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세월호 7시간' 청문회에서 또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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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세월호 7시간' 청문회에서 또 꼬였다

  • 승인 2016-12-14 13:44
  • 신문게재 2016-12-15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세월호 7시간 청문회. 14일 시작된 3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 청문회는 아예 이렇게 불린다. 국민의 눈에는 청와대가 그저 비밀스럽다. 공간화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시간, 시간화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공간인 점이 납득이 안 된다. 여기서 비밀이 더 드러나면 기이한 국정 운영 방식이 더 묘연해질 수도 있다. 그것이 탄로날까봐 그랬는지, 청와대 핵심 증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필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보면 아끼는 후궁에게 귤을 건넨 임금의 따뜻한 마음을 읽고 온다. 남의 눈을 의식했던 임금의 은밀한 공무 중 사생활은 기록에 남아 있다. 세종의 아버지 태종이 걷다 헛발질한 것도, 사냥 도중 말에서 떨어지자 “이 일을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勿令史官知之)”고 한 말까지 사관은 적었다. 덕분에 우리는 1401년 2월 8일 임금의 행적을 소상히 알고 있다. 사관의 기록은 현실정치에서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구실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2년 전 그날의 대통령 행적을 몰라 청문회와 청와대 현장 조사를 한다며 생난리를 피우고 있다.

아까 하던 이야기가 조금 남았다. 태종의 아버지, 세종의 할아버지인 태조는 사냥터까지 사관이 왜 따라왔느냐고 캐묻자 신하가 진언한다. “임금은 구중궁궐에 계시니 날로 경계심이 풀리고 게으른 마음이 생겨납니다.” 우리에게는 감히 이렇게 말하는 입도, 진지하게 들어줄 귀도 없었다. 십상시 같은 참모가 마구 들끓고 소수의 욕망이 다수의 미래를 훔치며 대한민국을 농락한 사건은 그 인과응보다.

청문회 동영상은 21세기 대한민국 국정의 민낯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속 미용사가 머리 손질한 시간, 전직 조리장이 증언한 대통령의 식사 시간 짜깁기로는 모자라 의외의 증인에 의외의 증언을 기다릴 뿐이다. 검찰이 입수한 안종범 수첩을 “사초(史草) 수준”이라며 경이로워한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자고 나서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백 번 양보해 조선의 기록정신이 유교적 역사의식에 기반한 왕조의 실록 편찬 관례라 치자. 그렇더라도 오늘따라 정말 부럽다.

또 오늘따라 대통령 동선과 시간을 다루는 방식과 인식이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는 미국의 닉슨은 하야 연설에서 “미국은 모든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대통령과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었다. 9·11 테러 보고를 받은 조지 부시는 방문한 학교 교실에서 7분 정도 지체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맹목적 감각과 직관 없는 개념으로 뭉친 의전형 대통령은 요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법의 힘을 대변하는 특별검사나 국조특위가 파헤치다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관저정치의 폐해와 만날 수도 있다. 그마저 3차 청문회 첫날부터 청와대 핵심 인사의 불참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진실 규명이 꼬일수록 문고리에 갇힌 대통령의 점심 '혼밥'과 올림머리 치장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대통령의 시간, '국민이 알게 하지 말라(勿令民知之)'고 입단속하려는 시간은 국민의 시간이다. 주치의와 자문의, 의무실, 간호장교에게서 캐내려는 대통령의 시간은 여성의 사생활이 아니다. 영국 국립기록보존소에 기록에 따르면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도 1년에 118차례의 머리 손질을 받았다. 훼손, 멸실, 방치된 7시간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다. 국가 시스템이 똑바로 작동해야 할 시간이었다. 관저의 비밀은 국민이 알고 후대 평가를 받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 됐다. '세월호 7시간'은 박근혜 시대의 상징어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그래서 더 진실하고 더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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