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60. 효자애일(孝子愛日)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60. 효자애일(孝子愛日)

진정한 부자란

  • 승인 2016-12-06 00:01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얼마 전 아내와 동네의 대형 마트에 갔다. 커피도 떨어졌고 된장찌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두부와 호박 등의 찬거리까지 구입해야 하는 때문이었다. 220개나 들어있는 봉지커피와 4홉들이 빨간 라벨의 소주(누가 술꾼 아니랄까봐 ^^;), 그리고 기타의 생필품까지 산 뒤 그 마트를 나왔다.

그러나 아내는 쓰레기봉투의 구입을 깜박했다며 근처의 또 다른 커다란 마트에 들어갔다. 걱정이 되기에 하인처럼 아내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지금도 건강이 충분히 여의치 않은 때문이다.

아내가 매장에 들어간 사이 두 살 쯤 돼 보이는 꼬마 숙녀 아가씨가 아장거리며 엘리베이터 바로 앞까지 쏜살같이 걸어왔다. 와~ 참 예쁜 녀석 같으니라구! 나도 어서 저와 같은 손녀와 손자를 봐야 할 터인데…….

한데 어떤 참변(?)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사람 하나가 거기서 나온 사이 그 꼬마는 냉큼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간 것이었다. 어~어~!!…… 엘리베이터는 냉큼 문을 여미곤 순식간에 위로 마구 올라갔다.

염려가 되어 얼른 달려가 버튼을 눌렀으나 지하 1층(마트의 위치)으로 되돌아오자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엉거주춤하면서도 걱정이 안개처럼 만발할 즈음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30대 후반의 여자가 혼이 빠진 듯 카운터 밖으로 뛰쳐나왔다.

“에고~ 우리 애기 어디 갔어!” ‘척하면 삼천리’랬다고 잠시 전 엘리베이터 안으로 마치 블랙홀에 빠져 들어간 듯한 그 아이의 엄마로 보였다. “아줌마, 애기 찾지요?” “네! 보셨어요?” “빨리 이 엘리베이터 타시고 올라가서 찾아보세요. 방금 그 애기가 여기에 탔거든요.”

“네, 고맙습니다!” 그 여자는 혼이 빠진 듯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본능은 잃지 않았는지라 잠시 후 문을 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천만다행으로 그 아이는 아내가 계산을 할 쯤 그 엄마의 품에 안겨 도로 내려왔다.

“애기 괜찮아요?” “아유~ 고맙습니다!” 아무리 계명워리(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라 하더라도 최소한 ‘엄마’라고 한다면 자기 뱃속으로 낳은 아이만큼은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가꾸는 법이다. 그게 바로 엄마의 본능이자 당연지사의 운명이니까.

그렇게 장을 보고 와서 잠시 쉬다가 아내는 또 시장에 간다고 했다. “왜?” “아들한테 겨울용 이불이랑 요 좀 사서 보내주려고.” 아내는 두 시간 뒤 그걸 사서 시내버스에 탔다며 정류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부리나케 뛰어가 아내의 짐을 받았다. “몸도 안 좋은 사람이 택시를 타지 않고!”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이불과 요를 세탁하여 말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 까닭에 거실에 넌 그 빨래는 이틀 이상이나 선풍기와 제습기의 신세까지 져야 했다.

그러한 아내의 정성을 보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효자(孝子)의 재료는 역시나 엄마의 사랑이로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주에 아내는 김장을 정성껏 담갔다. 그리곤 이를 서울 사는 딸에게도 택배로 보냈다.

“사먹는 김치가 싼데 굳이 김장까지 담가서 보내자면 당신이 힘들잖아?”라며 타박했지만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명색이 친정엄마이거늘 이까짓 것도 못 해서야 쓰겠수. 우리 딸이랑 사위가 내 손맛을 자랑삼으며 맛나게 먹는 걸 상상만 해도 난 기분이 좋거든~”

그렇다. 이 세상 엄마란 다 그런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는 하느님이 바빠서 보내주신 천사가 바로 엄마라고까지 했던 것이리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다 성장한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사랑과 관심의 ‘포대기’를 두르며 살고 있는 사모불망(思慕不忘) 아내 덕분에 평소 아이들 역시도 효도가 극진하다는 느낌이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가정을 막 꾸리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30의 가구주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 이상이나 모아야 비로소 서울에 있는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다고 했다. ‘헬조선(Hell朝鮮)’ 이란 비유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참고로 이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다.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로, ‘지옥 같은 한국 사회’라는 뜻이다. 이는 신분사회였던 조선처럼 자산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반영한 것이라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결혼을 하고도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2030세대 역시 증가추세라고 하니 말이다. 이 같이 늘어나는 ‘기혼 캥거루족’은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모님에게 용돈까지 받아낸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 부모의 경우, 노후설계는커녕 허리가 휘다 못해 아예 부러질 판국이니 말이다. 반면 자식이 올곧은 마인드와 깜냥까지 지닌 경우엔 상황이 정반대로 귀착된다. 최근 막역한 선배가 차를 바꿨다며 자식자랑에 침까지 마구 튀었다.

“아들과 딸이 돈을 보태줘서 최신형 승용차를 뽑았다!”여 으쓱거리는 선배를 보자니 새삼 그렇게 올바른 자식농사만이 진정한 부자란 생각이 들었다. 제아무리 떵떵거리는 갑부라 할지라도 자식농사에 실패한 이는 어딜 가도 대접을 받지 못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가난한 아비의 도움조차 전혀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내 집 마련에까지 성공한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효자애일(孝子愛日=효자는 날을 아낀다는 뜻으로, 될 수 있는 한 오래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여 섬기고자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정성까지 여전한 아이들이 새삼 뻐근하게 그리운 날이다.

*<추신> 그동안 소생의 이 칼럼 ‘인생은 사자성어’에 관심과 응원까지 해 주신 독자님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인생은 사자성어’는 이 160화를 끝으로 마침내 종착역에 닿았습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고개 숙여 거듭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론 ‘대중가요는 삶의 축(軸)이다’를 제목으로 더 재미있는 글을 선보이겠습니다. 배전(倍前)의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