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의 원룸냥이 #3 아침에 날 깨워주는 아기 고양이와 딱콩] 사회초년생 타지에서 외로움을 견디다못해 아기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해 좌충우돌 아깽이와 동거가 시작됩니다.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 천만명, 양육가구 30%가 넘어가는 시대. 너무 외로워 고양이 한번 길러볼까,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본가에 살 땐 따로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자기 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자면 그뿐이었다. 대전에서 홀로 살기 시작하자, 잠이 들면서도 믿을 구석이 없었다. 핸드폰 알람 10개에 눈을 떠야만 한다.
절대 지각해선 안된다고 잠이 들면 과도한 긴장 때문에 새벽에 자꾸 잠에서 깼고, 차라리 마음 놓고 자자고 하면 알람소리를 못 듣기도 했다. "일어나 일어나"하던 그 시끄럽던 엄마의 소리가 있어 밤에 푹 잘 수 있던걸 여태껏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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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에 매달려서 물고 있는 풀잎이 사진=이정은기자 |
내 방에 새로 들어 온 작은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만 되면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이불을 덮고 자다가 발이 이불 밖으로 나오면 그 발을 문다. 그래도 깨지 않으면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을 문다. 그러면 나는 이불 안으로 손과 발을 집어넣어 아기 고양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가 다시 손과 발이 이불 밖으로 삐져 나오면 고양이는 다시 물기 시작한다. 그러면 눈을 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나의 아기 고양이는 새벽 5시에 눈을 떠서 내가 일어날 때까지 물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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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는 풀잎이 사진=이정은기자 |
어느 날은 고양이가 무는 것이 감미로운 애인의 손길 같다가도, 어느 날은 좀 더 자게 내버려두지 싶은 잔소리쟁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물어대는 고양이의 버릇을 고쳐야겠다 싶었다. 손과 발이 상처투성이다. 뒤적 뒤적 찾아보니, 고양이가 물 때는 고양이 코에 딱콩을 때리거나, 몸을 흔들거나, 코에 바람을 넣으라는 조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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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덜미를 잡혀서 우울한 풀잎이 사진=이정은기자 |
고양이가 내 손을 물던 어느 날, 나는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한 손으론 코에 '딱콩'을 했다. 엄지와 셋째를 동그랗게 말고 튕겨서,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다시 내 손을 물기 시작했다.
다시 딱콩. 고양이는 다시 온 얼굴의 힘을 다해 찡그린다. 뒷목은 내게 잡혀있고, 두 발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막으면서. 그러나 손을 물기는 계속된다. 다시 딱콩. 고양이는 또 모든 얼굴의 근육을 동원해 찡그리면서 내게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니까 물지 말란 말야" 중얼대지만 우리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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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리스 사이에 낀 풀잎 사진=이정은기자 |
고양이가 우리말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혼자 고민을 해봐도 고양이에겐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뇌 같은 건 없는 게 분명하다. 고양이 목에서 나오는 울음은 '야옹'이 전부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딱콩'밖에 답이 없는 걸까.
이정은 기자 widdms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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