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대학의 위기와 처방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대학의 위기와 처방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8-07 08:51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들 교육이 죽어가고 있고, 대학이 위기라고 외친다. 얼마나 심하면 위기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 기억이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여러모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대학의 상황은 구제불능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엔 그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양 대학의 시조는 11세기 중반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 대학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됐는지는 의외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탈리아 북부 상업도시에 불과했던 볼로냐라는 도시가 '현자들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 대학의 시조를 탄생시키고, 수많은 지식인의 지적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그 원인을 알면 우리가 어떻게 대학을 발전시키고, 그것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볼로냐대학과 볼로냐시 발전의 첫걸음은 소위 말하는 스타 교수의 존재이다. 마침 볼로냐에는 앞서 말한 이르네리우스라는 탁월한 로마법 강의자가 있었고, 이 강의자로부터 배우고자 수많은 학생이 볼로냐로 몰려들면서 법학이라는 학문이, 대학이라는 조직이 시작됐으며, 볼로냐시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지도자의 탁월한 선견과 국가와 지역사회의 과감한 지원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로서 영웅으로까지 불리는 프리드리히 1세는 볼로냐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칙령을 제정·시행했다. 그 핵심은 먼저 교수의 강사료인 봉급을 황제가 부담해 교수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학문 연구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참으로 깊고도 깊다. 바로 고등교육을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오늘날로 치면 학생으로부터의 등록금 면제제도의 시작이다. 국립대학이 어떻게 가야 할지 나름 그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본다. 아울러 볼로냐 시민들도 한때 만여 명에 이르렀다는 학생들의 대거 유입에 따른 불편함과 치안 문제를 감수하면서 대학의 발전이 바로 자신들의 발전이라는 인식하에 볼로냐대학이 조속히 정착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아니했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의 생활비에서 나오는 막대한 재정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또 하나 들 수 있는 것은 대학의 자치권 인정이다. 즉 황제는 자치권을 부여해 학생들에 대한 재판은 일반 법원이 아닌 교수들로부터 받을 수 있게 하는 특권을 부여함은 물론 빚을 강제로 갚게 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던 채무자에 대한 강제구금이나 재산압류제도를 학생에게는 금지해 자유롭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줬다.

우리 문제로 돌아와 보자. 대학당국은 우수 교수진 확보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역사회는 과연 대학발전이 곧 자신들의 발전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지원하고 있는가? 공교육의 종국적 책임자인 국가는 대학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으며, 교수진이 마음 놓고 연구하고 교육할 행정적 뒷받침을 마련해놓고는 있는가? 총장과 보직자들은 대학과 학문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의 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는 있는가? 아니 오히려 행정편의주의와 관료주의적 습성으로 교육과 연구 분위기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가? 10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인한 제반 부작용이 날로 심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인가?

이들 물음에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위기에 처한 대학교육의 치유를 위한 어떤 처방전도 한 조각 종이쪽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모두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단방약만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지만 단방약은 이름만 그럴듯하지 치유책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대학은 도시의 심장이고, 미래 먹거리의 창출처임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가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할 시점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2. '짜릿한 역전승'…한화 이글스, 홈 개막전서 키움에 10-9 승리
  3.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4.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5.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1.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2.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3.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4. "배달 용기 비싸서 어쩌나"... 대전 자영업자 '한숨'
  5. [현장스케치] "올해는 우승"…한화 이글스의 대장정 막 올라

헤드라인 뉴스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근로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 당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피해 유가족이 30일 사고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전 안전공업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마지막에 장례를 치르는 고 오상열 씨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로할 시간을 갖기 위해 고 오상렬 씨 유족은 28일 빈소를 마련해 이날 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소방 등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에 동행한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금강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2024년 4월 29일부터 세종보 상류 금강변에서 전국 각지의 활동가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이끌어온 천막 농성이 단체 구호와 함께 70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현 정부가 시민사회와 합의안을 도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세종보 천막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최근 기후부는 시민사회와 도출한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을 발표했으며 연내 보 처리 방안 용역 추진과 국가물..

보문산전망대 스토리투어… 근대식별장과 日방공호, 6·25미군포로 조명
보문산전망대 스토리투어… 근대식별장과 日방공호, 6·25미군포로 조명

골목에 숨은 이야기와 재발견을 찾아 여행하는 대전스토리투어 2026년 첫 야간투어에서 보문산 대사지구에 녹아 있는 근대역사가 재조명됐다.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은 28일 시민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안여종 대표의 인솔로 중구 대사동의 보문산 전망대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근대식 별장, 추억의 케이블카까지 스토리 투어를 진행했다. 1968년 국내 세 번째로 운행을 시작해 37년간 휴양객들을 실어 나르던 케이블카에 대한 기억과 유일한 물놀이 시설이었던 푸푸랜드의 경험이 공유됐다. 이날 야간투어는 4월 중순 문을 여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