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조커에서 미성년까지… 2019년 영화 회고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조커에서 미성년까지… 2019년 영화 회고

  • 승인 2019-12-13 13:52
  • 신문게재 2019-12-13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시네레터
어느새 12월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1년간의 영화를 되돌아봅니다. 두 주가 남아 있지만, 마지막 영화 편지는 '한국영화 100년을 기억하며'로 끝내야겠습니다.

저에게 2019년 최고의 영화는 <조커>였습니다. 주인공 아서의 슬픔과 분노는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힘겨운 삶의 노정이 강고한 계층 구조 속에 좌절될 때 그는 계단 위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지난해 영화 <버닝>에서 보았던 해미의 춤이 떠오릅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조용필의 노래 한 대목도 생각납니다. 배트맨이 상징하는 선의 승리 판타지보다 조커로 표현되는 악의 이면에 자리한 극한의 현실적 분노와 비애가 더 가슴을 칩니다.



<기생충>은 여러 면에서 <조커>와 유사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슬픔과 분노가 악으로 표출됩니다. 하지만 누구도 기택 일가족의 범죄 행각에 쉽사리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선한 의지와 노력만으로 극복되지 않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주제의식과 표현, 완성도 면에서 훌륭한 반면에 이 영화의 작품 외적 상황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와이드 릴리즈로 배급되어 흥행에 성공한 일련의 과정이 작품 속에 전시된 빈자(貧者)의 비극과 이율배반적인 까닭입니다. 결국엔 투자, 배급, 상영 전체에 걸쳐 있는 거대 기업 자본에 기여했을 뿐입니다.

<그린북>은 60년대 미국 사회의 흑인 차별 문제를 깊은 사유와 통찰력을 통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로드무비 형식으로 이탈리아 출신 백인 기사와 저명한 흑인 피아니스트의 남부 연주 여행을 보여줍니다. 인종, 계급, 출신, 지식 등 수많은 외피 안쪽 가장 깊은 곳의 휴머니즘을 드러냅니다.



<벌새>는 1994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은희의 이야기입니다. 20여 년 시간에 의한 망각과 보통의 평범함이라는 봉합을 깨고 그 시절 겪었던 고민과 아픔을 되새깁니다. 마치 거울과도 같은 카메라는 성인이 된 은희 자신의 시선입니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 은희를 통해 관객 역시 지난 세월 잊고 있던 성장의 과정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미숙한 어른들과 성숙한 아이들이 섬세한 연기 속에 대비됩니다. 나이를 먹어도 욕망에 이끌리는 어른들, 어려도 생명의 소중함을 귀히 여기는 아이들을 통해 그냥 사람일 뿐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는 인생인 것을 깨닫습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