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세종시와 대학, 그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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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세종시와 대학, 그 해법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2-14 08:3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미시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시카고가 '바람의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면, 세종시는 '안개 도시'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에 금강과 미호천이 감싸고 돌기에 세종시의 안개는 아름다움과 생활의 불편이라는 양면을 뛰어넘어 어느새 도시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세종시의 대학 설립 문제야말로 짙은 안개가 내리눌러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에의 대학 설립의 주요 모습은 2024년도 개교를 목표로 하나의 캠퍼스에 여러 대학이 들어서는 공동 대학의 형태라는 점, 학부가 아닌 대학원 위주라는 점, 외국대학 유치 시도의 사실상 무산과 세종시 자체 추진의 시립대학 설립 움직임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아쉽게도 세종 충남대병원의 설립을 기획하고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가 그리는 모습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한마디로 작금의 방향은 고육지책일 뿐 최선도 아니고 차선도 아니다.

올바른 대학 설립의 모습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통·폐합이 절박하게 논의되는 시점에 왜 세종시에 대학을 설립하여야 하는가?'라는 근본 물음에 대한 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 설립은 수도로서의 정체성과 위상 확립, 신설 도시로서의 자족적 기능 완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설립될 대학의 모습도 이러한 답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당위성은 물론 여론을 향한 설득력도 가질 수 있다.

현실은 어떤가?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아무런 명분도 없기에 논할 가치조차 없는 시립대학의 설치 주장, 세종시의 정체성이나 자족성의 완성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떨어진 학과와 전공을 불문한 잡화점식 유치 활동, 이웃 동네 대학이 진출하면 자기 대학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시기심으로 펼쳐지는 고만고만한 경쟁이라고 정리하면 좀 야박한 평가일까?



그러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핵심은 기존 대학의 이전이나 분교가 아닌 새로운 대학의 설립이어야 한다. 먼저 세종시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이다. 세종시가 명실공히 한국의 수도를 넘어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을 때,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대학이어야만 설립의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입하고자 고민하는 대학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른 대학이라고 자신할 수 없기에 기존 대학의 유치가 아닌 신설대학, 그것도 국가 전체의 지원이 모아질 수 있는 특수 국립법인 대학 형태일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사실상의 수도라는 세종시의 정체성과 세계적인 도시로의 웅비 가능성을 고려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와 선진국가의 완성은 법치행정의 실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과 중앙정부의 행정 수행과 국회 이전 예상에 따른 입법이 이루어질 세종시의 기능을 염두에 둘 때 설립될 대학은 국제관계학, 행정학, 법학, 정치학, 정책학, 군사학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규모는 가능한 한 극히 소규모이어야 하고, 수준은 최고 엘리트 중심으로 이루진 school 형태이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대형 사이즈를 고집하는 것은 국가 시책과도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국민 누구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수가 없기에 그렇다. 또한 세계를 향하여 당당히 경쟁할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인재를 수도 세종시에서 양성할 필요성이 있기에 그렇다. 한 마디로 국가적 인재가 되기 위하여 서울대 가지 않고 세종시 대학에 가겠다는 인식이 두루 퍼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세종시에 들어설 대학은 전문가 양성기관인 소규모 school로서, 국립대학법인인 특수법인체 대학이 그 답이다. 쉽게 표현하면, 과학계의 카이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그 소재 대학의 모습은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새로운 수도로 지금의 워싱턴 지역이 지정될 때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 설립된 대학이 바로 조지타운대학이다. 조지타운대학은 대학원보다는 학부 중심의 대학으로서, 그중에서도 SFS(School of Foreign Service) 학부는 하버드와 견주는 학부로서,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치, 국제관계, 행정 전문 학부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인재들이 미국은 물론 세계의 정치와 외교, 행정, 군사, 국제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의 활약을 통하여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로서는 물론 세계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시간에 쫓겨 세종시의 정체성과 위상, 기능에 부합하지 못하는 대학을 만드느니 늦더라도 민, 관, 정이 머리를 맞대고 처음으로 돌아가 고민할 문제가 대학 설립 문제이다. 졸속으로 진행하여 얼기설기 구색만 갖추는 결과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세종시와 대학 문제의 해법은 바로 여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기에 작금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까움과 절망 그 자체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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