꽉 찬 자신의 잔을 건넸다. 그러곤 옆에 있는 (그나마 양이 많고 깔끔해 보이는) 맥주를 슬쩍 가져온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유쾌한 친구들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서로의 잔을 훔치고, 훔침 당하다. 누가 누구의 건지도 모른 채,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맥주를 공유하면서 기분 좋게 취해갔다. 누가 서양인들은 깔끔 떤다 그랬나? 그들도 음악과 술이 있다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친구들이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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