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건축물]①이응노미술관...설계 테마는 '산책'

[대전의 건축물]①이응노미술관...설계 테마는 '산책'

  • 승인 2021-07-26 10:48
  • 수정 2021-09-06 13:32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컷-대전의건축물

"대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건축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시민들은 한동안 대답을 머뭇거리곤 한다. 이에 반해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라는 물음에 많은 사람은 현대적인 건축미가 돋보이는 서울과 수도권, 전통미가 살아있는 경주, 전주 등을 꼽는다. 대전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음에도 지역 건축물에 대한 답변을 듣기 힘들다. 그만큼 지역 건축물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건축 전문가들이 꼽은 대전의 대표 건축물부터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련된 美를 보이는 건축물까지 ‘대전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온라인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10725_230210083
이응노미술관 전경.
KakaoTalk_20210725_230208647

 

[대전의 아름다운 건축물 얼마나 아니?] 1. 이응노 미술관

대전 서구 엑스포시민공원에 자리 잡은 이응노미술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지역 대표 미술관이다. 이곳은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이 인접해 있고 공원 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도 사랑받는다. 미술관의 독특한 외관에 눈길이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거닐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응노 미술관의 테마다.



▲산책
이응노미술관은 프랑스 마티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엥(Laurent Beaudouin)의 설계로 2007년 5월 3일 개관했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설계한 이응노미술관의 주요 테마는 '산책(Promenade)'으로, 빛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고암의 작품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백색 콘크리트를 사용한 미술관 건축물은 자연의 빛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건축물 안에 스며들도록 한다. 또한 미술관 천장과 벽면을 이루고 있는 격자 형태의 원목들도 외부의 빛이 미술관 내부 공간에 자연스럽게 투과되면서 특별한 효과를 자아내게 한다. 

 

건축컨셉(보드앵 홉피)
이응노미술관 건축컨셉.[이응노 미술관 제공]
▲고암의 작품 수(壽)를 닮은 공간
로랑 보두엥은 고암의 작품 수(壽) 속에 내재된 '조형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 속 드로잉적 요소를 구조로 전환해 고암의 문자추상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상징화했다. 작품 '수(壽)'는 1970년대 고암의 구성적 문자추상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응노미술관 건축물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자 '목숨 수(壽)'를 해체, 조합한 것으로, 고암만의 독특한 조형적 해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KakaoTalk_20210725_230209265

▲한국과 프랑스 문화적 유대, 자연을 담은 공간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응노미술관은, 오랜 기간 프랑스에 머물며 그 예술세계를 인정받은 고암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만큼, 한국과 프랑스 양국 사이의 문화 유대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야외로 확 트인 미술관 1층에서는 가까이 위치한 둔산대공원의 자연경관뿐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대전 시내의 산등성이까지 내다볼 수 있다. 대전시의 자연경관은 이렇듯 미술관의 내부와 외부 공간에 항상 함께 존재한다. 이웃에 위치한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의 규모에 비교적으로 아담한 크기의 이응노미술관은 두 건물의 규모와 견주어 이에 압도되지 않는 적절한 규모로 세워졌다. 때문에 이응노미술관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며, 동시에 외부 정원을 갖는 듯한 형태를 띈다.


▲전시물을 돋보이게 하는 설계
이응노미술관 방문은 자연의 빛, 주변 정원, 고암의 작품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산책'이 된다. 백색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미술관 지붕은 자연의 빛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건물 내부로 스며들게 하며, 동시에 외부의 차양과 격자 형태의 원목으로 이뤄진 미술관 내부 천장은 직사광선으로부터 전시 작품을 보호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벽면이 유리창으로 이뤄진 이응노미술관은 미술관 내부에서도 외부의 자연경관과 연관성 안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장 내부 공간은 움직이는 벽(sliding walls)으로 나눠져 있으며, 이 벽들은 천장의 원목 격자(wooden blades) 위에 위치한 레일에 연결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매체와 장르, 주제를 넘나드는 고암의 작품들이 전시 주제에 따라 다양한 배치와 전시장 연출이 가능 하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 

 

KakaoTalk_20210725_230208075
이응노 미술관 측면
▲대전의 아름다운 건축물
이응노미술관은 자연 친화적이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난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한 바 있다. 지역의 건축사들도 대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해당 미술관을 꼽는다. 건축사무소 YEHA 조한묵 건축사는 "고암의 작품 수(壽)를 본 딴 독특한 설계와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공간 설정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처마 등 한국적인 요소를 현대화한 설계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용각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응노 미술관을 보면 한국의 전통공간을 현대화한 설계,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미니멀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며 "특히 창(窓)을 많이 쓰면서도 전시물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한 기법도 특징이다. 건축미뿐 아니라 활용도 면에서도 뛰어난 건축물이기 때문에 대전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할 수 있겠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2.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