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수습기자가 본 자치분권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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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수습기자가 본 자치분권 개헌

  • 승인 2018-02-21 19:20
  • 신문게재 2018-02-21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최충식
최충식 논설실장
기자 공채시험을 볼 때였으니 오래전이다. 논제가 '지역감정의 폐해를 논함'이었다. 얼마 후 편집국 데스크 한 분이 내 답안을 길게 소개하며 신문 칼럼을 썼다. 망국론의 '망국' 표현을 파격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당시는 그랬다. 한 세대가 더 지난 시점에 중도일보 수습기자 수험생들이 쏟아낸 해법을 몇 번이고 읽었다. 입장을 바꾸고 보니 설익은 대로 참 싱그럽다.

이제 질문은 지방분권으로 바뀌었다. 어느 답안에서 변형된 형태의 망국론을 발견하고 혼자서 신기해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성급한 연결로 논리의 비약이 엿보이지만 "지방소멸 담론을 불러일으킨 '지방소멸'에서는 인구의 도쿄 집중으로 지방이 소멸하는 원리를 보여주었다"며 "지방이 망하면 수도권도 망하고 한국이 망하는 것"으로 끝맺는 서사력은 단단하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의 '지방소멸'을 적시하는 듯했다. 대도시권(특히 도쿄권) 인구 유입을 소득이나 고용 사정 격차 관련성으로 분석한 이 책의 영향으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충남 10개 시·군을 지방소멸 위험단계로 봤고 광주전남연구원은 2040년 전남 297개 읍·면·동의 33%인 98개 읍·면·동의 소멸을 예측한다.

서울에서도 인구 걱정을 하니 큰 뉴스가 된다. 신입생 88명인 '미니 고교' 등장이 화제다.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의 초등학교 때 전교생 수는 3000명이었다.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끊기면 수도권 역시 유지될 수 없다"는 수험생의 지론에 격세지감이다. 인구사회 정책에 실패하면 실상은 분권이고 자치고 없다. 그렇다고 임승빈 교수의 지적처럼 분권이나 균형의 가치가 도식적·공간적 재배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지대 임 교수가 회장을 맡아온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충남대 학술대회(20~21일) 테마가 마침맞게 '자치분권의 재설계와 분권형 헌법 개정 방향'이었다.

다른 한편의 풍경은 여전하다. 도쿄, 런던, 파리보다 쪼그라든다며 '메가시티 서울' 새판을 짜자고 덤비기도 한다. 수험생 처방은 수험생답다.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체증, 주거시설 부족, 집값 대란 등을 해결할 대안 역시 지방분권"이며 "지방분권 개헌, 즉 헌법 명문화"라고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지방분권은 또 권력구조 개편과 연결된다. 중앙정부에 쏠린 권력이 향할 곳은 결국 대통령이다. 권력 집중은 집무실을 광화문 어디로 옮겨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일부 수험생은 "절대적으로 강력"하고 "피드백이 불가능"한 개헌의 효력을 걱정했다. 여기서 생각할 것이 있다. 국가(중앙)집권 패러다임인 헌법 8장의 지방자치 규정이 본의 아니게 중앙집권의 수월성을 도와준 점이다. 기존 헌법만으로 충분하다는 정치인들은 콜럼버스를 묶고 배를 돌리려던 산타마리아호 선원들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낭떠러지의 맹신에 빠져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답을 더 들어봐야 할 것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지방분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헌법에는 117조, 118조 단 2개 조항만으로 지방분권을 규정하지만 이마저도 법령에 위임해 국회를 통하게 되어 있다."

시기상으로는 지방선거를 앞둔 분권형 개헌 반대가 항해 포기나 회항처럼 보인다. 법률위임론도 그 일종이다. 지방은 중앙 지배의 꼭두각시 대행 단체가 아니다. 스스로 다스림, 자치가 곧 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에 속한다.' 지방의 하급기관화(117조)와 지방자치 조직권의 무력화(118조)를 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헌법 규정 아닌가. 당리당략에 흠뻑 젖어 우물가에서 숭늉 찾듯 딴전 피우는 정치인들, 찬물 먹고 속 차릴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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