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 승인 2017-02-22 12:34
  • 신문게재 2017-02-2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은 일단 봉합됐지만 두고두고 해석과 논란과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시려고 그랬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는 발언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했으면 달리 들렸을 테지만 안 지사가 말하니 얼핏 맹자의 성선설과 칸트의 선의지(善意志)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이런 느낌은 국민적 공분이 모아진 심중한 탄핵 정국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찬부 양론을 떠나 언어의 정원에 핀 반어법의 꽃나무는 아니었다. 반대되는 말로 보수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다는 문자적 의미를 얻지 못했다. 대신, 다른 대선 주자들로 하여금 칭찬인가, 찬사 형식의 모욕인가, 비난인가는 확실히 해둬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했다. 대연정은 중도 우클릭이 아니라고 한 말 역시 그럴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로 분점정부(分占政府) 형태가 나타났고 선거 결과에 따른 대연정 선례는 독일 등 각국에 있었다. 과거 3당 합당으로 단점정부로 돌려놓은 우리 역사도 있다. 이런 사실들이 대연정을 전제로 헌법이 만들어졌다는 단정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민주적 원리에 들어맞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선한 의지’ 발언도 비슷한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표피적인 득실만 갖고 따진다면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등 야권 주자군의 2등 때리기 십자포화로 치솟은 주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안희정표 중도 노선이 본격 검증대에 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안희정 현상’이 기존 정치권을 향한 염증이라는 모범답안 비평은 아직은 완전한 신뢰감을 못 주고 있다. 그걸 먼저 보여줄 수단은 언어다. 말을 통해서다. 민주주의가 말을 먹고 사는 제도이지만 “분노를 조직화하지 않았다”거나 “정의의 마무리는 사랑”이라는 선한 말로 실언을 희석시킬 수는 없다.

중도 노선 그 자체가 비난받을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 인식 결여가 정체성 모호와 만나면 승부수는 무리수로 돌변한다. 위트 비슷한 이야기에 청중이 웃었다 해서 비유나 반어법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진 시기일수록 발화자의 의지를 의심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선의보다 중요한 것이 법과 제도라고 하려면 다른 식으로 말했어야 한다. 호의적인 사람들조차 “안희정 연설은 반어법 아닌데요”라고 들춰냈으니 문제다. 보수와 중도의 양 사이드를 의식해 전·현직 대통령을 두둔했다고 실제로 읽고 있다.

그리고 진짜 반어법은 쉽다. 지각한 초등학생에게 “너 참 빨리 온다”고 해도 그 본질을 알아챌 만큼 쉬워야 반어법이다. 진실이거나 전략이거나 반어법에 주석을 주렁주렁 달 이유는 없다. 양념도 적당히 쳐야 맛이 난다. 여하튼 이번 사안과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지율은 옳고 그름의 척도가 아니니 더 길게 봐야 할 것 같다. 정의가 지지율 밑에 깔린다고 하지만 보다 분명한 철학과 비전으로 승부하길 권고한다.

안희정 지사가 꿈꾸는 청와대도 국회처럼 말에 의한, 말의 전당이다. 말과 관련한 대통령들의 특징이 대충 이렇게도 요약된다. ‘노무현은 혼자 얘기하고, 이명박은 하고 싶은 말만 골라 하고, 박근혜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식이다. 이 말은 곧 밖으로 표현하는 문제(explicit problem)와 속에 담고 있는 문제(implicit problem)가 상당히 다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유의 형태, 색깔, 냄새가 있는 말의 어려움까지 보여준다. 이것은 안희정 지사에게도 향한다. 선악 가치판단이나 반어법이라는 수사법의 문제가 아니다. 100% 선거 전략이더라도 국민이 보는 안희정 자신의 선의에 대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푸르지오3차 입주민, 투기꾼 탓에 추가 분담금 위기 맞자 '어깨띠' 매고 거리로
  2. 공주 페스티벌 화려한 피날레.. 공주 야간관광 새로운 장 열었다
  3.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4. 한기대 생활관, 2026학년도 '관생의 밤' 성료
  5. 천안시, 청년층 '에이즈 예방·인식 캠페인' 나서
  1. 상명대, AI가 여는 콘텐츠의 미래…'충남 뉴콘텐츠 아카데미 특강' 성료
  2. 오라클피부과 천안쌍용점, 추석 맞아 천안시복지재단 4100만원 상당 화장품 후원
  3. 천안시청 좌식배구팀, 전국장애인체전 12연패 달성
  4. 천안시, '영양플러스 영유아 이유식 교실' 운영
  5. 천안시, 가을철 식중독 방심은 금물…예방수칙 준수 당부

헤드라인 뉴스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이너스통장 만기를 연장한 금융소비자들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른 금리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점수 901~950점 차주에게 적용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4.66~5.37%를 기록했다. 신용점수 951~1000점의 최고 신용등급 차주에게 적용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연 4.51~5.28%로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체 신용등급에서 평균 금리는 KB국민은행이 연 4.59%, 농협은행 4.93%를 제외하면 대부..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됐다. 일반대와 함께 전문대도 수시 1차 원서접수에 들어가 9월 30일까지 지원자를 받는다. 전문대는 전공교육과 현장실습을 연계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간호·보건과 반도체·인공지능(AI), 국방, 조리·제과제빵, 뷰티·반려동물, 문화콘텐츠 등 학과에 따라 교육과정과 자격 취득, 졸업 후 진로도 뚜렷하게 나뉜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진행하는 대전지역 전문대의 특성화 분야와 현장 중심 교육, 취업 경쟁력을 차례로..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1.5% 내려 평균 19만 6630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홍문표)는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18일 전국 22개 지역의 전통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에서 가격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4인 가족 차례상에 필요한 채소·과일·축산물 등 8개 부류 24개 품목이다. 결과를 보면, 평균 차림 비용은 지난해 추석 1주 전보다 1.5% 낮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어진 영향이다. 부류별로는 축산물이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반면 과일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