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나도 사랑한데이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나도 사랑한데이

이미자/수필가

  • 승인 2019-04-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djad
"나도 사랑한데이"

이 말씀은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병석을 찾아온 저에게 해주시던 말씀입니다.

엄마! 어머니!

아빠!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지는 것은 왜일까…….

부모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한 그리움이고. 부모는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하는 설렘이고, 부모는 직접 만나면 꼭 눈물을 가져오는 안타까움이고, 부모는 떠나고 나서 존재를 아는 깨달음. 그러기에 부모다……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이 난다.

8남매 중 다섯 째로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가족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늘 감사하며 행복한 생활을 했다. 모든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가정에서 시작 되고,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하면 그곳이 곧 작은 천국이 된다고 했다. 그 중심에 계신 부모님의 존재는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기쁨이고 활력이며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이러한 부모님께서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으로만 가슴 깊은 곳에 남아 계시니..지금은 천국에서 안식하고 계시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살아생전 더 많은 효를 해드리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뇌수종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담당의사 선생님께서는 뇌를 건드렸기에 치매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신약이 개발되는 대로 약을 드시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래도 서서히 치매가 어머니를 사로잡아 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님을 간호하시며 생활하시던 건강하신 아버님께서 어느 날 여행 중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가정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되었다. 여러 어려움 끝에 5형제 중 세째인 남편이 대전으로 부모님을 모시어 오게 되었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뀔수록 아버님의 병환이 점점 깊어 가시고 치매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도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병약한 시부모님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남모르는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다. 새벽마다 교회에 달려가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부모님을 잘 섬길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일깨어 주시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주시며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와 평안함을 주시며 감당할 힘을 주셨다. '내 친정 부모님이시라면 어떻게 할까..' 아주 흔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섬겨야지……'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교회에서 맡겨진 많은 사역들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고 남편의 도움이었다. 결혼하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남편은 효심이 지극한 효자라는 사실이다. 효자인 남편의 진심을 알고 또한 남편을 사랑하기에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섬길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세가 더욱 심해지셔서 아버님은 병원에, 어머님은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주변 환경과 시설이 좋은 곳을 찾다보니 집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요양원이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남편과 함께 요양원을 방문하였으나 어머님과 헤어질 때 서로 너무 아쉬워 결국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으로 모셨다.

남편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여 매일 아침 어머님을 뵈오러 갔다. 아침마다 어머니가 좋아 하시던 추어탕, 들깨 미역국, 소고기국 등을 번갈아 준비해서 몇 가지 반찬과 과일 요거트 등을 준비한 도시락을 주면 남편은 출근 전에 요양원에 도착하여 어머니의 아침식사와 양치질 하시는 것을 도와드리고 어깨와 팔다리를 정성껏 안마해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밥과 반찬을 이렇게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밥을 먹고 나면 건강하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남편은 어머니께서 식사기도를 꼭 하시도록 했다. 그리고 안마를 하는 동안에 과거에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일상들에 대해서 하나씩 되짚으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찬송가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와 동요'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를 매일 여러 번 반복해서 부르시게 했고 함께 부르기도 했다.

물론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은혜(나실제 괴로움……)와 으악새 등 옛날 가요도 함께 부르면서…….

어머니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서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늘 어머니께서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앉아서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어느 날부터는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서 눈을 감고 누워 계실 때가 많았다.

그런 어머니를 살며시 안고 귓속말로 '어머니 사랑합니다, 저 왔어요, 진지 드셔야지요' 라고 하면 금방 눈을 뜨시고 기다렸다는 듯이 금세 반가운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나도 사랑한데이'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주말에는 딸과 함께 온 가족이 점심시간이나 이른 저녁시간에 요양병원을 찾아가서 어머니를 위로했다. 처음에는 아빠, 엄마가 스스로 식사를 못하시는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안마하는 모습을 보고 효자, 효부라고 치켜세우던 딸들이 할머니에게 식사도 드리고 안마도 하게 되었다.

어느 주말이었다. 이날도 언제나처럼 가족 모두가 번갈아 가면서 안마를 해드리고 함께 노래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가지고 온 귤과 딸기, 그리고 요거트 등 간식을 같은 방에 계시는 분들과 친절하신 요양사에게 나누어 드리고 어머니도 함께 맛있게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 딸들과 남편이 차례로 할머니를 껴안아 드리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또 올 게요' 하니 어머니도 '나도 사랑한데이'라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어머니를 살며시 안고 '엄마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남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시면서 '내 새끼, 나도 너를 많이 사랑한데이…… 세상 어디에 이런 아들이 있을꼬……. 하나님 이렇게나 귀한 아들을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데이……'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남편과 나도, 딸들도 할머니를 껴안고 한참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한방에 계신 할머니들과 요양사도 함께 눈시울을 붉히셨다.

어머니께서 오랜 세월동안 병상에 계셨지만 하늘나라에 가시기 직전까지 가족을 알아보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지요.

지병으로 12년 병상에 계시다 어머니 보다 5년 일찍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에게 '사랑합니다'라고 표현을 잘 못해서 늘 후회스런 마음이 가득하다고 남편은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께는 매일 자주 표현을 했고 그때마다 어머니께서 언제나 좋아하셨지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니 우린 더욱 자주 표현을 했다.

어깨를 만지면서도 앙상한 다리를 주무를 때도 안마를 할 때나 식사를 도와드릴 때나 함께 노래를 할 때나 옛 일을 나눌 때도 그냥 함께 있어도 늘 언제나 '사랑합니다' 라고 하면 '고맙데이, 사랑한데이' 하시던 어머니셨다.

벌써 하늘나라로 가신지가 3년이 훌쩍 넘었다. 어머니 아시지요, 지금도 늘 우리의 맘 속 깊이 언제나 함께 하신다는 것을.. 언젠가 천국에서 반갑게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이미자/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학 교직원 사칭한 납품 주문 사기 발생… 국립한밭대, 유성서에 고발
  2. [문화 톡] 대전 진잠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를 찾아서
  3. 대전특수교육수련체험관 마을주민 환영 속 5일 개관… 성북동 방성분교 활용
  4. 단풍철 맞아 장태산휴양림 한 달간 교통대책 추진
  5. 대전 중구, 교육 현장과 소통 강화로 지역 교육 발전 모색
  1. "함께 땀 흘린 하루, 농촌에 희망을 심다"
  2. 대전도시공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 수상
  3. 공장·연구소·데이터센터 화재에 대전 핵심자산 '흔들'… 3년간 피해액 2178억원
  4. 대전 대덕구, 자살률 '뚜렷한 개선'
  5. 대전 서구, 간호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으로 전문성 강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