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노동관계에서도 정보의 균형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노동관계에서도 정보의 균형이 필요하다

김영록 노무사

  • 승인 2020-09-27 08:3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영록 노무사
노동분쟁 사건이 발생이 발생하면, 근로자들은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를 찾아 권리 구제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노무사를 찾아온다. 상담내용은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금품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가 주를 이룬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근로자분들은 주로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주장의 당위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주장에 대한 증거를 역으로 탐구해가다 보면 입증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을 못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 본인이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 모아온 근로자, 퇴근하는 시간대에 항상 가족과 연락했다는 것을 증거로 주장하는 근로자 등 그 사례가 다양하다.

그러나 위 자료들은 실제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용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도 아닌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에 불과하기에 객관성,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친족 간의 통화 내용 등은 근로자 본인과 이해관계에 있는 자에 해당하고, 단순 통화한 내역에 불과하기에 근로제공과 무관한 부분이 있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실제로 일은 했지만, 위와 같이 근로를 입증하지 못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은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근로자의 법적 지식의 부족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근로자들은 법적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러한 사전 증거를 계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문제를 제기하고자 해 그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증거로서 인정되는 중요 포인트를 알기 어렵기에 수집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 정보의 불균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동관계의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근로계약서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 근태기록 및 임금 지급 내역 등 정보 대부분은 사용자가 작성하고 관리·보관하며,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에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체불 사건을 제기하면 근로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게 된다, 이미 사용자에게 문제를 제기한 상태이기에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분쟁과 관련한 유리한 정보를 줄 리 없고, 근로자들은 사용자를 상대로 사건을 진행할 때 사전에 문제를 제기할 것을 생각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 또한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로자는 오로지 자신의 기억과 주장만으로 사건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근로자의 정보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청구권이란 근로자 본인의 근로 제공과 관련된 조건(근태 자료, 임금계산 내역 등)에 관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가 필요한 이유는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임금체불 사건은 형사사건으로 증거 위주로 조사가 진행되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노동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 이외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근로자들의 방어수단으로서 정보청구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현재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삶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노동제공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그 습득 및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노동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김영록 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