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53. 국격추락(國格墜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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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53. 국격추락(國格墜落)

‘모욕감의 덤’ 소고

  • 승인 2016-11-24 09:19
  • 홍경석홍경석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지는 미국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조간신문이다. 1877년에 창간하였다고 하니 그 역사만 140년이나 된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버금가는 미국 최고의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지난 16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는 한국의 고질병인 부패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위법 대상의 범위로 보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국격추락(國格墜落)을 빗댄 보도인 셈이다. 그래서 말인데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 참모들 역시 이 신문을 봤으리란 가정 하에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님은 물론이다.

그들은 이 같은 전형적 ‘정치 후진국’의 말도 안 되는 추문을 접하면서 얼마나 비웃었을까! 이와는 별도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 농단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입학을 취소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총장을 맡았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최 씨 모녀를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타공인의 명문대로 통했던 이화여대가 입은 상처 또한 얼추 치명상에 가깝지 싶다.

아울러 이는 작금 대한민국의 국격 추락에 이은 ‘교상추락(校象墜落)’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17일 2017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르다 도시락 가방 속에서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울려 부정행위 처분을 받은 학생이 있었다.

하여 시험을 치르다 말고 퇴실조치를 당했는데 해당 학생은 오히려 “엄마가 도시락 가방을 주시기에 그대로 받아서 시험을 치러 갔지만 국어가 끝날 때쯤 벨소리가 울려서 국어 시험만 치고 집에 왔다.”며 그러나 “(자신의 그 같은 행동으로 말미암아) 같은 교실에서 시험 친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이 알려지자 의도하지 않은 일이 벌어져 마음이 상했을 재수생이 오히려 주위의 수험생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며 그의 고운 인성까지를 칭찬하고 응원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반면 2014년 10월 18일 이화여대 수시모집 면접장에 들어선 정유라는 원칙대로라면 수험생은 아무것도 시험장에 들고 오지 못했겠지만 버젓이 금메달을 들고 입장했다고 한다. 이에 ‘짜고 치는 고스톱’의 주인공이 된 입학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정말이지 막가자는 거지요?’인 격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이 때문에 정유라보다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수험생 2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데 이 주인공들의 지금 심경은 과연 어떠할까? 반대급부로 이화여대는 올해 들어서만 교육부가 시행한 주요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따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화여대는 앞으로 진행될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 게 뻔한 지라 이는 결국 소탐대실(小貪大失)로 귀착될 듯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불미스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화여대의 브랜드 가치나 명예까지 추락한 걸 감안하면 그 액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에 다름 아닐 것이리라.

저잣거리의 장삼이사들조차 가장 신경 쓰는 게 바로 자녀의 가정교육이다. 소위 ‘밥상머리 교육’으로도 불리는 여기서 사람들은 자녀에게 기본적 예절과 함께 타인의 배려 외에도 고른 인성발달의 교육까지를 가르친다.

부모의 막대한 재산과 권력, 그리고 거기서 기인한 이른바 무소불위의 호가호위, 그리고 실력보다 먼저인 게 바로 인성(人性)이다. 인성이 추락하면 망망대해에 홀로 둥둥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 한다.

국격(國格)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국격의 추락과 함께 한국인들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까지를 원하지 않는 덤으로 줬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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