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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부질없는 생각이다.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쓰나미가 휩쓴 대한민국은 일장춘몽 같은 꽃놀이나 즐길 여력이 없다. 호사가들이 칭하는 탄핵 꽃놀이패도 없다. 가결되면 좋고 부결되면 국민 분노가 고조되니 좋다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정치권이 할 일은 분노할 대로 분노한 국민이 그만 분노하게 하는 것이다. 이겨도 져도 부담 없다고 믿고 즐기다간 청와대를 겨냥한 분노가 정치권 전체로 향할 수도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어느 한 세력의 우위세가 명백하고 말고가 없다. 여론은 언제라도 반전된다. 꽃놀이패에 편승하려는 시도는 망할 수 있음을 어느 주말 예능이 말해준다. 프로그램명이 '꽃놀이패'로 대놓고 “내가 이러려고 꽃놀이패 했느냐”고 풍자까지 했지만 대세 코드가 되지 못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도 대선 국면까지 국민적 분노를 오래 끌고 가야 유리하다는 졸렬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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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
분노, 이 하나로 집권 대안세력이 되겠다면 이거야말로 오산이다. 한 편은 손실이 막대하지만 다른 한 편은 져도 별 손해 없는 꽃놀이패 바둑판, 그리고 장기짝 두 개가 동시에 '장이야'를 부르는 양수겸장의 장기판을 즐길 정치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권으로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난다. 그것이 제약도 되지만 신중 모드로 가게 하는 브레이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 입장에서 특히 꺼림칙한 것은 2011년의 악몽이다. 당내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며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재집권하는 성공담 말이다. 이번에도 계파교체가 정권교체처럼 재포장돼 비박에게 면죄부를 주는 국면으로 치환해보는 건 자유다. 하지만 1차에서 6차까지 연인원 641만 촛불이 보여준 분노의 본질을 헤아려보고 그때와 달라도 굉장히 다름을 알아야 한다.
여당은 '새누리당' 당명을, 청와대는 4·19 후 경무대에서 고친 '청와대' 이름마저 버려야 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골수·강성 친박과 이를 제외한 나머지의 분화까지 점쳐진다. 새가슴이 많다고 하지만 탄핵 찬성표가 많을수록 분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에게 남은 길은 스스로 퇴진(헌법 68조 2항, 71조)이나 탄핵(65조)이 전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호구(범의 아가리)처럼 아슬아슬하다. 물러나야 법이고 질서처럼 보인다. 한두 수만 놓으면 판이 끝난다.
그러기 전에 국민 마음속 탄핵은 벌써 끝났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국민은 이쯤에서 돌을 놓으면 '호구' 짓임을 너무나 잘 알아차렸다. 대통령은 탄핵 심판 때까지 '노오력(노력)'을 다하며 버틸 태세지만 식물 대통령으로 자리보전하는 자체가 더 어지러운 대한민국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일은 안타깝게도 물러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9일이 디데이인 대통령 탄핵 열차는 숨가쁜 9부능선을 넘고 있다.
꽃으로 시작했으니 꽃으로 끝을 맺는다. 겨울에 개화한 개나리는 내년 봄에 개화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쯤은 식물 전문가가 아니라도 안다. 그 누구도 봄날 꽃놀이 기분으로 싸울 수 없는 이유도 이런 게 아닐까. 이상적으로 말하면 전 국민이 승자여야 하는 판이다. 무슨 꽃놀이패 따위가 있겠으며 그런 패가 있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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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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