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나는 운명의 목덜미를 잡을 것이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나는 운명의 목덜미를 잡을 것이다"

안성혁 작곡가

  • 승인 2020-03-17 15:00
  • 신문게재 2020-03-17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안성혁 작곡가
안성혁 작곡가
운명.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 드려져야 할 사건 또는 힘을 말한다. 이 운명은 극복하면 힘과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받아드려야 할 가혹한 숙명이 되기도 한다. 이 운명 앞에 당당히 대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오늘은 이 운명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1802년 10월 6일 빈 근교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의 한 휴양지. 한 젊은 음악가가 이제 막 한 장의 유서를 쓰고 생각에 잠겼다. 음악가에게 있어서 안 들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형선고와 같다. 유서를 쓴 음악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웠고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었을 때는 대가로 인정받는 전도유망한 작곡가가 됐다.



그런데 스물여섯 살 귓병이 발병했다. 그 후 6년의 세월이 지나 서른두 살에 이르러 귓병은 절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휴양하고자 하일리겐슈타트로 향했다. 그러나 삶을 비관한 그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른바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게 된다. 그는 다행히 자살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그는 동생들에게 쓴 유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 때문이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작곡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 가혹한 운명과 당당히 대면하고 극복하기로 결심한다.



1808년 12월 22일 빈 안 데어 빈 극장(Theater an der Wien)의 연주회. 교향곡 5번이 연주되자 연주회 장은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그 충격은 놀라움만이 아닌 감격이었다. 처음엔 충격으로 시작했으나 마지막엔 승리의 희망이었기 때문이었다.

교향곡은 'c 단조'로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악장 도입부의 네 음이다. "따따따 단" 이 네 음으로 시작되는 교향곡은 음악사의 큰 획을 긋게 된다. 이 교향곡은 세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첫째 '교향곡 5번 C단조' op.67이다. 이는 작곡가의 '다섯 번째 교향곡'이라는 뜻으로 이 교향곡의 정식 명칭이다. 두 번째 '황제'다. 이 곡을 들은 한 군인 이 '이것은 황제다'고 외친데서 붙여졌다. 세 번째. 이를 알기 위해서 그의 제자 '쉰들러'가 전하는 일화를 알아야한다. 작곡가는 이 교향곡의 첫 도입부를 일컬어 "So pocht das Schicksal an die Pforte(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하여 '운명(Schicksal)'이라 부른다. 그렇다 '운명' 교향곡이다. 음악사의 한 획을 그었고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가 된 '운명' 교향곡이 세상에 나온 순간이다. 이 교향곡을 작곡한 사람은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다.

1801년 그는 귓병과 투병하면서 친구 베겔러(Wegeler)에게 "나는 운명의 목덜미를 잡겠다. 운명에게 결코 지지 않겠다"고 편지한다. 그러나 1802년 귓병 악화로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베토벤은 그의 말대로 운명과 당당히 싸워 극복했다. 그리고 음악사의 금자탑 교향곡 5번 '운명'을 작곡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 교향곡을 작곡한 것이다.

'운명' 그것은 극복할 때 강한 희망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예방하고 치료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사형선고 같은 귓병을 앓고 청력을 잃어 갔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고 교향곡 5번 '운명'을 작곡했다. 베토벤처럼 우리도 코로나 19를 극복할 수 있다. '운명 교향곡'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운명의 동기 '따따따 단'으로 시작하는 1악장에서 출발하여 4악장에서 장대한 승리와 희망을 외치고 있다. 승리와 희망의 음악 '운명 교향곡'과 함께 코로나 19를 극복해보자. 베토벤처럼 불굴의 의지로…

안성혁 작곡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김포시농기계임대사업소, 노후농기계 불용품 매각
  3. 상명대 간호학과, 나이팅게일 선서식 개최
  4. 천안시보건소, '생명존중 안심마을' 4곳 지정
  5. 한기대 STEP, '열정 가득' 온라인 서포터즈 3기 출범
  1. 천안 벽산 블루밍 파크포레, 사업계획 승인 및 도급계약 모두 마쳐
  2. 나사렛대, 기아자동차 정주훈 상무 초청 '경영인의 날' 성료
  3. 충남창경센터, 'The Future with AX Forum' 개최
  4. 한기대, 충남경제정책 경연대회 우수상·장려상
  5. 천안문화재단,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재창작 공연 개최

헤드라인 뉴스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을 운영할 주체가 최근 결정되면서 대전 시민들의 고속·시외버스 운송체계가 동구 용전동과 유성구 구암동의 두 개의 복합터미널의 양강 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전교통공사는 11월 19일 주식회사 루시드 및 금호고속주식회사와 유성복합터미널의 공동운영사로 결정하고 5년에 추가 5년 연장 가능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2010년부터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4차례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2020년 대전시의 공영개발로 전환됐다. 시가 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버스 15대가 동시에 승객을 승하차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말부터 전국에서 누리호 관련 행사가 진행되며 4차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다. 23일 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7일 오전 12시 54분에서 1시 1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발사 예비 기간은 이날부터 12월 4일까지며 이 기간 중 누리호 4차 발사가 진행된다. 이번 발사는 기존과 달리 늦은 시간 진행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의 궤도 진입을 고려한 시간이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고유가 행진을 이어가 주목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환율로 인한 원유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주간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ℓ당 25.80원 오른 1729.72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38.54원 오른 1636.5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4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내 기름값도 10월 넷째 주를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