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 '박근혜의 부끄러움'을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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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 '박근혜의 부끄러움'을 볼 차례다

  • 승인 2016-11-23 12:44
  • 신문게재 2016-11-24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세종시 표지석도 부끄러우니 철거하라.” 박근혜 정권 퇴진 세종행동본부가 대통령 친필 휘호로 새긴 표지석에 시민 계고장을 붙였다. 순천시민들은 “간신 이정현 뽑아 국민께 부끄럽다”며 사과했고 여당 첫 원외대변인은 “정치하는 게 부끄럽다”며 사퇴했다. 촛불 민심에 한없이 부끄럽다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97%의 공무원들도 부끄럽다고 아우성이다.

2016년 겨울, 대한민국을 부끄러움이 화두처럼 뒤덮고 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누군가는 '샤이(shy) 박근혜'를 기다린다. 부끄러워 숨어서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나 브렉시트 때의 '샤이 토리'(Tory는 보수당)와 같은 숨은 지지율이 있다 해도 의미는 없다. 그걸 바란다면 부정률 90%를 보인 국민이 더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에 예외는 있다. 범죄 사실에 대한 의심(혐의)만으로 최고 통치자 자격을 잃고도 남을 대통령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기름 뺀 살코기' 같다는 공소장도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웠다. 청와대는 질색팔색 '사상누각'이라며 성숙한 시민사회와 검찰을 비웃는다. 대통령은 상황적응력, 결단력, 신뢰성, 활동성, 인내심, 자신감, 책임성 등 리더의 모든 자질을 잃었다.

선택지가 하야·퇴진, 탄핵이 전부인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남은 거라곤 지배욕이다. 안 그러고서야 자신의 말조차 씹고 검찰 수사를 거부하거나 '하야가(歌)'를 부르는 국민에 저항하진 않을 것이다. 초기 현상이 수줍음인 정서적 감정인 '샤이'로 이 기막힌 국민 감정을 묘사하기엔 너무 약하다. 영어 발음으로 굳이 옮겨 보자면 어쉐임드(수치스러운), 업셋(화난), 컨퓨스트(혼란스러운), 임배러스트(당혹스러운), 어노이드(짜증난)가 섞인 분노다. 내성적이고 수줍고 쑥스러운 '샤이'는 합당치 않고 보편되지도 않다.

피의자 입건이 된 대통령은 국민정서법으로는 이미 '범죄자 대통령'이다. 국민이 만들어준 대통령으로서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엄청난 실패의 도의적 무게만으로도 4·19혁명과 6월항쟁만큼 현상황은 준엄하다. 이제는 200명 탄핵 정족수를 겁내며 비박계 눈치를 보는 야당을, 그리고 충성했던 검찰을 딱 한 번 화끈하게 도와줘야 한다. 친박(보수가 아니다)의 마지막 할 일은 기본적인 신뢰마저 잃은 주군의 결단을 돕는 일이다. 대통령의 남은 직무는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일이다.

국민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방법이 없다. 그러니 국민 저항권에 저항하지 말고 절대다수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거덜난 경제를 살리자는 선의마저 환상적 이데올로기로 의심받고 있다. 최악의 부정부패 스캔들을 일으키고는 국민은 점심값 3만원 눈치 보며 먹게 만든 것이 법치였나. 대통령을 지낸 이상, 대통령이라는 인물(president)과 통치제도로서의 대통령직(presidency)을 그만 걸레로 만들 책임이 있다.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 퇴진을 외치는 100만 국민 대표와 촛불 대열에 가담하지 못한 국민도, 이 나라의 보수와 5%의 지지율을 보인 국민까지도 그만 부끄러울 권리가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 꿈을 접은 이유에는 한 가닥 부끄러움도 있을 것이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사진을, 박근혜라는 이름을, 스쳐간 흔적을 곳곳에서 지우고 있다.

그 부끄러움에 못 이겨 민주주의(데모크라시)가 민중(데모스)이 통치(크라티아)하는 거라고 배운 아이들도 광장으로 나서고 있다. 그보다 역사의식이 떨어진 대통령을 '모셨던' 국민이 나라의 수치가 아니다. 샤머니즘 국가, 무당 통치라는 외국의 조롱 따위는 견뎌낼 수 있다. 벌써 붕괴된 자리에 죽치고 앉아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이 국치(國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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