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광장의 의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광장의 의미

  • 승인 2019-10-11 15:25
  • 신문게재 2019-10-11 22면
  • 유지은 기자유지은 기자
m
내가 다닌 대학교는 기독교 학교였다.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를 꼽으라면 고민 없이 채플을 꼽았다. 학교의 정문을 통과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것 역시 채플이었다. 학교생활의 시작과 끝인 입학식과 졸업식뿐 아니라 입학 면접 OT마저도 채플에서 열렸다. 교수 수련회를 하는 곳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콘서트와 가슴 찡한 공연도,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까지 모두 채플에서 열렸다. 학교의 온갖 대소사가 이뤄지는 곳. 그렇게 채플은 우리 학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고 누구나 기억하는 일상 그 자체의 공간이었다.

그런 채플이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옷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새 총장을 선임할 때다. 지금은 무사히 자리에 올라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당시엔 반대가 정말 심했다. 총장 본인에 대한 적격성 논란부터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태도까지 문제가 됐다. 학생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대자보를 붙였고 학생들이 모이는 곳 어디라면 총장 선임에 대한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학교의 권위자들은 대답이 없었다. 결국 학생들은 밖으로 나왔고 모였다. 바로 채플에서!

채플 계단엔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양손에 피켓을 든 채 침묵으로 시위에 나섰다. 총장 선임에 관한 학칙 개정을 위해 모두가 모인 곳 역시 채플이었다. 각자의 시간을 쪼개 모인 학생들은 현 학칙에 대한 문제점과 개정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각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고 또 경청했다. 그건 분명 수년간 채플에서 오갔던 종류의 이야기들과 일들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채플은 '광장'이었다.

2016년, 대한민국에도 광장이 생겼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 때문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시위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돼 전국 19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됐다. 그때도 광장은 각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익숙한 곳에 형성됐다. 서울은 광화문, 대전은 타임월드, 대구는 대구백화점, 광주는 518 광장, 부산은 서면역에서.

우리의 아직도 일상 속에서 광장을 만든다. 얼마 전 시작된 서초동 촛불시위가 그렇고, 그에 반대급부로 부상한 또 다른 광화문 촛불시위가 그렇다. 나는 그곳들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장소가 누군가의 출근길이자 퇴근길이고 가족들, 친구들과의 추억을 이어온 일상이었음을 안다.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마주하기도, 핸드폰 속 사진첩에 저장돼 있을 풍경들 말이다.

때문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자꾸만 일상을 깨는 이유를.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여전한 그곳에 투쟁의 색깔을 덧씌운 이유를. 광장이란 이름 아래 모여든 이유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유지은 기자 yooje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고구마 '호풍미' 본격 수확, 해미읍성축제에서 950만 원 판매 성과
  2. '국가기관 집중' 세종,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촉각
  3. 트램 공사로 평균통행속도 16.4% 감소... 대책 강구키로
  4. 대전샛 정상가동 '눈앞'…활용 조례 제정 시급
  5. 학교급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천차만별…충청권도 격차
  1. 충남대 총동창회, 대학 통합 재추진 촉구… 김정겸 총장에 건의서 전달
  2. 중국으로 반도체 핵심기술 빼돌린 일당 덜미
  3.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4. 대전 중등 교원 500명 한자리에…수업 혁신 방향 모색
  5. 대청종합병원 보건복지부 종합병원 의료기관 인증 '획득'

헤드라인 뉴스


정부, 통합돌봄 예산 77% 확대… 충청권 돌봄 격차 해소 나선다

정부, 통합돌봄 예산 77% 확대… 충청권 돌봄 격차 해소 나선다

정부가 내년도 통합돌봄 예산을 올해보다 77% 늘린 1600억 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지역 중심 돌봄체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대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충청권에서 지역별 돌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와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이날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대한민국 대전환 제2차 국민토론회-충청에서 돌봄을 묻다'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역별 돌봄 현안과 정..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 빵집 120곳 한자리에…'2026 대전 빵 축제' 17일 개막

대전의 다채로운 빵과 문화, 즐길 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대전 빵 축제'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엑스포과학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해 각자의 개성을 담은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시민과 함께하는 15m 규모의 대형 롤케이크 커팅 퍼포먼스와 축하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축제의 중심인 '빵 정거장'은 5개 구역(A~E)으로 나눠 운영되며, 방문객들은 참여 빵집의 대표 메뉴를 매장 판매가격보다 5%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대전노동청과 천안·서산지청, 중대재해 33건 조사 외면?
대전노동청과 천안·서산지청, 중대재해 33건 조사 외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천안·서산지방청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중대재해 33건에 대해 재해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해 발생 상황 파악 등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유족보상과 장의비 접수 사건도 100건이나 빠뜨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청별 현황을 분석해 15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요양 급여 승인 사건 중 대전청 15건, 천안지청 13건, 서산지청 5건 등 모두 33건의 재해 발생 상황 파악과 재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재 요양 급여 승인 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