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문화칼럼] 트럼프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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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문화칼럼] 트럼프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 승인 2016-11-16 12:34
  • 신문게재 2016-11-17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기-승-전-최순실·박근혜가 된 대한민국이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도 중대 변수다. 노암 촘스키 교수는 프렌들리 파시즘, 상냥한 파시즘을 경계하고 있다. 유사 파시즘 대책을 짜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우리는 트럼프를 정치·경제만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당선에 당혹스러웠던 것은 한미동맹이나 한미무역협정(FTA)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인의 신념이나 행동 체계로 미뤄 도저히 안 그럴 거라고 믿었던 문화의 공유성이 사라진 데 있다. 허망함의 근원이 이것이다.

그런데 미처 모르고 지나친 암시가 '트럼프의 억만장자처럼 생각하라'에 나온다. 레이건 대통령이 성공적인 대통령 후보였던 이유를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이 줄곧 레이건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영화배우가 무슨 실력이 있겠느냐는 선입견을 지적했다. 트럼트 역시 “부동산 갑부가 뭘 알아”라며 스타성에 애써 눈감은 세계인의 허를 찔렀다. 보수적인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보다 혁신적으로 비친 점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미국인에게 트럼프란 우리로 말하면 정주영, 이건희 같은 존재다. 또 다른 억만장자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나란히 '존경받은 미국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불과 4년 전이다. 정치가 결국은 말이고 글 아닌가. 남아 있는 트럼프 저서<사진>를 재독한 느낌은 새롭다. 미디어적 능력, 아찔한 언어 구사 등이 조금 더 이해되지만 눈과 귀가 의심되던 기억의 잔영이 깨끗이 가시지 않는다.

저서에서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려면 나처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류 언론의 '아웃사이더' 조롱까지 선거 호재로 삼은 트럼프답다. '군사학교에 가면 조교들이 얼굴을 바로 앞에 들이대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다.' 바로 이게 핵심이라며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이를 능가하는 트럼프의 막말이 받아들여졌다. '나쁜 사람(bad guy)', '아주 나쁜 사람(very bad guy)'이라고 마구 퍼붓고 홀로 살아남았다. “나는 뉴요커이다. 그러니 뉴요커처럼 말한다.” 대통령 트럼프도 가끔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할 거다. 품위를 잃을 때를 더 대비하면 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쓰기 싫어하는 계약서다.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는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는 쓰라고 조언하고 있다. 고작 몇 년 산 사람에게 전 재산을 줄 가능성을 피하자고 한다. 가족, 친구도 거래대상이며 그가 이끌 미국의 국제관계도 거래의 일종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도 미리 챙겨볼 수 있다. '사업가가 예스맨으로 주변을 채우는 순간, 그 기업은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는 '나쁜 파트너와 좋은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떤 대상에 두려움이라는 낙인을 한 번 찍으면 그 다음부터는 단순한 걱정거리들도 두려움으로 변해버린다.” 미국이 돌연 서부개척시대로 회귀한 건 아니다. 트럼프를 악재로만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악재다.

트럼프는 또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최고의 품질을 의미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책에서 말했다. 트럼프 브랜드의 셔츠와 정장이 최고의 품질을 추구했듯이 대통령직도 함부로 수행하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 주로 돈 버는 자랑이지만 10권의 책을 통해 필자가 해석해낸 트럼프는 그렇다. 충격은 충분히 받았다. 자연을 변형하는 데서 문화는 시작된다. 총체성, 축적성, 변동성을 가진 미국 문화도 변형되고 있다. 이제 트럼프의 미국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태세를 갖춰야 한다. 트럼프 목에 방울을 달 일이 생기더라도 피하지는 말자.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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