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소제동 보존과 개발사이…그럼에도 기록은 쓰여야 한다

[대전기록프로젝트] 소제동 보존과 개발사이…그럼에도 기록은 쓰여야 한다

대전시 2018년부터 도시기억프로젝트, 올해 소제동·삼성동 선정
조사 위해 이상희 총괄단장 중심으로 건축과 조사팀 분주
소제동 기록물 얼마나 지속될까는 미지수… 기록원 필요성 되새겨

  • 승인 2020-10-18 13:56
  • 신문게재 2020-10-19 5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010081102450009
컨테이너 소제 모습. 활동가들의 베이스 캠프이자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202010081056060009
회의 중인 기록조사팀.
KakaoTalk_20200508_104250240_02
소제동 전경.
16. 기록의 현장

대전 동구 소제동 곳곳에는 노란색과 흰색 두 종류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노란색은 철도관사를 보존하자는 목소리, 흰색은 일제 잔재를 철거하라는 내용이다. 보존론자와 개발론자를 상징하는 두 가지 색은 소제동을 상징하는 은어다. 최근 소제동 철도관사 4채에 대한 국가등록문화재 신청이 접수됐다. 이를 계기로 보존과 재개발 측의 대립과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소리 없는 이 전장의 한 가운데서도 기록은 쓰이고 있었다. 묵묵하게 소제동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현장으로 가봤다.

대전시는 2018년부터 '도시기억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개별건축물에 대한 기록화 사업과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에 대한 면 단위 조사가 핵심이다. 3년 차를 맞은 올해는 소제동과 삼성동 일원 기록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 기록화 총괄단장은 목원대 이상희 교수다. 이상희 교수는 2010년부터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소제동이 갖는 가치와 그 의미에 대해 알려온 장본인이다. 이상희 교수의 건축조사팀과 소제동을 중심으로 사진과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이성희 작가, 대전의 스토리텔링 자원을 발굴해 온 김병호 씨, 정덕재 시인, 실향과 이주 장소를 상실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신미정 작가, 에세이스트이자 가수인 이내 씨가 소제동의 기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도시기억프로젝트는 조사 지역에 오픈 스튜디오를 설치해 현장에 보다 밀착한 활동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 오픈 스튜디오는 대전전통나래관 옆 부지에 설치돼있는 '컨테이너 소제'다. 조사팀의 베이스캠프이자, 소제동 주민, 그리고 소제동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조사단의 목적과 활동은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작업의 연속이다. 2020년 현재를 기준으로 손이 닿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건축, 경관, 사람들, 유무형의 기록 모두를 수집하고 조사해 기록으로 남긴다. 이상희 총괄단장은 ‘7080’시대 가옥의 실측도면과 모형을 제작하고 있고, 이성희·신미정 작가는 매일 소제동을 걸으며 변화하는 동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음악가인 이내는 소제동을 주제로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이상희 총괄단장은 "당신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말을 아끼고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실천은 지금 여기에서의 기록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현재 그간의 기록된 작업을 다듬는 작업 중이다. 연말까지 전시와 공연, 보고서 발간을 위한 과정이다. 다만 3년 차 '도시기억 프로젝트' 성과물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영속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기록물이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이는 중도일보의 [대전기록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전기록원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도시의 기록은 사계절 내내 소중하지 않은 날 없고, 가벼이 무너지고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도 그 장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도 빛나는 삶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KakaoTalk_20201008_110246461
컨테이너 소제 전시공간 모습이다.
KakaoTalk_20201008_110248846
기록조사팀이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KakaoTalk_20201008_110346909
현장 조사와 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온 촬영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차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2. 백지수도의 기운 '장군면'… 역사·맛집·카페로 뜬다
  3. 행정수도 품격의 세종 마라톤, ‘제1회 모두 런' 6월 13일 열린다
  4.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센터' 착공 언제?
  5.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대전'… 선거열기 고조
  1.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허태정 "이재명 정부와 원팀…지방주도 성장시대 실현”
  2. 선거 때마다 ‘청년 프렌들리’…여야 생색내기용 비판
  3. [앵커 人] 우승한 한밭대 라이즈사업단장 "학생성장 중심 개편… AI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4.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이장우 “말 아닌 성과로 증명…위대한 대전 완성 전력"
  5. [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헤드라인 뉴스


지선 후보등록 코앞…금강벨트 시도지사 여야 후보 지지세 확산 사활

지선 후보등록 코앞…금강벨트 시도지사 여야 후보 지지세 확산 사활

6.3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지지세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내란세력심판'을 강조하자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문화예술 정책 발표로 맞불을 놨다. 충남지사를 놓고 혈전을 벌이는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는 각각 현장 행보와 정책 연대로 표밭 갈이에 나섰다. 각 후보들의 이같은 행보는 지방선거 승패가 보혁 (保革) 양 진영의 결집을 바탕으로 중도층 확장과 부동층 흡수에 달렸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퍼지며 문을 닫는 호프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술 한잔하자'라는 인사가 '밥 한 끼 하자'란 인사와 같던 이전과는 달리, 코로나 19로 모임이 줄어들고,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에 따른 음주율 하락이 곧 술집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전 호프 주점 사업자 수는 3월 기준 512곳으로, 1년 전(572곳)보다 60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3월 당시 1016곳으로 골목 주요 상권마다 밀집했던 호프 주점 수는 이듬해인 2020년 3월 888곳으..

`최민호·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7대 현안 해법 차이는
'최민호·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7대 현안 해법 차이는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시장 후보별 7대 현안에 대한 인식 차가 확인되고 있다. 교통체계 전환과 혼잡 해소, 해양수산부 이전 등 지역 이익과 충돌하는 중앙 정책 대응, 자족경제 구축과 민간 일자리 확대,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상가 공실과 상권 회복,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 정책,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각 후보는 어떤 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세종시 출입기자단은 11일 오전 SK브로드밴드 세종방송과 함께 6.3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갖고,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