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문화적 거리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문화적 거리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20-05-11 10:25
  • 신문게재 2020-05-12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정용도 미술비평가
정용도 미술비평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생존의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습관으로 지속 되어온 행동 패턴들을 문화라고 한다. 예컨데 의식주와 관련된 것, 대화의 기술, 사회적 교류의 방법 등등 여러 가지 행동 양식들이 있다. 이런 문화적 유산들은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의 근거가 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낮선 사람에 대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 내 지인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과 만날 약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 눈으로부터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거리를 만들어낸다. 코로나 전후의 세계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사람들 간의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많은 것이 변화될 것은 분명하다.



COVID 19의 경우 감염자의 자각 증세도 없고 감염 2주 후에 증상이 발현되는 병리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2주로 인해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인 불안으로 전이된다. 게다가 무증상 2주 동안에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났던 사람들 혹은 심지어 가족이라 하더라도 만날 때 마다 매번 새로운 경계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어 질병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재하는 경우 그런 불안은 타자들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미 서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배척 행위와 차별적인 공격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팬데믹 이후의 상황에 관해 생각해봐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 사회의 관습적인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으로 개인주의를 넘어 분명히 예전보다 더 강화된 개별화된 삶의 태도들이 일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단순히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우선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위생의 측면에서 자신의 물리적인 거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개인들의 태도가 보편화됨으로써 물리적 정신적 불안을 야기하는 타인의 침해 행위에 대한 관용의 태도는 많이 후퇴할 것이다. 두 번째로 바이러스 감염병 이후 변화된 새로운 기술문화적 패턴들이 세대 간의 갈등 없이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까 같은 문제이다. 기성세대 중에 컴퓨터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욱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대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해 진실과 배려, 서로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가상)공동체라는 좀 더 원칙적인 가치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서 한국의 바이러스 진단키트 수출은 이메일과 화상통화를 통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건 샘플을 보지 않고 구매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비대면 교륭와 경제 행위가 검증받는 방법 중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두 기술은 상대방의 진위 여부와 신뢰도를 분석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COVID 19로 서로 간의 신뢰는 단순히 행동뿐만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양심과 진실의 문제로 까지 연결된다. 문화적 거리는 진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재구축되는 글로벌 공동체의 새로운 모습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언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양심, 배려, 신뢰, 믿음 등과 같은 개념들을 전제로 개화한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광안리 드론쇼, 우천으로 21일 변경… 불꽃드론 예고
  2. 천안시, 맞춤형 벼 품종 개발 위한 식미평가회 추진
  3. 천안시 동남구, 빅데이터 기반 야생동물 로드킬 관리체계 구축
  4. 천안도시공사, 개인정보보호 실천 캠페인 추진
  5. 천안의료원, 공공보건의료 성과보고회서'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1. 천안법원, 지인에 땅 판 뒤 근저당권 설정한 50대 남성 '징역 1년'
  2.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3. 천안시,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시작 응원
  4. "마을 앞에 고압 송전탑 있는데 345㎸ 추가? 안 됩니다" 주민들 반발
  5. 백석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