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 장미대선 삼국지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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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 장미대선 삼국지 관전법

  • 승인 2017-04-19 12:32
  • 신문게재 2017-04-2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삼국지 이야기를 한다. 충청도는 삼국지의 형주(荊州)에 해당한다고도 말한다. 유표가 빼앗겼고 손권이 유비에게 땅 일부를 빌려주거나 유표와의 의리를 봐서 유비가 포기도 하는 땅이다. 위·촉·오 삼국 중 주인이 자주 바뀐 건 사실이지만 이곳을 얻으면 천하를 쥘 수 있는 거점이다. 그런 점이 충청도를 닮았다.

그러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 충청인들은 확실한 1인자를 갈망해 왔다. 연고를 가진 누군가가 나오면 치수 재보지 않고 충청대망론 옷을 입히고 싶어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삼국지 인물에 비교하면 안 지사는 기반이 무른 상태에서 조조를 치려다 절명한 손책 같기도 하고 확장력이 좀 한계인 손권처럼 비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또 유장 같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안철수 캠프의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손권인가 했더니 이도저도 아니다. 그냥 지나치기 섭섭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손찬과 왕윤 이미지가 많았다. 언론에 비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원술이나 겉이 번지르르한 원소 같은 느낌이다. 안철수 후보는 명문가 출신 주유와 겹쳐진다. 문재인 후보는 유비도 보이고 조조도 보인다. 안 후보가 유비처럼 비치기도 한다. 위축된 세력을 키우는 홍준표 후보가 손권, 유비와 중첩될 수도 있다.

삼국지에 모처럼 집중하다 보니 5·9 장미대선이 '장군전(將軍戰)'을 닮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마초와 장비 또는 관우와 방덕이 합을 겨루는 장면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장군이 대세를 가르고 병졸은 따른다. 피 튀기는 전쟁에서 이게 웬일이냐 하겠지만 장군전은 병력 희생을 최소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전란이 잦은 당시의 호적상 인구가 후한 전성기의 7분의 1인 것까지 감안해야 이해가 빠르다.

다만 삼국지에는 허수, 허구가 많다. 오늘처럼 복사꽃 흩날리는 날에 유비, 관우, 장비가 맺었다는 도원결의도 소설이다. 관우전, 장비전, 유엽전 등의 정사에 눈씻고 봐야 없다. 적벽대전은 허구, 과장이 넘쳐난다. 하지만 장군전 대결 방식은 실재했다. 나폴레옹 이전의 유럽 용병제도에서도 진형을 펼쳐 불리하면 관례적으로 후퇴했다. 진보 후보가 보수 코스프레를 즐기는 낯선 장미대선 풍경이 장군전 이미지를 희석시키고는 있다. 주적이 사라지니 억지로 적을 만든다. 적이 없으면 정치란 없다.

그것이 정치 생리다. 적이 제거되면 다른 적을 선포하여 지지층을 결속시킨다. 지금 그렇다. 선거 기간도 쇼트트랙 구간처럼 짧다. 여차하면 트랙 밖에 나뒹굴 판이다. 운명의 신이 여신(女神)이라 신중한 자보다 과감한 자에게 머문다던가. 네거티브에 거침이 없다. 방통의 연환계, 황계의 고육계 등이 쏟아지면서 명분은 핑계로, 시비는 싸움으로, 의리는 조폭의 도리로 전락한다. 그런데 우리의 목표가 차악 아닌 최선이다. 두 번째(亞) 마음(心)이 악(惡)이다. 선도 악도 아닌 그냥 마음,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지를 달리해도 국민은 모두 같은 편이다. 대선 후보들은 누구 대(VS) 누구로 끝없이 표심을 갈라야 유리하므로 통합을 말하는 입으로는 분열을 한다. 시장 국밥 먹으며 서민 흉내내고 비빔밥 비비며 국민통합 외치는 거야 좋은데 진짜 '국민'은 양념 수준이다. '욕의 제도화'가 선거라지만 말의 왜곡이 극에 달한다. 국민은 다행히 지지 후보가 져도 장군전 패배 진영의 군사들처럼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정정당당 싸우는 과정까지 뭐라 할 수는 없다. 일본 만화 '쿠미니츠의 정치(政)'에서 주인공 쿠미니츠가 멋진 지문을 남긴다. “국민들이 서로 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치가들이 서로 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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