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우리 삶에도 쉼표가 필요해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우리 삶에도 쉼표가 필요해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20-06-15 13:45
  • 신문게재 2020-06-16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공원이나 저수지로, 혹은 호젓한 오솔길로 새벽 산책을 하노라면 언제부턴가 저 앞보다는 주로 발밑을 보고 걷게 된다. 맑은 날에는 개미가 신경 쓰이고,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에는 달팽이와 지렁이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옛날에 스님들은 초봄이 되면 하찮은 벌레조차 무심코 밟았을 경우에도 죽지 않도록 푹신한 짚신을 신고 다녔다고 하지 않던가. 요즘 들어 진짜 공감이 간다.

똑똑. 내 안의 문을 두드린다. 어제 일로 아직도 성이 나 있는지 꼭꼭 닫은 마음의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래 세상을 산 현명한 어른들은 "그런 상처는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한다. 어쩌면 피가 난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위험하다.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이번에 여실히 보지 않았나. 단 하나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완벽한 통제와 억압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다. 궁즉통(窮則通)의 정신이 필요하단 얘기다. 과거 연구원 시절에 근 1년 동안 연구과제가 풀리지 않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다가 한 달 정도 남기고 꿈에서 그 해결방법이 떠올라 무사히 과제를 마친 적이 있다. 이처럼 극단의 상황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 밤이 어두울수록 새벽이 가까워지는 이치다. 결국 역경은 희망에 의해 극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두 나무꾼 친구가 산에 올라갔다. 경쟁적으로 나무를 찍어 장작을 만들어갔다. 한 사람은 유달리 승부욕이 강했다. 그는 친구에게 지지 않으려고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나무를 찍었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50분간 일하고 10분 쉬는 식으로 숨을 돌려가며 일했다. 어느덧 산을 내려갈 시간이 되어 두 사람은 서로가 만든 결과를 비교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쉬어가며 일한 친구가 더 많은 장작을 장만한 게 아닌가. 승부욕이 강한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투덜거렸다.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 왜 자네 것이 더 많단 말인가?" 그러자 다른 한 친구가 점잖게 설명했다. "나는 10분씩 쉴 때마다 도끼날을 갈았다네."



도끼날이 무디어지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만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더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해선 멈춤이 필요하고 짬을 내서 쉬는 휴식이 필요하다. 바쁨을 뜻하는 한자는 '망(忙)'을 사용하는데 조급하거나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음 심(心)에 망할 망(亡)이 더해져 마음이 바쁘면 망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이에 반해 쉼을 뜻하는 한자는 '휴(休)'인데 사람 인(人)에 나무 목(木)이 더해진다. 그래서 휴가(休暇)는 사람이 나무가 우거진 한적한 곳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것을 뜻한다. 죽도록 일만 하지 말고 쉬엄쉬엄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함이 어떨지.

우리는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단지 돈이 목적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돈이 필요해서 일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 자체가 좋아서 일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중엔 더 많은 사람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일한다. 일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한다. 운동은 건강을 위한 것이고, 건강은 일을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전해주는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내게는 건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은 일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지금껏 열심히 일한 게 건강해진 비결이 아니었을까?" 그분은 일을 사랑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 말한다.

어떤 일이 닥치면 "나는 참 운도 없어"라고 한탄할 때가 많다. 운(運) 자를 보면 진을 치고 있는 군대가 짐을 꾸려 이동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승리를 향한 움직임이다. 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그들에게 운명과 운은 이로운 쪽으로 옮겨야 할 기회일 뿐이다. 덫에 걸린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놓은 코로나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때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쌍용도서관, 4월 2일 시민독서릴레이 선포식 개최
  2. 천안시 한부모복지시설 2곳, 전국 평가 'A등급'…우수사례 선정
  3. 대전 아파트 매매가격 '보합' 전환… 세종·충남은 하락
  4. 천안법원, 둔기 들고 전 직장 찾아간 30대 남성 집행유예
  5. [문화 톡] 갈마울에 울려퍼지는 잘사는 날이 올 거야
  1. [박헌오의 시조 풍경-10] 억새꽃 축제
  2. 한화 이글스의 봄…개막전은 '만원 관중'과 함께
  3. '짜릿한 역전승'…한화 이글스, 홈 개막전서 키움에 10-9 승리
  4.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5.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헤드라인 뉴스


더이상 희망고문 없다… `행정수도특별법` 국회 문턱 넘는다

더이상 희망고문 없다… '행정수도특별법' 국회 문턱 넘는다

더이상 희망고문은 없다. '행정수도특별법'이 2026년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2020년 여·야 이견으로 계속 무산된 만큼, 사실상 올해가 2030년 세종시 완성기로 나아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다가온다. 이제 장애물은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물밑 방해 외에는 없다. 허허벌판이던 행복도시가 어느덧 인구 30만을 넘어서는 어엿한 신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이전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2029년)과 국회 세종의사당(2033년) 건립이 법률로 뒷받침되고 있..

양당 대전시당 1차 공천… 컷오프 반발 이어져 후폭풍 우려
양당 대전시당 1차 공천… 컷오프 반발 이어져 후폭풍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1차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컷오프된 구청장 후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 본선 체제 돌입을 앞두고 원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시기에 당내 공천 잡음이 발생한 것으로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선 민주당에선 서구청장 5인 경선에 들지 못한 김종천 전 대전시의회 의장과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이 시당 공관위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전 전 시의원은 "대전시당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당히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겠다. 이것은 제 개인의..

안전공업 화재 후 점검 1순위 `금속 분진`…관련 법률에서는 `규정 미비`
안전공업 화재 후 점검 1순위 '금속 분진'…관련 법률에서는 '규정 미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건 이후 금속가공업체 등 유사한 공정이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부가 합동점검을 시작한 가운데 금속 미세입자를 포함한 가연성 분진을 유해·위험물질로 규정해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보 3월 26일자 1면 보도> 29일 소방업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가연성 분진 관련 규정이 미흡해 별도의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가연성 분진은 기타 산화물 매개체와 일정 농도 이상으로 혼합되어 화재나 폭연의 위험성을 갖는 미세 분말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화재 참사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안전공업 대표이사와 상무 화재 참사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안전공업 대표이사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