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주혁이 말했던 연기와 삶, 그리고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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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이 말했던 연기와 삶, 그리고 10년 후

  • 승인 2017-11-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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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故 김주혁 (사진='아르곤' 캡처)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쯤 한 차량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부근에서 앞차를 추돌한 뒤, 갑자기 속력을 높여 질주하다 인도로 진입해 인근 아파트 벽면에 부딪쳐 굴러 떨어졌다. 차에 타고 있던 배우 김주혁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6시 3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향년 45세.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그는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다. 굴비를 뇌물로 받는 포졸 등 작은 역할에서 시작된 그의 연기 인생은 20여 년 동안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영화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 2편이 개봉했고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에 출연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아직 개봉하지 못한 영화 '독전'과 '흥부'는 故 김주혁의 유작이 되어버렸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스스로 수차례 밝혔듯, 고인은 집에 있기를 즐기는 덜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예능 출연을 잘 하지 않았던 그가, KBS2 '1박 2일'을 2년 간 고정출연하며 깨달은 바는 '내향적인 연기자'에게 예능은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CBS노컷뉴스는 고인의 생전 출연 방송과 제작발표회 등에서 공개된 발언, 본지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故 김주혁의 '연기'와 '삶'을 돌아봤다. 보다 구체적인 '삶과 죽음'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하퍼스 바자 인터뷰를 참고했다.

◇ "조금은 나아지니까"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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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의 연기관을 살펴볼 수 있었던 MBC '무릎팍도사' (사진='무릎팍도사' 캡처)
故 김주혁은 '싱글즈', '홍반장',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비밀은 없다', '공조'를 비롯해 '프라하의 연인', '무신', '구암 허준', '아르곤'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대부분 주연을 맡아 왔다. 하지만 스스로를 '특출난 주인공'이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인은 지난 2011년 9월 28일 MBC '무릎팍도사'에서 "제가 주연으로 작품할 때는 그 작품 전체의 배경 색깔을 깔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인 색을 까는 역할은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 배역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인은 연기할 때 무엇보다 '자연스러움'과 '상대방과의 호흡'을 중시했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저는 자연스럽지 않으면 연기가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여배우들에게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의가 많이 오는 이유로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들었다.

고인은 로맨틱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 '한국의 휴 그랜트'라는 별명이 붙었던 시기를 지나, 최근 2~3년 전부터는 악역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왔다. 고인이 배역이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재미'였다.

그는 올해 4월 28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기할 맛이 나겠다 혹은 연기하면 재미있겠다, 이렇게 하면 다르게 할 수 있겠다 하는 촉이 온다"며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호흡이 안 맞는 건 (배우가) 정말 괴팍하고 이상하지 않는 한 잘 없다"고 단언한 고인은, '연기'와 관련해서는 본인에게 몹시 가혹한 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같은 인터뷰에서 고인은 "굉장히 비판적이고 상을 안 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할수록 "조금은 나아지니까. 나아질 확률이 있으니까" 연기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본인이 보기에 평소 삶은 재미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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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의 영정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무릎팍도사' 방송에서는 故 김주혁의 '집돌이' 면모가 부각됐다. 그는 "제가 A형이다. 사교성이 별로 없고, 고집도 세고, 사회성이 별로 없는 놈이다. 일 외에는"이라며 "피(성향)를 좀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고인은 천생 배우였다. 본인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촬영할 때의 모습과 그 외의 모습이 달랐다. 평소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은" 사람이 "일터에서 스태프들이랑 어울리는 건 너무 편한"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의 삶을 "재미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차근차근 도전을 해 나간다고 밝힌 고인은 연기를 향한 열정만은 어마어마했다. "저도 (배우로서 일을) 나름 치열하게 하죠. 안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사교성도 없는 놈이 지금까지 해 왔겠어요"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그 '재미없는 삶'을 바꿔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장 가는 게 제일 재밌는 일이다. 내 삶은 진짜 재미가 없다. 그런 삶을 살면서 무슨 좋은 연기를 하겠느냐.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저 사람, 참 삶을 멋있게 살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일이자 취미인 '연기'를 계속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 고인은 '죽음의 의미'를 묻는 유호진 PD의 질문에 "아무리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조금은 무서울 것"이라며 "지금은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故 김주혁이 바랐던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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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이 그린 10년 후 미래 (사진='1박 2일' 캡처)
故 김주혁은 약 2년 간 고정출연했던 KBS2 '1박 2일'에서 그가 상상한 10년 후 모습을 살짝 공개했다. 지난 2015년 6월 14일 방송 당시 고인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가진 미래를 꿈꿨다.

"난 이번에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지금 마누라가 셋째를 가졌다. 돈을 많이 벌어야 되는데 이번에 다행히 브래드 피트 형하고 같이 영화를 찍게 됐다. 돈 벌어서 한 턱 쏘마."

'1박 2일' 멤버들에게도 사려 깊은 덕담을 전했다. 차태현에게는 아들 수찬이의 명문대 입학을 축하했고, 김준호에게는 사업의 성공을 빌었으며, 데프콘에게는 근심걱정하기보다는 무언가를 해 보라고 권했고, 정준영에게는 나이를 먹었으니 평범하게 살라고 당부했다.

고인은 10년 후에도 종종 만나 술 한 잔 하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훈훈한 앞날을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오늘(2일)은 故 김주혁의 발인 날이다. 이제 정말 작별할 시간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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