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온정 사이

  • 국제
  • 명예기자 뉴스

냉정과 온정 사이

  • 승인 2016-11-03 11:03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17년 만의 슈퍼 엘니뇨.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북반구 나라들은 꽁꽁 얼었다.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하던 강설량은 많이 오는 곳은 미터로 재야 할 정도로 눈이 쏟아졌다. 추운 날씨 탓에 뉴스에는 연일 얼어 죽는 사람의 소식이 들린다. 아들을 토막 내 냉장고에 보관한 부모, 카드빚을 들킬까 두려워 남편을 청부살인 한 아내 등 기괴한 사건도 줄을 잇는다. 날씨가 자연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려 버렸나보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도 삭막해져갔다. 행인과 어깨를 부딪치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상을 쓰며 상대방을 노려본다. 겨울이 되면 빨간 종을 흔들며 이웃에게 사랑을 전했던 구세군 냄비는 날이 갈수록 가벼워졌다. 인터넷에서도 공격적인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소한 일에도 편을 나누며 싸우기 바빴다. 유행어마저도 팍팍하다. 조금만 싫은 대상이 나타나도 “000 극혐 (극도로 혐오한다)” 라며 비방한다. **충이라며 남을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길을 물어보시는데 잘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경계심이 먼저 든다. 짐을 잔뜩 들고 있는 행인을 봐도 도와줘야 된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대문을 잠그지 않아도 걱정이 없던 옛날과 달리 경비실을 다녀올 그 잠시 동안에도 문단속을 꼭 해야하는 지금이 답답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조그만 주택이 즐비할 때 보다 이웃의 수는 많아졌는데 더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친구라면 그저 조건 없이 함께 어울리고 놀았던 아이들도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으로 부를 측정하고 무리를 짓는다. 유치원생 때부터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친구하고만 놀라고 교육을 받는다.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그런 집 학부모들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순수한 우정 보다는 영악한 계산이 먼저이길 요구한다.

가장이 혼자 경제활동을 해도 살림을 하고 저축을 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살아가기 힘들다는 가정이 태반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풀 마음이 사라져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추운 겨울, 더불어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김유진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3. 대전우리병원, 혼합현실(MR) 기기 착용한 척추수술 첫 시행… 첨단 디지털과 의료 결합 시험무대
  4.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5.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2.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3.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4. 한국청소년연맹 대전·세종·충남연맹, 제6대 모영선 총장 취임
  5. [현장취재]박상도 대한노인회 대전시연합회장 미수 기념 회고록 <사랑의 발자국> 출판기념회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