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류기형 민속국악원 예술감독 "단원 간 믿음이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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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류기형 민속국악원 예술감독 "단원 간 믿음이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큰 힘"

지역서 창단한 우금치 전국 대표 극단으로 이끌어
시대의식 1990년 창단 31년간 마당극 선보여

  • 승인 2021-10-04 10:37
  • 수정 2021-10-14 16:1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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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형 민속국악원 예술감독 / 사진=이성희 기자
한때 문화의 불모지로 불렸던 대전에서 마당극패 '우금치'는 돌연변이같은 존재다. 문화계에서도 비주류로 통했던 마당극을 통해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민과 공존해온 '우금치'는 마당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어느덧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농촌 마당극 '호미풀이'를 대중에 첫 선을 보인 후 국립극장 최다 관객 동원, 한 달여간 일곱개의 마당극 공연 등 창단 31년만 동안 지역예술계의 역사를 써내려간 우금치는 이제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다.

대전 지역 대표 극단 마당극패 우금치가 오는 12일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특설무대( 옛)충남도청사)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을 다룬 '하시하지'를 선보인다. '어느 시간 어느장소'라는 뜻을 가진 '하시하지'는 '동시대'를 작품안에 녹여내는 우금치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주류 장르인 마당극을 지역에서 창단해 31년간 우금치를 이끈 류기형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은 이번 '하시하지'의 대본과 연출을 맡아 대전시민과 만난다.

각 지자체가 저마다 문화도시를 내세우며 경쟁력 확보에 경쟁중인 가운데 문화의 불모지에서 가장 비주류인 '마당극'이라는 장르로 '우금치'를 지역 대표 극단으로 키워낸 류기형 국립민속국악원 예술 감독을 만나 우금치의 방향과 지역 예술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류 감독은 지난 2019년부터 국립민속국악원 예술 감독으로 활동중이다. <편집자주>

-1990년 마당극패 우금치를 창단한지 30년 만에 전국을 대표하는 마당극패로 키워냈다. 지역에서 30년 동안 극단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대전에서 우금치가 자리 잡게 된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단원간의 신뢰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간의 믿음이 우금치가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큰 힘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당극 장르 자체가 전통 소리, 풍물, 춤 등 다양하게 연결 돼 있다. 다들 갖고 있는 재능들이 전문적이진 않아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니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에 따라 바로 변신할 수 있다. 그런 능력들이 저희가 유지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 때 탈춤 동아리를 시작으로 우금치 운영했다. 처음부터 마당극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나?
▲ 그냥 우리 문화가 좋았다. 우리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사회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됐다. 사회인식이 되다 보니 어떤 연극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극은 197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격동기가 이뤄지면서 우리 전통 가치를 생각하는 인식과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두 가지 가치가 만나서 탄생했다. 그전엔 전통문화 자체가 천박하고 서양 문화보다 부족하다는 취급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새롭게 우리 문화를 찾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양 연극, 번역극이 주로 했던 연극계에서도 연극은 삶을 소재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서양연극은 우리의 삶과 동 떨어지닌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을 만들자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당극이 만들어지고 저희도 추구하는 이념과 잘 맞아서 하게 된 것 같다.

-하시하지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이다.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 가운데 단재 신채호의 삶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이분은 근대사 쪽을 공부하다 보면 꼭 나오는 인물이다.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우리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논의했는데 신채호 선생님에 대해 해보자는 결정을 하게 됐다. 신채호 선생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이분은 지역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부각해야 하는 인물이라는 걸 느꼈다. 이분이 염원한 것이 조국의 독립이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 시대를 걷고 있다. 현재 분단 상황에서 이 분의 삶이 주는 의미가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시하지'라는 게 '어느 시간 어느 장소'라는 뜻인데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인가?
▲신채호 선생께서 의열단 선언문을 써주셨는데, 그 안에 '하시하지'라는 문구가 나온다. 언제 어디서든 독립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다. 작품 마지막에 언제 오냐는 말에 '지금 여기 너희들의 마음 속에 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비록 난 세상을 떠나더라도 지금 여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인데, 그게 바로 지금 여기, 즉 '하시하시'다. 작품 활동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예술활동은 동시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얘기를 작품의 중심으로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신채호 선생의 '하시하지'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번에 선보이는 '하시하지'는 2년 전 초연과 다른 점이 있나?
▲ 저번 작품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보강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역 현대무용 팀인 '메타댄스프로젝트' 와 함께 공연을 한다. 전문 무용수들이니까 몸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연대해서 이야기를 다뤄보자 얘기했고 전문 집단하고 공연하면서 허술했던 내용이나 구성들이 밀도 있게끔 준비했고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마련했다.

