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현충원 보훈동산에서 아들 결혼식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현충원 보훈동산에서 아들 결혼식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9-05-15 09:42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권율정 원장님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계절의 여왕인 5월 중반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결혼식을 이곳 보훈의 성지인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동산에서 치렀다. 재임 중에 자녀 결혼을 시킬 수 있는 영광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별일 없이 치른 점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아들 부부가 결혼 이야기를 언급할 때 조심스럽게 야외결혼식과 장소로서 현충원의 보훈동산을 제기하니 아들 부부는 물론 사돈댁까지 고맙게도 흔쾌히 동의해 줬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도 아닌 원장 입장에서 아들이 한다고 하니 적지 않게 신경이 쓰였다. 그렇지만 분명한 기본과 원칙은 확실하게 하면서 임했다.

내가 제일 중요시하는 매일 합동안장식은 조금도 소홀함 없이 연중 내내 주관하고 있으며, 묘역도 작업 차량 이외에 일반 차량은 엄격하게 통제하여 신성시하게 관리한다. 이러한 점이 전제되고 정립된 후에 당연히 야외 결혼식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야외 결혼식은 공적 행사가 아니기에 오로지 보훈동산 시설 이외에는 현충원 비품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결혼 이벤트 회사를 통해서 마련했다.



그러면서 결혼식 공지는 내가 평생 몸담은 우리 보훈처 내부망에만 알렸다. 그리고 청첩장도 선배 보훈공무원에 국한해 보냈다. 가급적 최대한 경건하고 조용하게 치르려고 했다. 그래도 계속 신경 쓰인 점은 혹시라도 안장하기 위해서 오시는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될까 싶었다. 다행인 점은 현충원의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 모토를 반영하고 이제 시민도 전향적 시대정신을 기꺼이 수용해 줬다고 본다.

모든 준비는 아들 부부가 하였지만,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니 하는 것 없이 마음이 타 들어갔다. 야외행사의 절대 부분이 날씨로 가장 천적은 우천이다. 그런데 예식 당일은 화창한 날씨에 바람도 미세먼지도 거의 없었다. 하늘도 도와준 상태에서 여러 참석하신 분들의 축복 속에 잘 진행됐다.

보훈동산에 결혼식장과 피로연장을 이틀에 걸쳐 세팅하고 나니 원래 잔디만 있던 밋밋한 모습보다 뭔가 색다른 이국적 특색을 보여 준다는 호평도 있었다.

아마도 아주 특별한 모습 가운데 하나는 혼주인 나의 배우자의 독특한 의상이었다. 평소에도 무엇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이기에 그날도 결국에는 한복을 입기보다는 그러한 엄마의 취향을 반영해 주인공인 아들이 선택해 준 양복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결혼식 이전에도 '왜 남자들은 양복 입는데, 여성들은 모두가 한복을 입어야 하느냐'고 도전적으로 반발했다.

원래부터 나의 배우자의 독특한 성향을 알기에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 줬다. 아내도 하객들이 '신랑 아버지가 두 명으로 알겠다'고 조금은 걱정했다. 그럼에도 특별히 감사한 점은 아내를 통해서 자식인 아들에 대한 무한 사랑을 보면서 '엄마는 위대하다'는 정신을 배웠다. 그리고 나의 공직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도와준 점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같은 날에 우리 현충원 환경요원 두 분의 자녀가 결혼해 두 분이 사돈이 됐다. 원장 아들 결혼에 비중이 쏠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다행이라면 시간대는 차이가 나서 오후 늦은 일정이었다. 아들 결혼식을 모두 마치고 난 뒤에 관사에 돌아와서 잠시 쉬는 틈에 환경요원 자녀 결혼 생각이 나서 서둘러서 우리 직원 두 명과 함께 참석했다.

나는 결혼식에 참석하면 피로연은 가지 않더라도 의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한다. 그래도 우리 직원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한갓지고 편하다. 정작 아들 결혼식에서는 종료 후에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음식을 입에도 대지 못했는데, 직원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맛있게 식사했다.

그런데 우리 아들 결혼식과 분명한 차이점은 혼주인 어머님들의 의상은 아무리 보아도 너무도 멋진 전통 한복이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2.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3.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4.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5.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