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년간 담아둔 6·25 참전용사 유족의 이야기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르포] 70년간 담아둔 6·25 참전용사 유족의 이야기

충북 전몰군경미망인회 대전현충원서 참배
상해군인으로 돌아온 남편을 떠올리며
김재순 할머님이 전한 6.25 참전용사 유족의 삶

  • 승인 2020-06-24 16:46
  • 수정 2020-06-24 18:04
  • 신문게재 2020-06-25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00624-현충원 찾은 미망인2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김재순 미망인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묘비를 닦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전쟁 끝나고 철심 박은 절뚝거리는 다리로라도 돌아와 줘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1950년 20살 되던 해 5월 결혼하고 다음 달 남편을 전쟁통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전쟁 후 절름발이로 돌아온 남편인 이철순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김재순(90) 할머님이 했던 말이다.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김재순 할머님이 속한 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지부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배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단체 참배 규모를 축소하고 전사자 미망인 대부분 연령대가 높아 6·25 참전 용사 전사자 유족 대표로는 김 할머님만 참석했다.

현충탑과 묘역 참배 행사를 마친 뒤 부군의 묘역에 개인 참배하는 김재순 할머님을 만났다. 오대산 전투 당시 다리에 박힌 포탄 파편을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빼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부군 어르신의 사연을 들려주는 김재순 할머님의 눈엔 눈물을 고였다.



할머니는 "우리 영감이 6·25 전쟁에 참전하고 오대산 폭격에 양다리를 다 잃을 뻔했데요. 시체로 된 산을 넘어 절간으로 도망가서 9일간 스님이 숨겨줬고, 9일간 도토리 밥만 먹으면서 생명 부지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 돌아왔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할머니의 얘기다.

김 할머니는 "전쟁 끝나고 평생 그렇게 몸 아파서 고생하다가 2010년에 돌아가셨어요. 딸, 아들 4명 낳고 기르면서 불편한 몸 때문에 마당 한번 쓸지 못했어요. 우리 영감이. (그래서 내가) 애들 밥 안 굶기려고 별의별 일을 다 하면서 고생 정말 많이 했어요"라고 했다.

이어, "생활이 너무 어려워 주변에 도와달라고 말하면 요양원으로 보내면 좀 좋을 거라고 했다. 그래도 내 남편이고 애들 아버진데 평생 내가 같이 살아야지 하면서 버티고 버텼다"고 했다.

이야기 나누던 중 부군이 돌아가시던 날을 떠올리며 김 할머니는 다시 그치지 않는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7년간은 몸이 워낙 불편하니 누워만 계셨어요.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전날엔 '나 때문에 고생했으니까 그대는 오래 살다 와'라며 손을 잡아줬던 모습이 기억이 나요"라고 차오른 눈으로 부군의 묘역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혹시 부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말에, "나는 애들 때문에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는데, 그대는 평생 아프다가 가서 어떻게 해. 아무쪼록 언젠가 부르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라고 했다.

한편, 국립대전현충원엔 9만여 명의 묘역이 안장돼 있으며, 이중 6·25 전사자는 6345명이다. 3만 8271명의 위패도 모시고 있다.
이현제 기자 guswp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2.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3.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4.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5.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1.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2.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대전상의-대전조달청, 공공조달제도 설명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