-사회적 이슈를 담는다는 찬사를 받는 동시에 의미 있는 작품, 작품성 있는 공연만 해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원래 마당극이라 하면 기득권 층을 풍자하기도 하는데 지금 우금치의 마당극은 이 시대의 거대 담론, 역사성을 많이 다뤄서 거기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 사회문제를 담는 것은 개인적으로 임무이자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픈 사람들의 삶,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뤄왔다. 마당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거친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되다 보니, 그런 사회적 이슈, 가치들이 더욱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는 인간 심리를 적극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무대 언어들을 고민해보고 찾아낼 생각이다.  이부분은 우금치의 미래와 연관이 돼 있다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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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형 민속국악원 예술감독. 사진=이성희 기자

-지금까지 작품 중에 특별히 애착가는 작품 있나?
▲ 지금 우금치에서 제일 롱런하는 작품이 '쪽빛황혼'이다. '쪽빛황혼'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우금치를 떠나서 다른 작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강의 뜬 달'이라는 작품도 있다. 광주항쟁과 4.16 세월호를 담은 작품이었는데, 광주 옛 도청 앞 5.18 민주화 광장에서 초연을 했는데 당시 곽객분들이 이 공연을 보고 우리를 걱정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사회 분위기가 좀 삼엄했지만, 이 시대에 이 정도 되는 수준의 이야기는 전달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최근 이날치를 중심으로 국악, 판소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마당극을 하는 우금치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볼수 있을까.
▲지향하는 가치는 같더라도 그 것을 표현하는 무대 언어는 지금 시대의 관객 요구에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려는 젊은이들이 없다. 그래서, 우금치도 30년 전에 해왔던 방식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저희도 반성하면서 앞으로 1~2년 이내에 변화가 없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겨울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로운 내용을 갖기 위해 단원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이 시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코드, 그분들한테 감동줄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민간단체와 국립단체 활동 간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국립단체의 경우 대형공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을 선보이는 기간이 짧다. 한 작품을 준비하려면 대본에서 부터 연습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공연 횟수는 서울에서 2회, 남원에서 2회 등 총 4번뿐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때문에 관객수도 제한을 받는데 억단위의 예산으로 600명 남짓의 관객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각 지자체가 최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문화 도시다.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인으로서 대전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대전은 소재 중심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소재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지만 사람 키우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연극 분야면 민간단체를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느냐, 인적자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서 우리 지역의 연극 인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체성이란 건 사람에게 있지, 사람 외적인 것에 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

-앞으로 류 감독이 그리는 우금치의 궁극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우금치는 향후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됐으면 하는가.
▲ 시민들에게 각인하기보단 지금은 생존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제 자신도 단체가 수명이 다 됐고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앞으론 새로운 변화를 통해 유지돼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깊이 논의해봐야 할 거 같다.

 

대담=오희룡 디지털팀장·정리=정바름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류기형 감독은...
▲1990년 마당극패 우금치 창단 ▲마당극 '호미풀이', '아줌마만세', '쪽빛황혼', '천강에뜬달', '하시하지' 외 40여편 마당극 극작·연출 ▲국립극장 창극 토끼와 자라의 용궁여행', '흥부놀부', '효녀심청' 대본·연출 ▲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 작/연출 ▲2013 하이서울페스티벌 광장극 '돼지잔치' 작·연출 ▲ 2017 전주세계소리축제 기획공연 창무극 '天命' 각색·연출 ▲2019 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지리산' 작/연출 ▲2020, 2021 국립민속국악원 작은창극 '춘향', '심청'대본·연출 ▲현)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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