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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수 대장(왼쪽 두번째)과 김홍빈 대장(왼쪽 세번째)'…이들은 2018년 5월 19일 네팔 카트만두 빌라에베레스트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2013년 9월 20일 오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베이스캠프(4130m) 인근 추모탑.
우리나라 산악계의 전설이자,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故) 박영석 대장(동국대 산악부)이 이 추모탑에 잠들어 있다.
당시 박연수 직지원정대장(57·충북대 산악부·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박영석 추모탑에서 무릎을 꿇은 뒤, 오랜만에 친구와 인사를 나눴다.
박연수 대장은 2009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에서 실종된 직지원정대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42세) 대원과 술 한잔 나누기 위해 2013년 가을, 이 곳을 찾았다. 실종 4년만이다. 두 대원의 추모탑은 박영석 대장 추모탑 인근에 설치돼 있다.
박연수 대장은 두 악우가 잠들어 있는 추모탑에서 불과 수백미터 거리에 설치된 박영석 대장의 추모탑도 찾아 술 한잔을 나눠 마셨다.
당시 "박영석 대장과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연수 대장은 "한 시대를 함께한 산악 동기이자, 악우"라고 말했다.
박연수 대장의 산악 친구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나이와 경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산사나이, 즉 악우로 맺어진 인연들이다.
그 중에서도 박영석 대장과 최근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뒤 하산길에 실종된 김홍빈 대장(57)과의 인연은 더욱 특별하다.
'박연수, 박영석, 김홍빈'. 이들은 어떤 인연을 맺고 있을까.
3명의 산악인들은 '83번' 동기다.
박연수 대장은 충북대학교에서, 박영석 대장은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김홍빈 대장은 전남 광주 송원대학교 산악부에서 각각 활동했다. 80년도 초반, 대학 산악부에 들어간 3명의 산사나이들은 비록 지역은 달랐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전국 산을 누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히말라야 등정'을 꿈꿨던 새내기 산악인들이었다. 이들은 산악부의 거친 선후배 관계, 목숨까지 내놔야 했던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두려움 등을 '동기'라는 이름으로 서로 의지하며 견뎌냈다. 이들은 히말라야 등정에 실패한 친구에게 말없이 등을 두드려 줬고, 다친 친구에겐 가슴으로 안아줬다. '절제된 감정' 표현이다. 히말라야 등 고산 등반의 냉정함이 묻어난 그들만의 인사법인 것이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각자 고산 원정대를 꾸렸고, 7~8000m 급 히말라야를 정복해 갔다.
그러나 2011년 10월 중순 박영석 대장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됐다. 박연수 대장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2009년 9월, 형제처럼 지낸 두 악우를 잃었던 박 대장은 4년 뒤 둘도 없는 친구까지 잃었던 상황이어서 슬픔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박연수 대장은 김홍빈 대장이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7m) 정상을 찍고 하산 도중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친구들의 실종과 연락두절까지. 하늘이 원망스럽고, 모든 게 싫었다. 며칠 동안 김 대장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머릿속에서 맴 돌았다.
박연수 대장은 김 대장의 강한 정신력과 체력, 삶에 대한 의지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박연수 대장은 김 대장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김 대장은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갖고 있는 대단한 산악인"이라며 "현재 연락두절 상태지만, 꼭 험한 산길을 헤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장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83학년 새내기 산악인' 3명이 나눴던 절제된 인사를 또다시 나누겠다는 것이다.
박연수 대장은 "(박)영석이와 (김)홍빈는 대학부 산악부 시절, 함께 의지하면 산을 다녔고 83학번 동기라는 든든함으로 산을 올랐다"며 "홍빈가 꼭 돌아와,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홍빈이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을 지녔다"며 "절망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친구이기 때문에 험한 산에서 꼭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박연수 대장은 김홍빈 대장의 '실종' 소식을 '연락두절'이라고 표현한다. 연락이 잠시 두절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김홍빈 대장은 지난 19일 0시쯤(현지시각)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7900m 지점의 크레바스를 통과하다가 조난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수색 당국은 김 대장의 조난 지점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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