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사람의 자리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책향기] 사람의 자리

인간의 권리와 로봇의 쓸모

  • 승인 2019-11-22 10:40
  • 신문게재 2019-11-22 11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사람의자리
전치형 지음, 이음 출판, 2019
인공지능과 로봇의 이야기가 일상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의 자리가 아닌 사람의 자리에 주목한 책이 있다. 저자는 로봇의 권리를 고민할 정도의 사회에서 인간의 권리는 어떤 처지에 있는지 따져보자고 한다. 인간에 무심한 로봇에게 쏟는 찬사 대신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권리와 로봇의 쓸모에 대한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느려졌다.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그 곳에 없을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의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많은 것을 알아내고 마련해 왔지만 저절로 알게 되고 마련되는 것은 없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은 강조한다. 과학 기술의 안에, 옆에, 뒤에 있는 사람의 자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대학 실험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도, 광화문에도, 진도 앞바다와 목포 신항, 제주도 공항, 서울 지하철 플랫폼, 태안 화력발전소에도 있다. 저자가 지난 3년간 다양한 매체에 쓴 글 40여 편을 엮어 세상에 내놓은 이 책은 지난 3년간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던 다양한 이슈들을 제기한다. "과학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어디에 있어야 하고,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란 말이 사용된 지 딱 60년 만에 인간이 2500년 동안 쌓아온 바둑실력을 이겼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미래는 빠르게 다가왔다.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동시에 로봇 시대에 일자리 경쟁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불안해졌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상상하며 로봇 앞에 선 인간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며,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로봇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답 대신 질문을 던진다.

세상은 이노베이터를 외치지만, 세상을 지켜내는 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메인테이너다. 저자는 '지속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이는 메인테이너를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하루하루 노력하는 메인테이너의 존재로 이 세계는 무너지지 않고 작동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메인테이너 없이는 세상은 돌아 갈 수 없다.

아주 먼 미래는 스스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세상이 올까? 먼지가 끼지 않는 센서, 부식되지 않는 재료, 끊어지지 않는 연결, 고장 나지 않은 기계로 가득찬 세계에 대한 상상을 하다가 문득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기약 없이 달리는 기차의 망가진 부품을 대신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손을 놀리던 어린아이들. 그들의 멍한 표정과 기계적인 움직임에 소름이 돋았던 것은 그 장면이 너무 비현실적이서일까? 기계가 필요한 곳에 기계를, 사람이 필요한 곳에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당연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세계를 마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각을 멈추고 내가 사는 세상이 과연 누굴 위해 사는 세상인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사) 희망의 책 대전본부 우리대전같은책읽기 선정위원장 박순필
박순필- 사진
박순필 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속보>대전 갈마동 타이어업체서 화재
  2. 세종 스마트시티 2100세대 분양 초읽기…11월 견본주택 오픈
  3. 대덕대 야구부 창단 4년만에 프로선수 배출
  4. 국방부, 대전 문화동 부지 '전면 매각' 추진…터전 잃을 위기 화훼단지
  5. 대전 용두동2구역, 분양가 이견에 사업 표류… 이자 눈덩이
  1.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골목상권 살릴 소비촉진, 지역언론이 이끌어주길"
  2. 국산 밀·콩, 학교급식 타고 식탁으로… 세종 나성중서 소비 캠페인
  3. [사이언스칼럼]제4 물결- AI가 가져올 인류공존 패러다임의의 대변혁
  4. 대전교원시니어직능클럽 한글아카데미 합창단 정기공연
  5.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30일 오전 10시 2분께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타이어 판매점에서 발생한 화재가 4시간 31분 만인 오후 2시 33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치솟으면서 화재발생 직후부터 150건 이상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으며, 대전소방본부는 대전시와 산림청 헬기 2대와 소방장비 98대, 인력 238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방수 작업을 벌였다.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18분 만인 오전 10시 20분께 관할 소방서의 모든 소방력을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현장 주변에서는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도 진행됐다.타이어판매점..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한화이글스의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가 다시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도전에 나섰던 와이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리면서 한화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와이스에게 걸려 있던 2027시즌 500만 달러 규모의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와이스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와이스에게 올해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한화에서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